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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 커피와 엥겔지수

책값 아껴서 커피 사 먹는 수준이 되었으니

by 물가에 앉는 마음

직장 다녔던 시기에는 월급 받을 때마다, 연말정산 할 때마다 화가 났다.

직장 생활하며 국가의 혜택을 받은 기억도 별로 없는데

각종세금과 준조세를 왜 그리 많이 떼어가는지.

집과 직장을 쳇바퀴처럼 다닐 때라 국가의 혜택을 볼 기회도 없었다.

물론 국방, 치안, 교육 등 보이지 않는 혜택은 自由財(자유재) 같은 느낌이다.


퇴직 후 경험해 보니, 숨어 있는 혜택이 많다.

게다가 소득이 적으니 세금도 적게 낸다.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은 대부분 경로우대 할인을 해준다.

사용빈도는 많지 않지만 지하철요금도 무료다.

요즈음 국가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은 공공도서관 이용이다.


공공도서관과 친해지며 책 구입 빈도와 양이 줄었다.

아울러 책 구입 소요 비용이 대폭 줄었다.

한 달 평균 10만 원 정도에서 반절이하로 줄었다.

인터넷서점 회원등급도 낮아졌다.

사실 회원등급이 높아져도 커다란 혜택도 없었기에 의미는 없다.


공공도서관을 서점 또는 서재처럼 이용하고 있다.

산책코스에 도서관이 있어 더욱 편리하다.

급하지 않은 책은 구입대신

도서관에 신청하면 대리구입해서 대출우선권을 부여해 준다.

모든 일이 핸드폰 속에서 이루어지니 좋은 세상이다.


책을 구입하거나 대출하거나

책에 대한 기대감이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책의 소유가 지식의 소유가 아니며

구입했다고 기대가 더 크거나

더 열심히 읽지 않는다는 것도 더불어 깨달았다.


새로 시작한 커피 로스팅은 돈이 조금 필요한 취미다.

로스팅 기구와 생두구입을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취미생활에는 돈이 필요하지만,

로스팅 부산물로 커피가 생기고

아내와 가족들이 좋아하니

생산적인 취미이기도 하다.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퇴직 후 문화생활비가 대폭 줄었다.

도서구입비도 줄었지만

코로나 이후 극장을 가지 않으니

문화생활비만 따지면 비문화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절약한 문화생활비를 커피 로스팅에 사용하고 있어

식생활비용이 증가했으니 엥겔지수가 높아졌을 것이다.

엥겔지수가 높아지면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책값 아껴서 커피 사 먹는 수준이 되었으니

문화 수준이 낮아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공공도서관 책은 돌고 돌아 우리 집 커피로 변했으므로

로스팅해서 마시는 커피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커피인 셈이다.

문화 수준이 낮아지는 혜택(?)까지 동시에 줬지만

오늘도

나라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며,

나라에서 구입, 대출해 준 책을 읽고 있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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