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이해해 줌으로써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지만 ‘행복’에 대한 정의와 모습은 모두 다르다. 마트에 가서 사는 소주처럼 도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신형 스포츠카처럼 나이스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행복’이란 단어가 추상명사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행복의 모습이 다르기도 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기에 그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행복을 빨리 그려낼수록 행복해지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주 숙소는 오피스텔로 창문을 열면 동네브랜드 커피집이 보인다. 커피 맛이 그저 그렇기에 사시사철 손님이 없어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커피집이 곧 망하겠구나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주인아저씨가 가게 한구석에서 붕어빵을 굽기 시작하며 상황이 반전했다. 커피집 위로 사설학원이 많아 아이들과 학부형들이 줄 서서 붕어빵을 사 먹기 시작했고 나도 가끔 가서 붕어빵을 사 먹는다. 망하기는커녕 돈 많이 벌겠는데…. 커피집이 망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졌으며, 창문 넘어 보이는 커피집에 줄 선 꼬마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 되었다.
사실 행복할 때는 행복한 줄 모르나 결핍상태가 되어야 무엇이 행복인지 쉽게 깨닫는다. 전세 사는 사람에게는 아파트 장만이 행복이지만 월세 사는 사람은 전세 사는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이 행복이다.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 공부는 못하지만 건강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부럽다.
직장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직장인의 최대 행복은 ‘승진’이라 하지만 승진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승진한 당일만큼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정말로 살맛나는 세상일 텐데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다. 승진할수록 중압감은 늘어가고 관리하는 직원 숫자가 늘어날수록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어진다. 세어보니 차장, 부장, 실장, 처장, 상무로 다섯 번 진급했으나 진급의 기쁨이 한 달 이상 지속된 것은 아닌듯하다. 35년 근무 중 진급으로 행복한 것은 5개월이 넘지 않은 것이다.
후배 간부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직원으로 내려가는 시험이 없으므로 한번 간부의 길로 들어서면 오직 전진만이 있다. 차장이 되었으면 부장이 되어야 하고 실장이 되어야 하고 처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또는 늦게 가지는 마라. 빨리 처장이 되면 좋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성취감이 떨어지고 의욕도 없어진다. 반대로 너무 늦어지면 사람이 추하게 보인다. 물론 전부가 처장이 되어 퇴직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부장이 되려 노력해라. 동기들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행복은 아니더라도 불행해지지 않는다.
간혹 진급의 꿈을 버리고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이들이 돈을 벌면 벌수록 빈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이미 고전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이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신입사원 시절 소형차를 타다가 중형, 대형 국산 차로 크기를 늘리고 어느 정도 나이 들어 부가 쌓이면 벤츠나 BMW로 바꾸게 된다. 키드니 그릴과 삼각별이 박힌 럭셔리한 명차를 몬다고 행복해질까? 대형아파트에 살면서 전원주택을 갖게 되고 주말마다 바비큐를 먹는다고 행복해질까?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까지 명예와 지위가 올라가야 하고,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돈을 벌어야 하나 인간의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기에 돈과 명예만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승진이나 재테크에 열을 올리더라도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직장인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출근부터 행복해야 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에게 물었다.
‘회사 생활 재미있니?’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한다.
‘60세에 퇴직하려면 몇 년 남았니?’
‘약 32년 남았습니다.’
‘정년연장 될 것이니 적어도 35년은 다녀야 하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기 최면을 걸어라. 나는 출근하고 싶어. 일찍 출근해서 선배님도 만나보고 싶고 팀장님도 보고 싶다고 세뇌해야 행복해진다.’
‘직장인은 회사 출근하는 것부터 행복해야 한다. 출근길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을 느끼는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찾는 것이 좋다. 출근하면 주임도 보기 싫고 팀장을 보면 숨이 막힌다면 얼마나 불행한 직장생활인가?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게 35년을 다닌다고 생각해 봐라. 차라리 교도소에서 무기징역을 사는 것이 나으려는지 모른다. 나는 퇴직이 내일모레지만 아직도 출근이 행복하다.’
다소의 급여차 보다 직장 분위기가 개인의 행복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한 직장 분위기는 동료에게 양보하며, 후배들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이해해 줌으로써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직장 내에서는 조금씩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素書(소서)에서도 ‘행복은 검소한 생활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겸허하고 절약하고 검소하면 행복이 보이고 욕심이 없어지기에 막다른 처지에 빠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