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面敎師(반면교사)에서 더욱 교육적인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매우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나쁜 놈과 좋은 분을 구분하는 잣대가 명확한 편이다. 거짓말하는 사람과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은 나쁜 놈으로, 반대 경우와 맡은 바 직분에 열정을 쏟는 사람은 좋은 분으로 구분한다. 성격과 같이 단순무식하고 명쾌한 기준이며, 나 자신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내 삶의 방식이 최선이며 유일한 바른길은 아니다.
직장 생활하며 부서원들에게 주는 지시성 메시지는 고상하지 않았다. 논리가 있되 명쾌하고 짧으며 직설적이었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메시지는 좋은 메시지가 아니며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는 첫 번째 주문이 ‘거짓말하면 안 된다.’였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 아닌 뻔뻔하고 이기적인 악의의 거짓말(black lie)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았다.
현장 전기팀장시절, 전자오락에 빠진 계약직원이 아프다며 거짓말하고 며칠을 결근했다. 오락실에서 밤새운다는 첩보를 이미 확인했는데도 오랜만에 출근한 계약직원은 아픈 표정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에 말없이 출입문을 손으로 가리켰고 출입문을 나간 그를 다시 본 직원은 없었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은 하거나 시키기도 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으나 결혼 자금 부족으로 고민하는 직원과 상담했다. “회사에서 사택 주고, 출퇴근 버스 있고, 대출도 해주니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결혼 상대자에게는 결혼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마라. 남녀 간에는 콩꺼풀이 벗겨지기 전까지는 속이고 속는 것이다. 여자도 예쁜 옷 입고 화장하고 나오고 너도 만나러 가기 전 세수하고 로션 바르지 않니? 놓치면 후회할 것 같으며 이 여자와 결혼해야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최대한 잘 보여서 결혼해야 한다.”
신혼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걱정이 없으니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모셨던 감사님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공기업 감사는 사내 서열 No 2로 CEO다음으로 서열이 높다. 고위직에 오르면 당연히 쳐야 하는 시기이자 사회적 분위기였는데 골프 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점심 먹으며 물어봤다.
‘감사님은 왜 골프를 치지 않으시나요?’
‘공무원이었을 때 주무차장을 했는데 윗분들이 골프 치러 간다면 경비를 마련하느라 고생했습니다. 거짓출장으로 경비를 만들다 보니 자괴감이 들어 나는 승진하면 골프 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휴일에는 산에 다닙니다.’
‘그러는 처장님은 왜 골프를 치지 않나요?’
‘감사님께서 골프 치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저도 차장시절에 결심했습니다. 아마 자기 돈 내고 치는 운동이었으면 골프를 배웠을 겁니다. 저는 혼자 낚시 다닙니다.’
그 시절, 로비는 골프를 통해 이루어지곤 했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모시고, 하청업체에서 발주처를 모시고 하는 운동이 골프였다. 문제는 하급자와 하청업체가 자기 주머니를 터는 것이 아니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해야 했기에 나쁜 운동으로 인식되는 것이 골프였다.
물론 골프 치는 사람이 룸살롱 가는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라는 골프옹호론자도 있지만 오십 보 백보같은 궤변이다.
혼탁한 시기에 골프 치지 않았다고 ‘좋은 분’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부정도 많이 저질렀고 묵인도 했다. 선한 목적을 위해 저지르는 부정이 어디까지 용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기업은 여러모로 빡빡하기도 하고 어수룩한 구석도 많다.
얼마 전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서명에 사용한 펜에 눈독을 들인 적이 있었다. CEO간 격식을 갖춰 MOU를 체결할 때도 만년필이 있어야 하는데 만년필을 구입할 예산과목이 마땅치 않다. 예산과목에 맞춰 경비를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사하며 몇십만 원짜리 만년필을 구입하는 것은 추후 문제 발생 소지가 다분했다.
두루뭉술하게 예산 내에서 인쇄비 명목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사 후 만년필을 기념으로 갖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절도로 신고해야 하나? 선물로 간주한다면 김영란법에 위배된다. 만년필을 구입해도 문제고 구입하지 않아도 문제다. 그렇다고 만년필을 구입할 예산과목이 마땅치 않다며 직원들에게 월급에 포함되어 있으니 주머니 털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좋고 나쁨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세대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과거에는 거짓말하면 나쁜 놈이라 구분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지루한 사람이 나쁜 놈이므로 거짓말하는 사람은 두 번째 정도가 될 것 같다.
예전에 혐오했던 ‘나쁜 놈’들이 사회악이며 척결대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는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살다 보면 正面敎師(정면교사)보다 反面敎師(반면교사)에서 더욱 교육적인 사례가 나오기도 하므로 ‘나쁜 놈’의 사회적 기여도가 더 높은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청와대에서는 어떤 예산비목으로 만년필을 구입했을까? 이제는 공무원, 공기업에도 융통성이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