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행복의 지도(2) (에릭 와이너著, 어크로스刊)

행복은 국가의 최대 목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네덜란드 : 행복은 끝없는 관용에서 온다.

행복척도에서 일관되게 높은 점수를 기록한 나라가 눈에 들어온다. 1등은 아니지만 1등과 가까운 점수인 나라가 네덜란드다. 별다른 특징도 없는 네덜란드가 왜 행복한 걸까? 우선 네덜란드는 유럽으로 건강보험을 잃어버릴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자리를 잃을 걱정도 없다. 국가가 다 보살펴줄 것이다. 매우 긴 휴가를 즐길 수 있고 미국인들 앞에서도 우월감을 내보일 수도 있다.

로테르담은 온통 단조로운 잿빛이라 관심을 끄는 풍경은 거의 없다. 그래도 네덜란드에 살던 사람들과 이슬람이민자들이 뒤섞여 살기에 가끔 흥미로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 성인용품샾 부근에 파키스탄 이슬람센터가 있는 식이다. 음주가 불법인 나라. 부르카를 입어야 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새로운 고향으로 정한 네덜란드에서는 마리화나도 합법, 성매매도 합법이다. 네덜란드식 관용이다.


모든 문화권에서 행복을 귀하게 여기지만 그 정도가 똑같지는 않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개인적인 만족보다는 사회적인 의무수행과 조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이 나라들에서 행복도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현상은 ‘동아시아 행복격차’라고 불리는데 이 말은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진심을 토로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답변을 한다는 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모난 돌을 두려워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면한데 가진 재산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편이다.


스위스: 행복은 조용한 만족감이다.

행복의 피라미드에서 스위스는 꼭대기 근처에 있었다. 삶의 기쁨을 풍부하게 누리고 있는 이탈리아인이나 프랑스인들보다 높은 순위인 스위스인 들이 뭔가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스위스인 들은 가늘고 긴 삶을 산다. 그들은 남을 따라 행동하면서 만족한다. 바닥을 파보는 일도 없고 천장에 닿을 만큼 높이 올라갈 일도 없다. 스위스인 들은 어떤 것을 가리켜 경이롭다거나 굉장하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없고 그저 ‘나쁘지 않다.’라고 한다. 높거나 낮지 않은 중간쯤에서 사는 삶, 나쁘게 이야기하면 지루하고 권태로운 삶이 행복의 비결일까?

밴드활동을 하는 잘릴이란 청년에게 물었다. ‘스위스인 들이 행복한 이유가 뭐죠?’ 잘릴이 웃으며 대답했다. ‘언제든 자살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스위스는 안락사에 대해 자유로운 법을 가진 나라로 유럽전역에서 죽으러 스위스에 온다. 이것이 얼마나 기묘한 상황인지 이제 실감이 난다. 일요일에 잔디밭을 깎거나, 요일불구 발코니에 빨래는 너는 것과 밤 10시 이후 화장실 물 내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자살은 합법이다.

스위스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행복한 나라라니? 로마가톨릭을 믿는 나라들은 자살을 금지하는 교리로 인해 자살률이 낮다. 하지만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다.


부탄: 행복은 국가의 최대 목표다.

부탄 유일의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카르마 우라를 만났다. 카르마는 행복의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인물이다. 카르마 우라는 정부가 비행기를 인도하는 조종사 같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나쁘면 계기에 의존해 비행해야 하는데 계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조종사가 제대로 운전해도 항로를 벗어나고 말 것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가 그런 상태라고 말한다. 발전의 척도를 국민총생산에만 의존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을 예로 들면 취학률을 측정하는 데만 매달리고 교육의 내용을 보지 않죠. 일본의 예를 들어볼까요? 국민들이 장수하고 있는데 60세 이상 노인들의 삶의 질은 어떻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다. 사람은 가장 측정하기 쉬운 걸 측정할 뿐, 사람들의 삶에 정말로 중요한 건 측정하지 않는다. 국민행복지수는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행복, 즉 주관적인 복지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을 돈으로 사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며 1년에 1만5천 달러 정도로 낮다. 그 선을 넘으면 경제성장과 행복의 관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미국인들은 50년 전보다 3배의 부자가 되었음에도 행복해지지 않았고 일본을 비롯한 많은 산업국가도 그렇다. 돈은 많아졌고 일하는 시간은 줄었으며 휴일도 늘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며 건강해졌고 더 오래 살면서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부탄을 떠나기 전 카르마 우라와 다시 만났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요?’ ‘때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습니다. 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목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행복은 관계인데 서구사람들은 관계를 맺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나는 스위스에서도 신뢰가 행복의 선행조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와 제도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이웃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


몰도바: 행복은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너무 행복한 사람들만 봐서 그런지 이제 질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 기분을 북돋워줄 수 있는 것은 불행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행복의 법칙에 따르면 불행한 곳이 내 기분을 한껏 띄워줄 것이다. 구소련 공화국인 몰도바는 지구상에서 가장 덜 행복한 나라다.

몰도바인 들이 느끼는 절망의 원인은 돈이 없는 것이다. 1인당 소득이 880달러에 불과해 돈을 벌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몰도바보다 가난한데도 행복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가 좋은 예다. 문제는 몰도바인 들이 자신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이탈리아, 독일과 비교한다. 몰도바는 부자나라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다. 이런 처지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몰도바에 몇 안 되는 블로거인 비탈리에게 전화를 했다. 몰도바인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신뢰부족이 몰도바가 불행한 이유란다.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물건을 믿지 않고 이웃을 믿지 않고 심지어는 가족도 믿지 않아요.’

나는 민주주의에 대해 물었다. ‘소련시절에는 자유를 생각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죠. 아는 것이라고는 공산주의 밖에 없었으니까요. 자유라는 것이 대체 어디에 필요하겠어요? 적어도 그 시절에는 일자리도 있고 살 곳도 있었어요. 그게 일종의 자유죠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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