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행복의 지도(3)(에릭 와이너著, 어크로스刊)

미국: 행복은 마음 둘 안식처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카타르: 행복은 복권 당첨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돈을 펑펑 써대는 부호의 행적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어쩌면 부탄사람들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행복의 비결이 정말로 돈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돈으로 행복을 살수 있다면 아니 빌릴수만이라도 있다면 세계 최대의 부국으로 꼽히는 카타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일 것이다.

돈과 행복을 동일시한 것은 우리시대가 처음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문명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탐욕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초기 그리스인들은 신들이...축복받았거나 행복한 존재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그들의 물질적 번영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대릴 맥마흔은 행복의 역사를 다룬 훌륭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리스인들의 역사는 후세에도 계속 이어졌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상투적이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실제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카타르사람들은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라 할수 있다. 1978년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이 복권 당첨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과 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된 사람들을 연구했다. 복권당첨자 집단은 당첨직후 행복감이 증가했고 사고를 당한 집단은 행복감이 줄어들었다. 이 두 집단을 계속 추적한 결과 복권당첨자들의 행복도는 이전으로 되돌아갔고 부상당한 그룹의 행복도는 사고 이전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복권당첨자들은 옷을 사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일상적인 일에서 느끼는 행복도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이제는 즐겁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라떼를 마시면서도 월급을 꼬박꼬박받는 유령직원으로 출근을 하지 않지만 자신이 속한 부족의 영향력 덕분에 월급을 챙겨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행복할 것 같지만 아니다. 여러 연구에 다르면 유럽 실업자의 행복도는 직장 있는 사람에 비해 크게 덜어진다. 복지제도 덕에 해고자들이 노동자들과 같은 액수의 보조금을 받는데도 말이다. 사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바쁘지 않은 사람보다 지나치게 바쁜 사람이 더 행복하다. 다시 말하면 ‘흥미로운 노동’이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라는 극작가 노엘 카워드의 말이 옳다는 이야기다.


태국: 행복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내 친구 스컷은 독실한 무신론자 였으나 3년 전 태국으로 이주한 후 눈에 띄게 불교적인 성향을 띄게 되었다. 물론 그에게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는 나긋나긋해졌고 물질적인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토록 사랑하던 책도 읽고 나면 남에게 주어버리는 것이다. ‘책이 트로피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까 아주 쉽던데.’


스콧의 애인 노이는 전직 무용수였던 쾌활한 태국아가씨로 미소가 눈부시다. 진짜 미소는 눈이 웃는 것이다. 노이를 비롯한 태국사람들에게 행복하냐 물었더니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 질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태국인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행복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밖에 없다.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키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키는 것

아니면 화제를 바꾸는 것

하지만 우리는 세 번째 방법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영국: 행복은 좋은 인생의 부산물이다.

2년 전 BBC가 행복전문가 6명을 고용해 슬라우라는 황량한 영국마을의 ‘심리적 기풍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라는 실험을 했다. 행복전문가들은 슬라우에서 자원자 50명을 선발했고 그들은 12주간 집중적인 ‘행복훈련’을 받았다. 그 중 한명인 헤더 화이트와 만났다. 헤더는 나이 80인 여자다. 헤더는 가장 행복한 직업중 하나인 간호사로 은퇴했지만 지금도 병원에 가서 일을 돕는다. 아직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 헤더는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가 괜찮은 실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에서 행복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개와 정원가꾸기가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못내 궁금해 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나요. 헤더?’

‘당연하죠. 하지만 실컷 투덜거리고 나면 다 잊어버려요.’

영국인의 특징이다. 평소에는 투덜거리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투덜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린다. 헤더는 몇 분 동안 투덜거리다가 평소처럼 행복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이 받은 축복을 하나씩 헤아린다. 기르는 개, 집 앞의 정원, 친구들,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 출연이후의 명성,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돈이 많은데도 불행한 사람을 많이 봤어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사람이지 돈이 아니에요. 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요.’

슬라우에 행복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는 이론은 확고히 뿌리잡지 못했다. 자원자 50명이 행복에 관해 한두 가지 교훈을 배웠는지 몰라도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행복의 씨앗이 퍼져나가지 못한 것은 씨앗의 숫자가 적은 탓인 듯하다. 씨앗을 계속 심으면 될 것 같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듯 행복은 부산물이다. 너새니얼 호손이 말했듯 행복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어깨에 내려앉는 나비와 같은 것이다.


인도: 행복은 모순이다.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길가의 더러움을 뒤로하고 아쉬람이라는 영적인 수련원에 입소했다. 갑자기 에덴동산에 온 듯 사방에 망고와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 실제로 엄청나게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문밖의 불쾌한 불협화음에 비해 평화롭게 보이는 곳이다. 인터넷 카페, 약국, 현금지급기 등이 갖춰져 있고 음식 빨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으로 입소자는 스트레스에 지친 IT종사자들 등 대부분 인도인들이며 외국인도 몇 있다.

아쉬람에서는 ‘삶의 기술’이란 강의와 호흡법, 명상을 가르친다. 선생님은 아미라는 인도여성으로 예전에는 기업 중역이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전 세계를 돌면서 구루지의 말을 전파하고 있다. 휴식시간에 인도인 몇 명과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는 중이며 행복수치에 대해 말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빈디가 물었다. ‘왜 행복을 수치화해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대답할 말이 없었다.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지만 꼭 측정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인도 아쉬람의 문제는, 아쉬람을 나서면 다시 인도와 맞닥뜨려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교통체증에 붙들려 있어 배기가스로 목이 타는 듯하다. 친구인 수레시의 집으로 돌아왔다. 수레시의 가정부 모나는 빈민촌에 살지만 지극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물어봤다.

‘모나, 행복의 열쇠가 뭐라고 생각해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안돼요.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어야 해요. 생각을 많이 하면 행복이 줄어요. 행복하게 살고 행복하게 먹고 행복하게 죽으면 돼요.’

가진 것이 거의 없는데도 행복하다는 허구, 통계적으로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행복하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나는 행복하다고 주장한다. 가난은 행복을 보장하지도, 빼앗아가지도 않는다.


‘이 정신없는 곳을 떠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모순이라고? 맞다. 하지만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모순이다. 나는 심지어 이 모순을 즐기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미국: 행복은 마음 둘 안식처다

행복 스펙트럼에서 미국의 위치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미국이 초강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미국은 돈이 많은 만큼 행복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어느 때보다 덜 행복하다는 증거가 아주 많다. 1960년 이후로 이혼율은 두 배로 늘었고, 10대 자살률은 세배, 교도소 수감자는 다섯 배가 되었다. 범죄발생률은 네 배, 정신질환도 증가했다.

미국인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농부는 벤츠S클래스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도 시도조차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다. 미국인들은 많은 물건을 사들일 수 있기에 거기서 행복을 얻지 못할 때 혼란과 실망감에 시달린다.


마이애미가 낙원은 아니지만 행복이라는 말을 연상시킬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마이애미를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바닷가에도 나가보고 에스파냐어도 공부가고 쿠바커피도 엄청나게 마셨지만 마이애미가 안식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의외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민 와서도 여전히 행복하다. 쿠바출신 미구인 친구 조 가르시아도 맞는 것 같다며 인정했다. 그러면서 가족을 중시하는 라틴 문화가 일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이 공동생활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우린 집단의 일부인 거지. 그리고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야.’

이웃에 사는 앤디는 ‘낙원도 늙어요.’라며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다. 그는 22년 전 이곳에 직장이 있어 이사 왔다. 젊은 총각이었고 인생이 즐거웠으나 마이애미와는 맞지 않았다. 그는 92년 허리케인이 왔을 때 배가 앞마당에 올라와 있었던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다. 두 달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집밖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는 더운 계절과 참을 수 없을 만큼 더운 계절밖에 없다. 이런 변화 없는 삶도 싫다. 앤디는 서부 산악지대인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로 간단다. 계절의 변화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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