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同夫人(동부인) 모임
몇 안 되는 모임 명칭이 ‘이웃사촌’ 이지만 모두 이웃에 사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먼 친척’보다 나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의미에서 작명했겠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命名者(명명자)나 유래는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알아봤자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고 기억하고 있는 회원은 없을 듯하다.
회원들의 공통분모는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하는 동료라는 것, 손익계산을 못 하는 算數癡(산수치)라는 것, 삶의 고민은 있지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서로 상담한다는 것인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평범하게 사는 보통사람들의 同夫人(동부인) 모임 명칭이 ‘이웃사촌’이다.
‘이웃사촌’ 모임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총무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이었음을 부인할 회원은 아무도 없다. 생일 등 회원들 사소한 경조사를 챙기고, 모임 장소를 맛집으로 선정하기 위해 사전답사도 한다. 총무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 이외 또 다른 작은 이유가 있다면 회원 모두 코 찔찌리들 이라는 것이다. 물론 손익을 따질만한 사안이 없기는 하지만 ‘손익계산을 못 하는 算數癡’들이니 번개를 치면 바보들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마음 편히 모인다.
막걸리 한잔하면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 시부모 모시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앞뒤를 재지 않는다.
‘막내가 외국에서 결혼하고 산다 해도 허락하실 거예요? 막상 국제결혼 하겠다면 마음이 흔들리실 것 같은데요.’
‘그럼요, 허락합니다. 아이 인생이니까요. 또 그만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세 번째 맞은 스무 살 생일인데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신혼 초 시부모님들과 분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예요. 저 자신도 그렇지만 시부모님께서도 행복하시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세 번째 맞은 스무 살 생일 이전에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으니 대답도 없었겠지만, 남편이 있는데도 거침없는 것을 보면 이미 부부간 거론이 되었던 사항일 게다.)
‘요즘 버킷리스트를 한 줄씩 지워가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선배님은 어떠세요?’
‘한편으로 지워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빼버려요. 새로 들어오는 것들도 있는데 버킷리스트에 있다고 꼭 해봐야겠다, 달성해야 하겠다 하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 해요. 내가 행복하고 후회 없이 살려고 하는 버킷리스트니까 어렵게 생각하거나 나를 구속하고 싶지 않아요.’
‘젊은 직원들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리더십으로 대해야 할까요?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질지 몰라도 요즘 젊은 직원들 지식이 뛰어나지요. 기성세대에 부족한 논리력도 갖추고 있어서 그들을 이기기 어렵지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수렵시대의 리더는 사냥 잘하는 사람입니다. 보통사람보다 사냥을 잘하니 존경심을 불러일으켰지요. 리더십은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때 생깁니다. 젊은 직원들이 보유하지 못한 능력을 보유해야 존경받고 리더십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요? 상사로서 그들을 인정해 주는 것, 관심을 두는 것, 적응이 어려운 신입 친구들 배려해 주는 것 이럴 때 존경과 리더십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런데 카카오스토리를 보니까 잘하고 계시던데 뭐.‘
바보들끼리의 대화이니 고차원 방정식같이 어려운 것은 물어보지도 않고 어렵게 답할 이유도 없다. 또한, 정답이 있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어떻게 살아갈 겁니까?’를 물어보는 것이니 막힐 이유도 없다. 오히려 막히고 뜸 들여 대답하는 것이 가식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만들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가입하기도 하는 각종 모임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모임이 생기고 사라지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나 회사 내 모임은 대부분 이해관계가 개입된다. ‘향후 승진에 도움 될 것인가?’, ‘이 모임의 수장이 존경받는 인물인가?’. 야박하지만 개인의 목적이 달성되었거나, 이익에 반하는 사항이 생겼거나, 이제는 이익이 생기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면 모임은 존재가치를 잃어 없어지게 된다.
2007년, 한시적으로 많은 모임을 만들었다. 교육생의 첫째 미션은 공부하는 것이지만 1년 동안 교육생들끼리 친해져서 과정 수료 후에도 네트워킹으로 그룹사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커다란 미션이었다. 이러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이 어울리고 많이 놀아야 했다. 골프가 금기시되었던 시절 한전-서울대 경영자과정에서 놀이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총무였기에 정문 빌리어드 클럽, 후문 빌리어드 클럽, 2호선은 달린다. 3호선도 달린다 등 수많은 모임을 만들었다.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는 것이 어색하다. 네트워킹을 위한 교류 시간과 낮술 먹을 명분이 필요했고 총무에 의해 공식화된 모임 경비는 지원되었다. 1년간 운영되던 낮술 먹는 모임은 과정수료와 함께 해산되었으나 몰지각한 몇몇 인사가 참석하는 모임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유지되는 모임 구성원들이 ’코 찔찌리‘에 ‘손익계산을 못하는 算數癡’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