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 했던 내가 어느새 남들을 같은 눈으로 보기 시작하는 한
경제가 발전하며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을 살면서도 왜 한국인들은 예전보다 덜 행복하다고 느낄까? 우리나라만 그럴까? 물질적 풍요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영국 등 서구선진국의 연구결과이며 동일하게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한국인 또한 행복의 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개인적인 주관이 가미된 결론이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존재하는 한, 지방흡입을 해주는 성형의사가 성업 하는 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한, 한국인은 결코 행복의 질이 높아질 것 같지 않다. ‘남의 눈’, ‘남부럽지 않게’, ‘지방흡입’, ‘사촌 땅’의 공통점은 타인의 눈을 의식한 비교이며, 비교는 곧 서열과 연결된다.
비교하고 서열을 매기는 문화에서는 1등을 해도 행복 지속시간은 길지 않다. 내일이면 1등에서 밀려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에 일등부터 꼴등에서 두 번째까지 모두 불행해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년 꼴등은 자포자기하며 사니 도리어 행복하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자원이란 사람밖에 없었으니 비교와 서열은 중진국까지 견인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기도 했으나 먹고 살만한 시기가 되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는데 대한민국에서 비교와 서열매기기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스템과 문화로 정착된 듯하다.
부모님이 반장해야 한다고 해서 등 떠밀려 반장선거에 나서는 학생이 있는 한,
대학입학을 위해 마음 내키지 않는 봉사점수를 따고 적성에 맞지 않는 악기를 다뤄야 하는 한,
수능성적이 좋기에 가고 싶은 학과에 가지 못하고 인기학과에 가야하는 수험생이 존재하는 한,
획일의 문화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기성세대를 욕하면서도 과잠을 만들어 입는 학생이 있는 한,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청춘을 낭비하는 고시낭인들이 들끓는 한,
재벌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경멸했으면서도 재벌기업에 입사하려 줄을 서는 한,
성격만 맞으면 된다고 하면서도 결혼 상대자의 금전능력을 따지는 한,
주위의 눈을 의식해 고급호텔 결혼식을 선호하는 한,
옆집 따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운영하는 한,
럭셔리카를 소유한 카푸어가 속출하는 한,
큰 아파트, 강남 사는 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한,
수백만원짜리 유모차가 불티나게 팔리는 한,
한국인은 결코 행복의 질이 높아질 것 같지 않다.
수백만원짜리 유모차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 성화에 못 이겨 초등학생 반장 선거에 나서는 한
반장 했던 아이가 적성과 무관한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한
입학한 그 아이가 과시하기 위해 과잠을 입고 다니는 한
이러한 도돌이표가 무한반복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들 불행은 대물림될 것이다.
고시 낭인 생활을 마감하고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했어도
튀는 것은 안 되고, 회식의 룰과 기쁨조의 공식이 존재하는 한,
상사가 자장면을 시켰다고 모두 자장면을 먹는 한,
일과 후 사생활도 집단주의 조직문화로 재단하는 한,
정치적 견해를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
골프가 운동과 사교가 아닌 접대로 전락해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한,
명예에 모든 것을 거는 한,
남의 칭찬과 비난에 목숨을 거는 한,
승격도 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명성도 얻었으나 이를 축하해주는 친지가 없어도 불행을 느끼지 못하는 중년들이 있는 한,
스스로 앞만 보고 달리는 기차 위에 오른 것을 후회하고 있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빠른 기관차를 개발하고 있는 한,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성가시고 속물근성이라 손가락질 했던 내가 어느새 남들을 같은 눈으로 보기 시작하는 한 비교와 서열경쟁만이 존재하고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부정론자가 아닌 긍정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논조는 매우 부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