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친구들이나 한국친구들이나 또래의 고민은 공부에 대한 걱정,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 이성에 대한 호기심,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까지 도시가 다르고, 공기가 달라도 사람은 비슷했다. 제대로 공부하기도 전에 공부는 ‘재미없는 것’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공부는 정말 재미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는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탐험이다. ‘하늘은 왜 파랗지? 얼음이 녹으면 왜 물이 되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지?’ 호기심을 푸는 것이 공부다. 세상의 수많은 비밀, 지혜를 가장 짧은 시간에 섭렵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니 어찌 즐거운 탐험 아니겠는가?
-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이형진著, 샘앤파커스刊) -
저자는 미국태생 한국인으로 SAT 만점, 아이비리그 9개 대 합격…. 아시아인 최초 수상 등 ‘최고, 최초’라는 요란한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인 공부의 신, 공부지존이다. 해리 포터의 열광적 팬으로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을 꿈꾸던 중 고색창연한 예일대의 풍경에 반해 예일대에 입학했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내공 깊은 철학자 수준의 제목이지만 공부지존 이라하니 어색한 제목은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공부에 대한 철학을 확고히 한듯하며 목표와 의지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로 목표가 정해지면 추진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목표달성 의지가 강하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아이디어를 내어 대안을 만들고 돌파한다. 반대로 의지가 약하면 실행하기 전부터 100가지 핑계가 만들어진다. 인력이 부족하고, 신장비가 없으며, 타부서 도움이 없고, 예산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 인력이 충분하고 신장비가 확보되었으며, 타부서의 전폭적인 지원과 풍부한 예산,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구태여 의지 약한 사람이 필요할까?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을 앉혀놓아도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테니 말이다.
어느 꼰대가 5년 이내에 책 100권을 읽으라 했으니 한 달에 책을 두 권 읽으라는 주문이다. 책 한 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 차이는 있지만 가벼운 책은 4~5시간 정도 소요되고 늦게 읽어도 8시간 정도면 1권을 읽을 수 있다. 소요시간은 집중과 몰입의 차이인데 온종일 책만 읽으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하루 한 시간 투자한다면 일주일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꼰대는 왜 인문학 책을 100권이나 읽으라고 했을까? ‘책 읽는(공부하는) 이유’에서 “앞으로의 경쟁력이란 ‘새롭고 뛰어난 생각을 해내는 창의력’과 ‘사물과 현상을 꿰뚫는 능력인 통찰력’이 될 것이며, ‘인간관계 개선과 리더십 함양’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했는데 이에 대한 믿음과 공부의 목표 없이 무조건 적인 책 100권 읽기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라는 고상한 이유가 아니어도 먼저 자신만의 공부목표와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행복하게 사는 법’은 덤으로 알게 된다.
‘공부의 기술’이라는 책이 여러 권 발간되었으나 읽어보지 않았다. 경험상 공부하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었기에 ‘일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만고불변의 진리면 ‘법칙’이라는 명예를 부여하는데 ‘에너지 보존의 법칙’, ‘멘델의 유전법칙’, ‘옴의 법칙’이 유명하나 ‘김병만 정글의 법칙’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하루에 세 시간씩 십 년이면 일만 시간이 되는데 1만 시간을 한 가지 일에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일만 시간의 법칙’이다. 샐러리맨에게 하루 세 시간은 분명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쉬운 일이냐 하면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 근무시간은 샐러리맨 근무시간을 초과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든지 똑같이 24시간이나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된다. 하루에 세 시간은 본인 의지로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근무시간은 9 to 6 이다. 하루 3시간을 만들려면 6시에 출근해야 한다. 9 to 6 라고 해도 8시 출근이 일반적이니 5시에 출근하던가 아니면 6시 출근 19시 퇴근으로 3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아침잠이 많다면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하지만 남들과 같이 자고, 놀고, 쉰다면 하루 3시간의 잉여시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잠을 덜 자던, 남들이 3시간 놀면 2시간 놀아야 시간이 만들어진다. 자신만의 공부 목표와 이유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step이라면 공부시간을 만드는 것이 두 번째 step이다. 매일 책 보는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가하고 시간 남을 때 책을 보겠다는 사람은 퇴직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집중력과 지속력이다. 우스갯소리로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읽는다고 한다. 엉덩이를 의자에 얼마나 오랫동안 붙이고 있을 수 있는가? 실제 책을 읽어보면 맞는 이야기임을 실감하게 된다.
외근직 직원에게 내근을 하라 하면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종일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시절을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보내고 1988년 본사 전입 후 가장 괴로웠던 것이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적응하는데 3~4개월 정도 걸렸다. 반대로 유능한 내근직 직원을 외근으로 전보 조치하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외향적인 성격과 사교성이 뛰어난 직원이라면 적응하겠으나 내성적이며 비사교적 성격의 직원이라면 사표를 던질 수 있다.
책 읽는 것이 숙달되어 의자에 앉아 3~4시간 책 속에 얼굴을 파묻을 수 있다면 엉덩이에 힘이 붙은 경지이다. 일과 중에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새벽에 출근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면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다. 목표를 세워, 1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정 시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본다.
‘잉여시간을 만들고, 엉덩이 힘을 길러, 꾸준하게 읽는 것’, 유일한 책 읽는(공부하는) 방법이자 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