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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군산 근대문화거리와 곱돌솥밥

첫 번째 메뉴는 음식점의 대표음식

by 물가에 앉는 마음

목포에서 ‘조선쫄복탕’으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2시간을 달려 군산으로 넘어왔다. 첫 번째 목적지는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태국 매클롱 철길시장이나 베트남 하노이 철길마을을 연상했으나 열차는 다니지 않는다. 조금은 실망이나 아내에게 실망한 내색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계획수립은 내 소관이다.

철길 양옆은 교복을 빌려주는 상점과 과거 추억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가득하다. ‘쫀디기, 아폴로, 눈깔사탕’등 5~6십 년 전에 먹었던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 풍경보다 아직도 그런 것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관광객 대부분은 6, 7십대의 배 나온 할배, 할매들이다. 같이 섞여있는 우리 부부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살아갈 날이 더 짧아 보이는 가짜 청춘들이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단체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더 볼만하다. 경암동 철길마을이나 태국, 베트남 철길마을의 차이는 무엇일까? 경암동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같은 물건, 같은 컨셉의 상점이 중복되어 있으니 본 것을 또 보는 셈이다. 또한 5~6십 년 전 먹거리, 입을 거리를 전시 판매하나 인위적이거나 박제된 모습으로 생동감이 덜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박물관과 구도심 근대거리만 구경하기로 했다. 군산도 오래된 도시답게 주차장여건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목포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구도심 길거리양옆 불법주차공간은 아직도 여유롭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주변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경로우대사상이 투철한 양반도시 군산은 박물관입장료 2천 원을 반값 아닌 전액 할인해 준다. 1층에는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시대까지 ‘국제무역항 군산’의 역사를 전시해 놓았다. 3층에는 1930년대 거리 풍경을 재현한 것이 눈길을 끈다. 1930년대 거리지만 어릴 적 봤던 풍경과도 일부 흡사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草墳(초분)이 1970년대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선사시대 공룡발자국, 석기시대 석총, 타제석기, 마제석기부터 청동검이 전시되어 있는데 왜 ‘근대역사박물관’이라 명명했는지 궁금하다.

근대문화거리도 잘 꾸며놓았다. 곳곳에 쉼터와 화장실이 있어 불편 없이 관광했다. 일본식 건축물 대부분은 카페와 음식점, 게스트하우스로 영업 중이다. 일본식 건축물 이외 건물들도 4~5십 년은 족히 되어 보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신 현대식 건물이었다면 뭔가 어색했을 것이다.


목포에서 아침을 거하게 먹은 탓에 한시가 되었는데도 배가 덜고프다. 회정식을 먹으려던 계획을 급변경하여 근처음식점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군산에서는 박대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고, 눈에 보이는 ‘서진해물곱돌솥밥’에 들어갔다. 정보가 어두운 상태로 음식점을 방문하면 첫 번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바로 그 집의 대표메뉴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메뉴인 솥밥을 주문했다.

솥밥이라 시간이 소요된단다. 밑반찬으로 나온 완두콩 삶은 것을 먹으며 주인과 손님의 대화를 엿들었다. 주인의 자랑이 하늘을 찌른다. 사실 손님이 대화를 청한 것도 아니었기에 주인의 일방적 자랑이다.

‘한식대첩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아느냐?’

‘모른다’

‘전라북도 대표로 참가하여 65컷이나 화면에 나왔다’

‘오늘은 손님이 없지만 주말이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는다’

손님 표정을 보니 흥미 없는 표정이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주지 않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15분 정도 지나니 주문한 솥밥이 나왔다. 우리에게도 주인이 리바이벌할까 봐 입을 다물었으며 눈이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였다. 부자연스러운 모습과 자세였지만 뜨거운 곱돌에 담겨 나온 솥밥은 주인이 자랑해도 될 만큼 맛나다. 여러 가지 해물이 들어가 있으며 맛도 조화롭다.

이 집도 고유의 솥밥 레시피가 있다. 주인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봤다. “간장 1.5스푼을 넣은 후 부추를 넣고 비빈다. 솥밥에는 물을 넣지 않고 주걱으로 누룽지를 긁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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