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으로 올라간 쪽파 다진 것을 보고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임을 직감했다
큰아이 가족이 3주간 휴가를 떠나 손녀돌보미들도 덩달아 휴가를 받았다. 남해안과 동해안을 한 바퀴 돌고 낚시를 두 번 다녀왔는데도 시간이 남아 목포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내에게 南道(남도)는 생소한 고장이지만 내게는 익숙한 고장이다. 따져보니 직장생활 중 10년 이상을 南道에서 보냈다.
기차 타고 무박 1일을 생각했다가 조금 여유를 갖고 돌아보기 위해 차를 갖고 가기로 했다.
차가 있기에 행동반경이 넓어져 목포에서 1박 하고 올라오는 길에 군산, 서천 홍원항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여행재미의 반은 먹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남도 특히 목포는 편안한 관광지가 아니다. 민어회, 홍어삼합, 게살비빔밥, 한정식, 떡갈비, 고동비빔밥, 계절밥상, 생선구이, 낙지탕탕이에 코롬방바게트까지 먹어봐야 할 메뉴가 너무 많다. 먹는 것 위주로 계획을 만든다면 일주일정도 머물러야 한다.
분당에서 목포까지는 4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월요일 아침이라 정체를 감안하고 놀러 가는데 죽기 살기로 달릴 이유가 없다. 아침 6시 조금 넘어 출발했으나 부지런한 사람들로 고속도로정체가 시작되었다. 삼성전자와 관련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기흥까지는 항상 밀린다. 휴게소에서 군밤도 한 봉지 사고 경치도 구경하며 목포에 내려왔다.
‘목원한정식’ 상견례를 자주 하는 한정식집이라 그런지 실내인테리어가 현대적이며 깨끗하다. 첫 손님이라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70 넘은 여주인이 음식설명을 친절하게 해 줬다. 해풍개쑥으로 만든 쑥떡은 직접 만들었단다. 이즈음 한창인 찔레꽃순을 데쳐먹으면 맛나다고 하는데 제공되지 않는 반찬이다. 영광에서 근무할 때 굴비를 질리게 먹어 굴비, 조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해서인지 오랜만에 맛나게 먹었다. 부세굴비구이는 아무래도 굴비에 비해 감칠맛이 덜하나, 칼칼하게 끓여낸 조기탕이 매우 맛있다. 반찬은 전반적으로 간이 적당하고 깔끔하다. 사장님이 명함을 건네줬는데 업소 3군데를 운영하시는 법인 대표님이다. 한식집, 스낵, 라이브카페를 운영하시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최근 라이브카페는 접었단다.
목포 구도심은 반경이 작아 도보여행에 좋다. 승용차는 항구 무료공영주차장에 주차해 놓았다. 노적봉부터 일본식 舊屋(구옥) 거리, 목포역 근처까지 걸어 다녀도 이만 보정도면 구도심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근대역사관이 월요일휴관인 것을 깜빡했다. 바게트 안에 크림 넣은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목포 관광객의 의무처럼 코롬방제과점에서 마늘크림 바게트를 한 개 구입했다. 점심으로 먹은 한정식이 꺼지지 않아 마늘바게트는 언제 먹을지 모르겠다.
삼학도 공원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을지? 붉은 꽃양귀비가 곱게 피었다. 바람에 여린 꽃잎이 하늘거리는 모습이 양귀비를 닮았을까? 8세기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였다가 후궁이 된 양귀비는 바람에 날릴 듯 여리여리한 현대 미인상은 아니었다. 당시 미인상은 후덕한 스타일로 60~65kg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삼학도공원은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듯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응달진 곳에는 아직 동백꽃도 남아있다. 사람은 없으나 꿩과 비둘기 노랫소리가 봄의 절정임을 알린다.
숙소가 신도시 가까운 평화광장 부근이며, 목포명물 갓바위도 바로 옆이다. 오늘은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갓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코끼리 형상을 하기도 하고 마녀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평화광장은 춤추는 분수 관람을 위해 해변데크를 잘 꾸며놓았다. 날을 잘못 선택해 춤추는 분수도 월요일이 휴장이다. 버스킹 하는 무명가수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느라 애쓰고 있다.
‘하당 먹거리’의 ‘쇠고기, 전복, 낙지탕탕이’, 아내가 먹고 싶다는 낙지탕탕이지만 쇠고기와 전복이 올라가 있다. 쇠고기육회 올린 것은 당기지 않는다고 하던 아내는 3인분 탕탕이를 모두 비우고 비빔밥 한 개를 추가했다. 별다른 양념은 없는 것 같고 참기름, 깨소금과 쪽파 다진 것만 올라가 있지만 쇠고기, 전복, 낙지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음식이었단다.
토핑으로 올라간 쪽파 다진 것을 보고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임을 직감했다. 그리스에서 지중해식 샐러드나 그리스 음식을 먹을 때도 쪽파 다진 것이 올라간 음식은 대체로 맛있었다. 물론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있겠지만 쪽파는 비리고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요즈음 쪽파가 있다면 아침식사용 샐러드에 토핑하고 있다. 맛나다.
군산의 아침식사메뉴를 검색해 보니 소고기뭇국, 콩나물국밥정도다. 군산은 짬뽕이 유명한데 오전 10시에 가게를 오픈하고 아내가 중국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고기뭇국과 콩나물국밥은 집 근처에도 맛집이 있어 목포에서 특이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조선쫄복’, 미식가인 커피사부가 알려준 집이다. 맛이 뛰어나서 자주 찾게 되는 집이 아니지만 ‘세상에 복국을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하는 집이다.
‘조선쫄복탕’ 쫄복을 뼈째 갈아 8시간 동안 어탕같이 끓여낸 것이 특색이다. 국물은 찹쌀가루 풀어놓은 것처럼 걸쭉하며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나온다. 부추무침으로 간을 맞추고, 식초를 숟가락에 덜어 골고루 뿌리고 밥은 반공기만 넣으라는 것이 레시피다. 쥔장이 권한 레시피를 따랐더니 아침으로 제격이다.
8시부터 식사가능하고 10시 전에는 쫄복탕만 한다. 부산 복국보다 못해도 아내는 만족했다. 목포 맛집 대부분이 그러하듯 음식점이 허름하다. 출입문을 들어서기 전. 신발을 벗어야 하는 불편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주인장 고집도 웬간하다. 전라도 사투리로 ‘징허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