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빈, 이현구著, 동녘刊
오래된 책이다. 초판 발행일이 1993년, 3판 7쇄 발행일이 2017년이며 초판 26쇄, 2판 29쇄까지 펴냈으니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개정증보판을 내며
공자를 알면 그가 바라던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노자, 장자, 한비자를 알면 또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각 사상마다 관점과 수준의 차이가 있어 그 높이만큼 세상이 보일 것이고 더 높이 오르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상가들은 550년에 걸친 춘추전국의 혼란을 몸으로 겪으면서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애쓴 사람들입니다. 그들 사상 속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논리가 함께 강한 실천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혼란스러우면서도 사상적으로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를 우리는 제자백가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문화란 그 지역의 종교와 사상이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질이 되는 사상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책이 좁게는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게는 동양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겁니다.
그러나 문화의 다양성이 지역적 차이로만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20대에는 묵자처럼 치열하게, 살다가, 3~40대에는 한비자처럼 영악하게 살고, 5~60대에는 공자나 맹자처럼 근엄하게 살고, 7~80대에는 노자와 장자처럼 유유자적하며 살기도 합니다.
공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공자의 관심은 사람의 삶이었으며, 공자가 얻은 해답은 仁(인)이었습니다. 仁(인) ’ 두 二(이)‘자와 ’ 사람 人(인)‘자를 합쳐놓은 것으로 두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중용에서는 仁을 ’ 사람다움‘으로 풀었습니다. 그러면 ’ 사람답다 ‘는 무슨 뜻입니까? 仁을 ’ 어질다 ‘로만 풀어서는 의미가 제대로 살지 않고 ’ 사람다움‘으로 풀어야 합니다. 공자의 관심은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움을 실천하는 길인가를 밝히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공자가 추구하는 사람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공자는 사람을 네 등급으로 나누며 맨 아래 소인을 두고 그다음이 군자입니다. 소인은 이로우냐 해로우냐를 따지는데 밝은 사람이며, 군자는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데 밝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이로움이 될만한 일을 보면, 그 일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군자가 되기도 어려운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 사람다운 사람(仁人) 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오직 사람다운 사람만이 정말 남을 좋아할 수도 있고 남을 미워할 수도 있다.” “사람다운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 반드시 사람다운 것은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은 그 일을 해서 피해를 입거나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아니라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참다운 용기를 갖고 있기에 사람다운 사람은 맞설 자가 없다(仁者無敵)라고 한 것입니다.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 위에 성인을 두었습니다. 사람다움의 완성이 성인인 것입니다.
노자: 인생의 보배를 간직하라
제자백가 사상은 진한대를 거치며 정리과정에 들어간다. 평등이념을 주장했던 묵가는 자취를 잃었고, 유가는 법가등의 여러 이론을 흡수하며 지배이념으로 자리 잡는다. 노장사상은 민간의 주술적 신앙과 결합한 도교에 이용되며 변형된 형태로 대중 속에 뿌리내린다.
노자는 우리에게 행동지침을 분명히 제시한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 ”물러서는 것이 전진하는 것이다. “ 명예, 권력, 돈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다.
노자가 추구하는 것은 공자처럼 도덕을 닦아 훌륭한 인격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다. 그 인격도 남들의 입방아에 날리는 쭉정이 같은 것이다. 노자가 보배라고 생각한 것은 기본적인 생명의 욕구, 자연스러운 생명활동을 온전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장자: 광활한 정신세계의 끝없는 이야기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하는 길, 그것이 인간의 도리(人道)로, 공자가 말한 人道는 孝弟忠信(효제충신)이었다. ”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남에게 미더워야 한다. 이 人道를 잘 닦으면 어진사람(仁人)이 된다. 어진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고, 남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남의 감정과 고통과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人道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도는 모든 도덕의 근원이다. “
장자는 공자의 말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속임수라고 한다. ’ 사람다운 사람‘의 이름을 빌린 인간들이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옹호해 주고 가난한 백성이 부역과 전쟁에 동원되어 객지에서 죽는 상황을 합리화한다고 생각했다. 장자의 눈에는 부국강병을 외치는 법가나, 도덕정치를 외치는 유가나, 춥고 배고픈 백성들 눈으로 보면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했다.
장자의 도는 어떤 사람만이 만들 수 있고, 어떤 사람만 편한 생활을 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도는 우리들 가까이 있다. 고상하고 깨끗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 속에, 우리가 만지는 그릇 속에, 농부가 이용하는 거름 속에, 우리와 더불어 사는 하찮은 미생물 속에 있다. 도는 많이 배운 사람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육체노동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
맹자: 유가의 파수꾼
맹자가 생각하는 군자의 본성은 인의예지입니다. 인의예지는 감각이나 생리적 욕구가 아닌 마음속의 도덕의지에서 나옵니다. 감각기관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소인이고 마음이 하고자 하는 옳은 방향으로 따라가는 사람이 군자이며, 감각기관은 천한 것이요, 마음은 귀한 것이라 합니다.
소인은 일정한 생활근거가 있을 때는 변치 않는 마음이 있지만, 일정한 생활근거가 없어지면 마음도 변하는 사람입니다. 군자는 이와 달리 생활근거가 없을 때도 마음도 변치 않는 사람입니다. 즉 소인은 자기 밖의 변화에 따라 안이 달라지는 사람이지만, 군자는 밖의 변화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맹자는 군자를 선비, 대인이라는 말로도 부릅니다.
맹자가 생각하는 대인은 마음고생을 하면서 남을 다스리고 그 대가로 남이 생산한 식량을 먹는 사람입니다. 소인은 몸고생을 하면서 다스림을 받고 지배자를 먹여 살리는 사람입니다. 맹자가 본, 본성이 착한 사람은 통치 지위에 있거나 통치자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맹자는 현실적으로 힘센 지배계층을 인정하면서 그들 내면에 본질적으로 들어있는 선의 요소를 완전히 발휘하여 현실의 혼란을 종식시키기를 바랐다.
지배 집단이 피지배 집단보다 도덕적으로 뛰어나다는 주장은 후대 정권 담당자들에게 지배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도덕적으로 뛰어난 집단이 피지배 집단을 교화할 능력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리화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대 조건 속에서 맹자 사상의 긍정적 면도 찾아봐야 합니다.
첫째 피지배계급도 인간 본질인 선의 요소가 들어 있음을 인정하여 도덕적 실현이 가능한 범주로 끌어들였습니다.
둘째 지배를 합리화했지만 도덕의 실천이라는 책무를 주어 피지배계급에 더 많은 양보를 확보해 내려했습니다.
셋째, 지배계급에게 그들의 본성이 감각적인 부분이 아니라 도덕적인 부분임을 일깨워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