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올라오는데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다.
‘公’자가 붙는 공기업과 공무원의 특징 중 하나는 ‘모범’이다.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파급되는 영향력이 민간기업과 다르기에 우직하게 규정과 절차를 준수한다. 물론 이로 인해 상황 대처가 느리고, 비효율이 발생하여 국민의 비난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 대부분은 공적 기능의 존재를 잊고 지내지만, 기능이 마비될 경우 초래되는 혼란과 손실은 엄청나다. 예를 들면 공기업의 가스 수입가격이 대체로 높은데 공기업은 가격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한다. 민간기업은 低價의 가스를 찾지 못해 시장에 공급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고 인정받으며, 기업은 이익과 신뢰도 사이의 접점을 찾는다. 하지만 공기업은 가스가 부족하여 발전 불가능, 난방 불가능, 취사 불가능 사태가 초래되거나 비정상적인 가격폭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력산업계에서는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 국민, 경제에 미치게 되는 손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2003년 뉴욕 대정전은 3일 만에 수습되었고 피해액은 7.2조 원, 우리나라에서는 대정전이 아닌 2011년 9월 15일 4시간여의 순환 정전 피해액은 620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9월 15일 순환 정전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 현재는 충분한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정전을 자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니 유사사례는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 19의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자동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인간이 조심해야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이기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으로 운전, 정비인력이 격리되어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발전소를 정지하게 되어 전력부족 상황이 초래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발생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공기업 직원들은 그래왔던 것처럼 우직하게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느라 느리고, 비효율 발생으로 인한 소소한 비난은 감수하며 지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사람 많은 곳 방문 자제하기 등의 코로나 19 예방수칙은 출장, 세미나, 회의, 식사, 사무실 분산, 재택근무로 이어져 업무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회사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나 집에 가는 횟수도 줄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변 음식점을 자주 이용해야 하지만 회식은 금지되었고, 친지간 사적 소모임도 줄었기에 여의치 않다. 대신 누룽지, 떡 등 비상식량을 늘리고 과일, 우유, 김밥 등을 사서 숙소에서 자체 해결하는 빈도가 늘었으니 편의점과 테이크아웃 음식점 매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며 살고 있다. 혁신도시에 살고 있는 기러기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고 있다.’ 바른 표현인지 몰라도 어감이 내가 사는 모습과 일치한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기 마련이다. 올 봄은 이러저러한 사유로 나주에 잡혀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낚시할 시간이 늘었다. 좁은 오피스텔의 답답함과 코로나 블루를 이기기 위해서는 바깥바람 쐬는 것이 상책이다. 나주에 다시 내려오며 2년 동안 낚시를 많이 하겠다고 했는데 집에 올라가지 않으니 낚시 여건은 좋아졌다. 버킷리스트에 있는 붕어 50㎝는 쉽지 않지만, 어자원이 많은 동네이니 혹시 운이 따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인지 일기와 조황 또한 음산하고 쌀쌀했다. 따뜻한 고장인 나주가 서울보다 기온이 낮은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상기온 탓인지 붕어산란 예측은 몇 번이나 빗나가 낚시제자 얼굴 보기 민망할 정도가 되었다. 예년 같으면 2월 중순부터 튼실한 붕어가 입질했으나 몇 번을 허탕 쳤고 현지사정에 밝은 지역 꾼들도 고개를 갸우뚱 거릴 정도였다. 낚시 조황만큼이나 시간은 덜컹거리고 삐거덕거리며 흘러갔지만,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배꽃, 유채꽃은 질서정연하게 피고 졌다. 붕어들도 어느새 산란을 끝냈고 3월 말 되어 우연히 턱걸이 월척 두 마리를 낚으며 아쉽게도 봄 낚시 시즌이 끝났다.
혼자 출조할 때는 잡혀도 그만이고 안 잡혀도 그만이다. 맑은 공기 마시고 머리가 정리되었다 싶으면 주섬주섬 짐 챙겨 집에 들어가고 볕이 좋아 낮잠이 몰려오면 편치 않은 낚시 의자에서의 낮잠도 꿀맛이다. 붕어 담는 바구니를 걸어놓지 않으니 빈 바구니도 무관하나 낚시 배우는 제자와 함께 가면 나는 못 잡아도 제자는 잡아야 마음이 편하다. 스승이 매어준 채비에 같은 미끼를 사용하고 나란히 앉아 낚시하니 변수는 거의 없는 셈이다. 같은 조건이니 제자가 많이 잡길 바라지만 붕어 마음은 스승 마음과 같지 않다. 많은 조건 중에 한 가지 다른 것은 조력인데 붕어는 연륜 대접도 할 줄 아는 영물이라 제자의 조력을 깔보는 듯하다.
하얀 배꽃이 지천인 세상도 장관이지만 군데군데 박혀있는 분홍색 복숭아꽃은 경치의 상승작용을 한다. 이 풍경에 넋을 빼앗기면 낚시는 뒷전이고 눈은 배꽃에 가 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이맘때면 과수원마다 북적거리기 마련인데 인적도 끊기고 생기가 없어졌다. 언 땅이 녹을 즈음 웃자란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비료 주고, 꽃피면 벌과 나비 대신 인부들이 인공수정을 시켜주느라 과수원이 부산한데 올해는 조용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동남아 노동자들이 부족한 농촌 현실이다.
웃자란 가지에 배꽃이 가득하니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배 농사에는 좋을 것이 없다. 웃자란 가지에는 배가 열려도 따기 어렵고 지지대가 없어 가지가 찢어질 가능성이 크다. 봄이 와 배꽃 흐드러지게 펴있어도 농민들 가슴은 애가 타들어 가니 이것이야말로 춘래불사춘이다. 아마도 올해 나주 배는 커다란 상품도 귀하고 인공수정을 못 했기에 작황도 좋지 않을 것이며 가격은 비쌀듯하다. 인공수정이 아닌 자연 수정되었기에 맛이 좋으려는지 모르겠으나 크고 탐스러운 과일보다 보잘것없이 작은 과일에 적응하고 만족해야 하는 추석이 올듯하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 19는 배 농사뿐 아니라 생활, 산업패턴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이고 New Normal은 빠르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닐 것이라고? 원유 1배럴당 –30$를 경험한 적 있는가? 마스크, 화장지 등 위생용품의 자국 내 자급자족 체계가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무질서를 봤는데 우리나라는 예외였는가? 우리나라 국민은 전체의 안전을 위해 조지 오웰의 1984와 똑같은 상황인 New Normal을 수긍했으나, 인권존중을 우선한 나라는 감염 추적과 방역에 실패했다. 세계화, 공유경제는 잠시 주춤(단기적으로 주춤이 아니라 벼락을 맞았다.)하고 에너지는 남는다.
업무의 개인화, 삶의 개인화는 심화하겠지만 반대 현상도 일어나는 등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코로나 19가 변곡점이 될 것이다.
o 음주일변도 단체 회식은 줄어들 것이다.
- 회식에 대한 세대 간 이견이 있었으나 단번에 정착되었다.
o 영상회의는 늘어날 것이며 온라인 업무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 기업은 재택근무 효율을 높일 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업무부여와 성과측정,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o 실내보다 야외 활동 위주의 여가를 즐길 것이며 해외보다는 국내 체험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 포도주/맥주 만들기, 고추장/된장 만들기
o 혼자 하는 DIY과 단체로 하는 야외 동호회 활동 증가
- 목공예, 그림, 자전거, 낚시, 등산
o 위의 것들을 가상공간에서 묶어주고 필요 물품을 비대면으로 보급하는 사업과 일자리 증가
- 콘텐츠 사업, 플랫폼 사업, 물류, 운송사업
o 우리 회사 업무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 夢想家들이 필요하다. New Normal
2020년 봄, 찌는 올라오는데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