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쓰기

1116.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1)

김욱著, 리수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저자는 3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200여 권 넘는 책을 번역했다. 2014년 현재 85세 안 그는 매일 4시에 일어나 하루 8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고, 서점에 가서 신간을 읽고, 도서관에 가 신문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본다. 그러면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사유하고 탐독하며 오늘도 老才(노재)의 시대를 열고 있다.


들어가는 말: 행복하십니까

지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행복보다 더 값진 행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했더라도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당신에겐 행복해지고 싶다는 의욕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불행한 삶은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바라고 소원하고 희망하는 꿈을 상실했기에 삶은 불행해집니다. 몸이 건강하고 돈이 궁하지 않고 평생을 서로 이해하며 살아온 배우자가 곁에 있고 아이들이 남부럽지 않은 길에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차가워지고 입맛이 씁쓸해진다면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은 시간들이 지나간 옛일처럼 화려하지 못하고 활기차지 못하고, 자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병은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나이가 육십이 넘었든, 칠십이 넘었든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더 이상 꿈꾸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희망을 상실한 노인처럼 서글픈 시간낭비는 세상에 없습니다. 남은 시간들 속에서 행복을 찾기 원한다면 소망하십시오. 그것이 우리를 최후의 행복으로 인도해 줄 겁니다.


이 세상에 행복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뭔가를 소망하는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어찌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또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이제 다시 나 혼자만의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모두 행복해지지 못했듯이 물질이 우리 행복을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가슴 벅차게 사랑한 연인과 결혼하여 평생을 서로의 가치관에 갈등하며 살아왔기에 사랑하는 감정이 행복의 절정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오직 나를 통해서만 발견되고 얻어지고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겁고 가장 자유롭다

요즘 영화보다 옛날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수십 번 봤던 벤허, 황야의 무법자 같은 감명 깊은 영화가 요새는 통 안 나온다. 하기야 내가 그 시절 영화를 그리워하는 까닭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시절의 젊었던 나를 그리워함이다. 영화와 함께 했던 그날의 내가 그리운 탓이다.

나는 변해가는데 추억이라는 그림자는 언제까지나 그날의 모습이다. 한때는 내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마저 잊고 살았지만 이제는 그림자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나 도한 예전에는 젊고 아름답고 용감했음을 상기한다. 그러나 나이 들어 가장 슬픈 것은 추억이 오늘보다 반가울 때다.


일본 말 중 제일 좋아하는 표현은 赤秋(적추)다. 청춘이 푸른 봄날이며 만개할 여름을 준비하는 봄이 청춘이었다면 다시금 땅으로 돌아갈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가 가을 곧 赤秋(적추)다. 겨울이 남아 있으니 아직 끝은 아니고 결실도 있다. 풍요롭고 화사한 단풍은 덤이다. 가을바람이 스산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화사한 봄과 뜨거운 한여름을 지나왔으니 좋게 보면 휴식이다. 가을은 분명 차가운 계절이지만 풍요로운 계절이다.

올해로 여든넷, 지금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기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겁고 가장 자유롭다 죽을 때까지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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