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보내는 편지 독자이기도 하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기에 입문서를 소개해줬던 후배가 편지에 답글을 달았다.
“삶이 무엇인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낙천적 성격의 후배가 “ㅎㅎㅎ”하며 답글을 끝났지만, 고민거리가 많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동시에 요즈음 공부 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고민하는 후배에게 답장을 보냈다. “ㅎㅎㅎ,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 겁니다. 매 순간 그러한 의문과 맞닥뜨릴 때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른 삶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 않고 행동하지요.”
선배 없이 공부하느라 힘들었기에 후배들 질문에는 ‘실없는 답’이라도 달아준다. 물론 인문학에서는 정답이 없으니 ‘실없는 내 견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최근 했던 일이 CEO 지시사항인 ‘종합기술원 기술문화 증진 전담반’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퇴직 전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오히려 고맙기도 하고, 하고자 했던 일을 제도화하여 공식적인 테이블 위에 꺼내놓을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기술쟁이가 무슨 문화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 점은 맞는 지적이라고 공감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중인 학생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 문화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는 문화전문가보다 낫기에 그놈이 그놈 아닌가 한다.
‘문화’라는 것은 쉽기도 하고 한편으로 어렵기도 하다. 음주 문화, 운전문화, 기업 문화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지만 ‘그래서, 음주 문화가 뭐야?’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문화’의 사전적 정의는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과 정신적 소산물’이지만 가끔 사전이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사전은 ‘定意(정의)’ 측면에서 뛰어난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사전을 들춰봐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래서 위키피디아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위키피디아 식으로 문화를 쉽게 정의하면 사람이 먹고, 싸고, 잠자고, 생각하고, 노는 방식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내에서 조직 문화를 정립한다 하면 기업의 비전과 목표달성을 위해 임직원이 어떤 의식,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이를 의식화하고 체화시킬 것인가? 를 고민하고 정의한다. 즉, 사람을 회사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보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는데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접근했다. 회사 측면에서는 당연한 접근 방법이나 요즈음 세태에 맞는 접근 방법일까? 고민할 여지가 있다.
전담반에서는 순서를 달리했다. 개인들이 원하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비전과 목표달성을 위한 우리의 의식, 태도, 제도는 무엇인가? 필요한 조치들은 필요한지?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방안은 무엇인지? 文化화 할 방안은 무엇인가? 생성된 문화가 강조하지 않아도 조직과 회사에 Royalty로 저절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았다. 사람이 주어가 되어 어떤 바람직한 생각을 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정의했다. 사실, 거꾸로 접근한다 해도 정답이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개개인)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제도와 절차가 주인이 되어 사람을 이끌어 가서는 문화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회사의 비전은 ‘글로벌 발전 플랜트 Solution Provider’인데 어떠한 역무를 수행하는 회사, 지향점이 내포되어 있으니 잘 만든 비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속원의 마음에 와 닿는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잘 만든 것인지 평가하기 어렵다.
100대 기업의 비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리 회사와 비슷하게 무엇을 하는 회사이며 미래 지향점을 함께 적는 회사가 일반적으로,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선도 화학기업(한화케미컬), leading global tire company(한국 타이어)’ 등이 있다.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삼성전자), display beyond imagination(삼성 디스플레이)’같이 조금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기업도 있다. 애플의 비전은 이채로운데 읽어보면 스티브 잡스 답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계나 시스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는 전담부서에서 정할 것이고 내가 속한 조직에서의 심리적 비전과 목표는 조금 더 심플하고 피부에 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속 식구들이 공감해야 하지만…. ‘출근이 기다려지는 종합기술원’, ‘사람 사는 냄새가 향기로운 곳’
후배가 질문한
‘삶이 무엇인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에 대한 실없는 답을 조금 길게 써봤다.
하지만, 오늘 편지를 이렇게만 보내면 답글이 달릴 것 같다. ‘답이…???’
1. ‘삶이 무엇인지?’
‘삶은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인문학 측면에서) 정답이 없다. 죽기 전 본인 삶의 궤적이 삶이다. 삶이 무엇인지 깨닫자마자 죽는다.’
2. ‘왜 일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이왕 일을 할 거면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여낙지자)의 자세로 해야 한다.
3.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개개인) 만들어 가는 것, 의식과 태도가 올바른 사람이 바른 문화를 만들어 가듯 올바른 사람이 하는 일은 항상 맞다.’ 하지만, 인간은 오류가 있으므로 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해 ‘미안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더욱 올바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