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著, 조현숙譯, 책세상刊
‘논어’와 ‘장자’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저런 번역본을 읽게 된다. 같은 책(‘논어’와 ‘장자’)을 여러 번 읽는 이유는 역자마다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으나 ‘논어’는 읽을 때마다 되새김질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장자’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 역자마다 새롭게 해석하는 부분이 있으나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머리말은 없지만 후기가 무척이나 긴, 단편소설만큼 긴 31페이지나 된다. 역자도 후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장자의 매력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자,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기에 읽는 사람마다 창조적 읽기가 가능한 것이다. “
옮긴 이 후기: 마음으로 하는 철학
당나라 현종은 장자에게 南華眞人(남화진인)이라는 호를, 그의 책 장자를 南華眞經(남화진경)이라 칭했다. 장자라는 책은 채우고 버리고 다시 채우고 다시 버리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장자는 이를 巵言(치언)이라 했는데 巵(치)는 술잔이란 뜻으로 巵言은 잔을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는 글쓰기라는 의미다. 내가 하는 말에 갇히지 않고 열어놓는 글쓰기 방식으로 내 말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자가 이런 글쓰기를 한 것은 자연의 생명력을 다 발휘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장자라는 책은 누구라도 들어와 놀 수 있는 행간이 넓다. 행간에는 놀면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있기에 장자라는 책이 아름답고 매력 있다고 평가받는다.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장자에 자신을 비춰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장자를 읽고 또 읽는 이유다.
장자의 또 다른 매력은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장자에 대한 해석이 이어지고, 알기 어렵기에 읽는 사람마다 창조적 읽기가 가능한 것이 매력이다.
익숙해진 생각이나 논리의 잣대로 장자를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장자 스스로도 터무니없는 말, 황당한 말, 밑도 끝도 없는 말을 제멋대로 했다고 한다. 장자의 시대에는 바른말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치언으로 끝없이 바꾸고 다르게 말하고, 우화방식인 우언, 옛사람의 말을 빌려하는 방식인 중언으로 끝없이 이야기를 바꾸면서 넓고 진실하게 말하는 방식을 택했다.
장자는 ‘나’의 정체성이나 자의식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기주장, 선입견,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또한 사물을 쓸모로 판단하지 않았다. 세상은 모든 것을 쓸모로 재단하고 차별하지만 장자는 쓸모없는 커다란 박으로는 배를 만들어 놀자 하고 쓸모없는 큰 나무 그늘에서 놀자고 한다. 쓸모나 효용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담 없는 마을에서 함께 노닐기를 바랐다. 노니는 곳에서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으며 잘났다고 내세우거나 못났다고 버릴 것도 없다.
누구를 지배하거나 유명해지려 하지 않았다. 그는 가난했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 “뱁새는 깊은 숲 속에서도 둥지를 트는 데 쓸 가지 하나만 있으면 그만이고 두더지는 황하에서도 자기 배를 채울 물만 마시면 그만”이라 했다.
장자는 위태로운 세상에 살면서 출세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지 않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머리와 다리는 있어도 마음과 귀 없는 자들이 많습니다. 장자는 작은 앎(小知)에 갇혀 진위와 시비를 따지는 논리 이성, 인의 예악이라는 도덕 이성에 갇힌 작은 철학으로 세상이 길을 잃었다고 슬퍼했다. 논리 이성과 도덕 이성으로 세상을 판단, 차별, 배제하고 담을 쌓게 되는 세상을 슬퍼한 것이다.
큰 앎이란 “내가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이다. 세상은 넓고 내가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장자의 마음은 넓은 바다처럼 느긋하다. 장자는 작은 앎만 사랑하다 죽어가는 철학을 큰 바다로 향하게 한다. 장자에는 큰 앎을 사랑하는 철학, 담 없는 마을을 노니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즐거운 철학이 있다.
장자는 머리로 읽고 이해하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갇힌 앎을 열린 앎으로, 작은 이성을 큰 이성으로 키우는 책 ‘장자’야말로 위대한 철학책이다. 철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입니다. - 전자방 -
앎에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습니다.
아침에만 피는 버섯은 아침저녁을 모르고 여름 한철 쓰르라미는 봄가을을 모릅니다. 몸에만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앎에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습니다. - 소요유 -
갇힌 사람들
아는 것으로 사는 사람은 생각할 변고가 없으면 즐겁지 않습니다. 말로 사는 사람은 논쟁거리가 없으면 즐겁지 않습니다. 감찰하는 사람은 사건이 없으면 즐겁지 않습니다. 모두 무언가에 갇힌 사람들입니다.
뛰어난 사람은 나라를 세우려 하고, 잘난 사람은 공직에서 빛나려 합니다 힘 좋은 사람은 재난이 닥쳐야 자신만만하고, 용감한 사람은 환난이 생겨야 고무됩니다. 무장 한 사람은 전쟁을 즐기며, 산속에 숨어 사는 사람은 명예에 삽니다. 농부는 잡초 뽑을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으며, 서민은 조석으로 할 일이 있어야 부지런히 일합니다. 기술자들은 기술을 뽐낼 일이 있어야 힘이 나며, 탐욕스러운 사람은 돈과 재물이 쌓이지 않으면 걱정합니다. 허세 부리는 사람들은 세력이 남보다 떨어지면 슬퍼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세태를 따라가다가 무언가에 무언가로 이용되기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몸과 마음이 세상일에 빠져 돌아오지 못합니다. 슬프지 않습니까? - 서무귀 -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 스스로 보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 스스로 욕망하지 많으면서 무언가를 욕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남들이 즐기는 것을 즐기려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 변무 -
자신의 처지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마음을 비운 사람은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막힌 사람은 자기 자신의 처지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남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남들과 친하지 않습니다. 남들과 친하지 않은 사람은 끝까지 남입니다. - 경상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