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당 빵이 유독 쫄깃한 비밀
군산에 왔으니 이성당 단팥빵을 맛봐야 한다. 대한민국 3대 빵집 하면 전주 풍년제과,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을 꼽는다. 물론 주관적이지만 전국 빵집에서 맛에서나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곳은 군산 이성당이다.
바게트로 유명한 코롬방제과는 1949년,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대전성심당은 1956년에 시작했다. 국내 最古(최고)의 빵집이라는 이성당은 1945년이며 일본인이 운영하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910년대에 시작한 빵집이다.
이성당 단팥빵을 처음 맛본 것은 1980년대 말이다. 전국에 사업장이 있는 회사에 근무한 덕에 각 지역 특산물을 맛볼 기회가 많았다. 군산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본사에 출장 올 때면 이성당 단팥빵을 가져오곤 했다.
현재는 수도권에도 이성당빵집이 4군데나 있으며 인터넷주문도 가능하다. 이성당 단팥빵은 40년이 넘어도 한결같은 맛이며 이성당의 시그니처메뉴는 단연 단팥빵이다. 최근 서울 태극당 단팥빵을 맛보았으나 맛이 조금 달랐다. 태극당 단팥빵도 소가 많이 들어가고 맛있었으나 퍼석한 밀가루빵맛이었다. 이성당 빵이 유독 쫄깃한 비밀은 밀가루에 쌀가루를 첨가하는 것이라 한다. 쫄깃하고 촉촉해 식감이 좋다. 대전 성심당 튀김소보로, 목포코롬방제과 바게트 같이 이성당은 시그니처 메뉴인 단팥빵을 미리 포장해 놓았다. 조금 전 곱돌솥밥을 먹었기에 식욕은 동하지 않으나 의무인 것처럼 단팥빵 10개가 들어간 박스를 하나 집어 들었다. 군산도 역사가 깊은 도시인만큼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데 이번 여행은 목포에 집중하느라 군산은 스쳐 지나듯 일정을 짰다. 전주나 변산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군산을 포함시켜 다시 한번 보려 한다.
다음 목적지는 서천 홍원항으로 최근 뜨는 수산시장이다. 군산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서천 IC로 빠져나오는 경로였으면 바로 집으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군산 이성당빵집에서 동백대교만 넘으면 충남 서천이다. 군산에서 서천 홍원항까지 50분이면 도착한다. 국도지만 고속화도로이기에 도로여건도 좋다.
해외여행을 가도 수산시장을 찾아갈 정도로 수산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질퍽거리는 시장 안을 깨금발로 다니는 것까지 재미있다. 오후에 도착하니 해산물 경매장은 파장이다. 경매는 끝났고 어판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대신 항구를 따라 길게 펼쳐진 상점들이 성업 중으로 족히 4~50곳은 되어 보인다. 대부분의 지방수산시장이 그렇듯 상점들이 취급하는 어종은 비슷하다. 오늘은 갑오징어, 병어, 광어, 도미, 꽃게가 많았다. 선도가 좋아 모두 구입하고 싶지만 욕심이다. 같은 어장에서 조업하니 취급하는 어종이 같을 수는 있지만 정말로 신기한 것은 수산물 가격이다. 상인회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처음 가보는 시장이며 단골가게도 없지만 가격은 신기하게도 같거나 편차가 거의 없다. 모든 가게가 똑같으니 신뢰할만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퍽한 수산시장을 한 바퀴 구경하고 나오면서 제철 맞은 도미 한 박스 구입했다. 70~80센티 정도 되는 참돔 다섯 마리가 들었으며, 선도는 횟감으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싱싱했다. 하지만 선도 좋은 생선을 구입했다는 기쁨은 딱 여기까지였다.
놀러 다닐 때 차에 싣고 다니는 대형 아이스박스가 참돔 5마리로 가득 찼다. 분당집에 도착하니 저녁 일곱 시가 되었으나 피곤한 몸으로 참돔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생선비늘과 뼈가 그렇게 억센지 몰랐다. 코발트색 아이섀도가 선명한 참돔은 ‘바다의 미녀’라는 별명이 있지만 크기와 억센 것을 보면 미녀가 아니라 장군감이다.
갑옷 같은 비늘을 치기 시작하자 백 원짜리 동전만 한 비늘이 사방으로 튀었다. 등뼈는 어찌나 억센지 칼이 들어가지 않아 칼등을 주먹으로 몇 번 내리쳐야 했다. 아내와 둘이서 두 시간을 손질했고, 그날 곤하게 잠이 들은 것은 여독도 있지만 참돔 덕분이었다.
바다낚시하며 회도 떠본 적이 있기에 도미 손질이 쉬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낚시로 잡은 생선은 손바닥만 한 것이니 자르고 회 뜨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70~80센티 정도 되는 생선은 껍질도 질기고 뼈 억센 것이 작은 돼지 손질하는 것과 비슷했다.
가게 주인이 도미를 팔며 “비늘을 슥슥치면 돼요. 쉬워요. 사모님은 여리여리하니 사장님이 손질하시면 되겠네요.” 했지만 믿지 말았어야 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쓸데없이 지름신이 강림해 대형 참돔 5마리를 손질하느라 고생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도미맑은탕을 끓이니 복어맑은탕과 비슷하다. 국물도 시원하고 살이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