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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 행복은 따뜻한 마음에서 온다(2)

행복은 따뜻한 마음에서 온다(2), (김정빈著, 동화출판사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남을 살리는 자가 산다.

네팔 산길을 두 명의 여행자가 가고 있었다. 눈보라는 갈수록 심해지고 추위는 살을 에었다. 얼마쯤 가다가 눈밭에 쓰러져 신음하는 노인을 발견했는데, 한 사람은 노인을 데려가자 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우리도 죽을지 살지 모르는 판에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까지 끌고 가다간 셋 다 죽고 마오. 그냥 갑시다.’ 하며 혼자 눈길을 걸어갔다.

그러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노인을 업고 가기로 했다. 걷는 속도는 느려지고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해 열기까지 느껴져 힘은 들었지만, 추위만은 견딜 만했다. 마침내 마을에 다다랐을 때 길바닥에 꽁꽁 언 채 죽은 사람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앞서간 동행이었다.


행복이 숨어있는 곳

몇 해 전 시골 마을에 집을 지어 이사하게 되었다. 열 평 정도 정원을 세 구역으로 나눠 한 곳에 대 여섯 종의 야생화를 심었다. 손님들은 야생화 꽃밭을 보며 빙긋이 웃는다. 이것도 꽃이냐는 듯한 웃음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꽃밭을 보며 웃는다. 나는 손님들과 달리 꽃밭을 서서 바라보지 않는다. 야생화는 꽃의 크기가 아주 작다. 백합, 수선화 튤립 같은 꽃에 비하면 너무 작아서 밥풀만 한 정도의 꽃을 피우는 것도 있어 서서 바라본다면 꽃 모양새를 잘 관찰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쪼그려 앉아 야생초를 관찰한다. 자세히 보면 놈들은 참으로 예쁘다. 산골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는 흰 무명옷을 입은 순박한 시골 소녀 같은 아름다움이 그들에게 있다.

행복은 그렇듯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너무 가까이 있으므로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바로 그 어두운 등잔 밑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이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주면, 찬찬히 사물을 바라보면, 어떤 것이든 아름답다, 어떤 것이든 행복의 자료가 된다.


행복한 아내

어떤 남자가 철학자에게 행복과 불행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철학자는 ‘첫 번째 마음’과 ‘두 번째 마음’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예를 들어 당신의 아내가 장만한 음식 앞에 앉았다고 합시다. 그때 당신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야, 이 음식은 참 맛있겠구나!’ 이것이 첫 번째 마음입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수프는 짜고 빵은 딱딱하고 채소는 씁니다. 그러면 실망해서 화를 냅니다. 이것이 두 번째 마음인데, 이 두 마음 사이에서 불행이 생깁니다. ‘그러면 행복은요?’ 다시 당신의 아내가 장만한 음식 앞에 앉았습니다. ‘아내의 음식 솜씨가 별로 좋지 않다. 수프는 짜고 빵은 딱딱하고 채소는 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만족하여 즐거운 미소를 머금게 되고 이렇게 하여 첫 번째 마음과 두 번째 마음 사이에서 행복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행복은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인데 그거라면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제 아내입니다.’


아내는 늘 행복하고 불운이 닥쳐도 금방 행운으로 바뀌는 사람입니다. 지난여름 아내가 길을 가다 넘어져 팔목이 부러져 아내 행운이 여기서 끝나나보다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내의 친구가 물었습니다. ‘다친 것이 오른쪽 팔목이니 왼쪽 팔목이니?’

‘왼쪽’

친구가 손뼉 치며 오른손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나는 행운아야.’ 아내가 동의했습니다.

나는 그 친구가 너무 천진하다고 생각되어 다른 친구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친구에게 팔을 다친 이야기를 하자.

‘앞으로 넘어졌니, 뒤로 넘어졌니?’

‘앞으로’

친구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뒤로 넘어졌다면 머리를 다쳤을 텐데 손을 다치는 게 백번 낫지 안 그래?’

또 다른 친구에게 묻자 허리를 다치지 않았다고 운이 좋았다 합니다.

아내는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저를 돌아봤습니다.

‘여보, 나는 행운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나 봐요. 무슨 일이든 좋은 쪽으로만 일어나요. 이번 일만 해도 공휴일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휴일이라 병원이 쉬면 애를 먹었을 텐데.’

‘또, 당신이 옆에 있었잖아요. 아무도 없을 때 사고가 곤란했을 텐데 평일에 당신과 같이 있을 때 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종일 데이트도 할 수 있었어요.’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당신과 함께 사는 나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이야. 그렇지?’

아내는 연신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며 다치지 않은 오른팔에 시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좋은 성격도 나쁜 조건에 오래 처하게 되면 나빠질 수 있다. 그리고 나쁜 성격도 좋은 조건에 오래 처해 있으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조건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영향을 이겨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좋은 성격을 타고났어도 그 성격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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