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쓰기

590. 누구나 거쳐야 하는 無名 시절

사람은 누구나 무명 시절을 거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영국 여왕보다 부자라고 한다. 셰익스피어, 비틀즈에 이어 영국 문화 영웅 계보를 잇는 문화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영제국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28살에 아이와 단둘이 남아 정부 생활보조금을 받던 실업자이자 이혼녀였을 때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찾아갔으나 12번이나 퇴짜 맞았다.


100년 전 미국, 피아노와 재봉틀 등을 싣고 시골을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했던 청년은 돈을 꽤 벌었으나 불경기가 닥쳐 쫄딱 망했다.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긴 그는 정육점용 저울을 제조 판매하는 CTR이란 회사를 찾아가 사장으로 받아 달라 요청한다. CTR은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직전이었고 그는 망해가는 회사의 뒤처리와 파산 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CTR을 IBM으로 바꾸고 1936년 IBM의 심장에 Think를 새겨 넣었다. 토머스 J 왓슨이다.

IBM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어느 날 IBM 앞에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세 명의 직원과 아주 작은 회사를 힘겹게 꾸려가고 있었으나 IBM을 꺾고 세계 최고에 오르겠다는 도전장을 던졌다. 빌 게이츠.

빌 게이츠가 “Think Week"를 통해 컴퓨터 기업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갈 때 이를 비웃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볼 때 중요한 것은 “Think" 나 “Think Week"가 아닌 “Think Different"였다. 그는 컴퓨터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했다.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 기업이 사무기기로만 인식할 때 그는 예술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 생각하는 인문학 (이지성著, 차이刊) -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이가 사업 하다 두 번 망했고 1836년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1838 주 의회 대변인 선거 출마하여 낙선, 1840정, 부통령 선거위원 출마 낙선, 1843 하원의원 출마 낙선, 1848 하원의원 출마 낙선, 1849 고향 국유지관리희망 청원 거절, 1854 상원의원 출마 낙선, 1856 부통령 지명선거 출마 낙선, 1858 상원의원 출마, 낙선, 몇 번에서 낙선했는지 세기도 어렵다. 제가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요? 글쎄요. 참, 하나를 빼먹었군요. 저는 인생 막바지에 미국의 16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링컨입니다."

- 핑계 (신인철著, 21세기북스刊) -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마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00만도 되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나는 목에 칼을 쓰고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칭기즈칸의 고백”-


소설가, 기업인, 위인들까지 사람은 누구나 무명 시절을 거친다. 조앤 롤링, 스티브 잡스, 링컨, 칭기즈칸도 마찬가지이며 셰익스피어까지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 물론 성공한 그들이 비범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요인 밑바탕에는 희망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이 있지 않았나 한다. 이루고자 하는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희망의 끈을 놓았다면, 열정이 없었다면 그들은 무명으로 생을 마감되었을 것이나 유명인사가 되었고 상상하던 세상을 만들었고 바라던 바를 이뤘다. 우리는 그들의 ‘희망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을 꿈이라 부른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빈부 격차가 미래를 좌우하며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고 더욱 심화할 것이라 한다. 돈 없어도 절이나 고시촌에 들어가 세상과 연을 끊고 열심히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판. 검사가 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수업료 비싼 법학전문대학원에 가야 하니 일견 옳은 이야기이다. 사교육으로 유명한 강남구 학원에 다녀야 일류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아지니 강남구 아파트값이 오르고 서민들은 강남구 이사는커녕 자녀들을 대치동 학원에 보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개천 용”은 태어나기 어렵다는 말에 다시 가슴 아파진다.

하지만 세상은 다시 변했고 앞으로도 변한다. 변화 정도가 심하면 혁명이라 한다. 한국인이 그토록 열망하던 판, 검사는 조만간 사멸될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알파고로 대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법전과 판례를 외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수준이 되었다. 바로 4차산업혁명의 여파다.

1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러다이트 운동, 영국에서 새로 생긴 직조기계를 부수고 불태웠던 숙련기술자들은 단순작업자로 대치되어 일자리를 잃었다. 전기가 중심이 되었던 2차 산업혁명 여파로 증기기관차 제조사들은 도산했다. 컴퓨터가 중심이 되었던 3차 산업혁명은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 함과 동시에 기억력과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의 세계 질서를 무너트렸고 호황을 누리던 을지로 인쇄 골목을 몰락시켰다. 또한, 납으로 된 활자 하나하나 뽑아내어 한 페이지를 만들던 아주머니들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고 을지로 인쇄기는 파주에 있는 활판인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우리 생활과 비즈니스 변화는 전문가들조차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보다 기술과 자본력에서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 한편으로 경제속국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서며, 가깝게는 3차 산업인 정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회사 운명도 불투명하게 보인다. 4차 산업에서의 한전KPS, 무명이다.

조앤 롤링, 스티브 잡스, 링컨, 칭기즈칸도 마찬가지이며 셰익스피어까지도 무명 시절을 희망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변신했는데 개인, 회사, 국가도 희망, 열정, 상상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에 의한 우리 미래를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또는 상상 그 이상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위버, 직방, 아마존, 배달통,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등 최근 비즈니스에 성공한 유형을 보면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들이다. 그들이 구축한 플랫폼은 고객들에게 값싸고 편리함을 제공했고 참여하는 기업들에는 매출 신장을 선사했다. 상상력을 통해 이전까지 고객이나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거래하고 흥정하던 것을 인터넷 공간상에서 구현하여 “개천 용”이 된 것이다.


얼마 전, 삼성에서 5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또한, 삼성은 오래전부터 인문학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를 운영하며 ‘창의력’을 배양해왔다. 펼쳐지고 있는 ‘상상의 시대’를 준비한 삼성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고 짧은 기간 내에 1, 2,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몸소 겪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회사도 새로운 상상력이 구현되는 날 무명의 긴 터널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상상력을 키우고 희망을 품어야 하며 열정 있게 추진하여야 함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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