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작은 아이가 믿음직했을 때

비교하면 불행해지는 것 몰라?

by 물가에 앉는 마음

“직장이나 사람을 선택할 때 돈을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물론 쉽지 않은 주문이나 그런 시각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직장을 선택할 때 첫 번째는 안정성을 봤고 두 번째는 돈을 보고 직장을 선택했다.

한전 자회사로 출범하며 모회사인 한전보다 20% 이상 급여를 많이 줬다. 국내에서 급여 많기로 열손가락 이내에 든다 한 것이 안정성보다 매력적이었는지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없다. 신입사원 연봉으로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AID아파트 2채를 살 수 있었으니 정말로 돈을 많이 줬다.


아내와 막내는 매일 근 30분씩 통화한다. ‘무얼 먹었냐, 레시피가 뭐냐, 날씨는 좋구나, 어제 옷이 더 예쁘다...,’ 화면에 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도 통화는 계속된다. 물론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요즈음 화제작은 거의 OTT에서 방영하는지 넷플릭스, 티빙 연재물이 재미있는지부터 친구들, 손녀이야기까지 돌아야 거의 마무리가 된다.

말수가 많지 않은 나는 손 한번 흔들어주는 단역에 그치며 이후에는 청취자모드로 바뀌거나 방에 들어간다. 어느 날 청취자모드에서 들어보니 막내의 잔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비교 좀 하지 마, 비교하면 불행해지는 것 몰라” 항상 애로 생각했던 막내의 잔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이제는 자기 앞가림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아이들 삶은 제각각이다. 큰애는 책을 좋아했고 작은애는 방송을 좋아했다. 큰애는 듬직해 보였고 작은애는 가벼워 보였다. 큰애는 공부로 이름을 날렸고 작은애는 학교축제 춤선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큰아이는 용돈을 한 번에 탕진하는 기분파고 작은 아이는 언니옷을 입고 다니고 용돈모아 해외여행 다니는 알뜰 실속파였다.

여러 면에서 큰애가 믿음직했고 작은아이는 막내답게 마냥 어려 보였으나 작은애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던 적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비교하면 불행해지는 것 몰라?”


작은 아이 생각에 공감한다.

불행의 시작은 비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비교 우위, 비교 열위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

매일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비교당하지 않으려고

또는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비교사회로 구조화되어 있기에

눈뜨는 시간부터 비교가 시작되고 비교를 강요받는다.


젊은 시절, 입사 후 보직은 유니크하고 비주류적이었다.

참고자료나 선배도 적어 애를 먹곤 했다.

내 길만 뚜벅뚜벅 걸어간다지만

내가 가는 길이 매우 외로우며 좁다고 생각했다.

양옆이 천길 낭떠러지인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갈수록 길이 좁아져 오금이 저린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주류의 길은 아무리 넓어도 가는 사람도 많아 혼잡하며

치열한 경쟁과 비교의 길이었다.

주류의 길을 걸어갔다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도 아내는 막내와 화상통화를 이어갔고,

나는 손 한 번 흔들어주고 청취지 모드로 들어갔다.

아내가 ‘돈만 보고 사는 것이 아니니 잘 키웠다’고 하자

작은 아이가 받아쳤다.

‘아니야 잘못 키웠어. 돈 많이 벌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데

돈만 보고 살지 말라해서 많이 모으지 못했잖아’


요즈음 막내가 네덜란드에 집을 사려고 한다.

물론 서울만큼 집값이 비싸다

대신 융자를 많이 해준다.

가진 것은

돈만 보고 살지 말라해서

조금밖에 되지 않는 듯하다.

작은 아이 주머니는 새털같이 가벼워도

마음만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부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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