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 대선 관전평, 팬덤(fandom)의 패배

RCFA(Root Cause False Analys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20대 대선 패인을 놓고 민주당 후보는 본인이 부족한 탓이라 했다.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맞다. 억울하겠지만 0.73% 부족했기에 졌다. 패자가 말이 많으면 아름답지 않다. 자중하고 패인을 분석해 보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공학에서는 문제점이 발생하면 재발방지를 위해 고장에 대한 근본원인 분석과 대책수립을 위한 ‘RCFA(Root Cause False Analysis)’를 시행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 근본원인이 ‘차량결함’이 아닌 ‘졸음운전’이었다면 인간행동 분석을 시행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졸음을 예방하고 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졸음 쉼터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차량 내 공기를 환기시키라는 홍보도 예방대책이다. 하지만 주체가 변화무쌍한 인간이기에 완전한 예방대책이 아니다. 일정시간 운전대에서 손이 떨어져 있으면 경고음이 나고, 차선이탈 방지장치와 차간거리 유지 장치를 장착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한다. 차안의 카메라가 운전자 눈꺼풀이 감기는지 인지하여 경고하는 것도 실용화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무인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현재는 완전치 않은 상태다.


정치 분야에서도 RCFA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보에 우호적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열광하고 조중동뿐 아니라 진보를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가면 한겨레까지도 ‘기레기’라고 지칭하는 경도된 fandom앞에서는 과학과 객관은 아무 쓸모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진보를 예로 들었지만 부정투표 운운하며 선거 불복을 주장했던 우경화 보수fandom 또한 마찬가지로 이성과 논리하고는 친하지 않다.

커다란 선거에서 지면 조직이 와해되는 홍역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진보진영이 졌지만 잘 싸웠다며 정신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맞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진보정당의 모습은 맨붕이나 그로기상태와 진배없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내홍으로 사분오열되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운이 따르지만 그로기상태의 진보가 진중권교수, 이상민의원 같은 사람들로 인해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진보지식인 진중권교수는 페이스북에 ‘김어준, 유시민, 중소 인플루언서들을 정리해야한다.’ ‘대중을 세뇌시켜 아예 이성적, 반성적 사유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권리당원 혹은 지역구의 조직된 표 부대가 되어 공천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니, 이들 눈치 보느라 의원들이 소신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은 정부·여당 잘못에 직언을 아끼지 않아 ‘미스터 쓴 소리’로 불린다. 진중권교수와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우리 당의 결함 중 하나가 맹종일색에 성역화를 한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후보, 김어준씨 등이 성역화 됐다. 패거리 정치가 활개를 치면서 다른 목소리가 스며들 틈이 없다. 그런 열성 지지층이 있다는 게 자산이면서도 부담이다.’ - 조선일보 2022.03.14 -

** 하지만 진보fandom은 진교수와 이의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이 보낸 첩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상민의원 말대로 fandom은 자산이자 부담이다. **


개인적으로 진중권교수와 이상민의원 의견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정치색이 보수이기에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도 보수가 이기길 원하나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가 살아나 보수와 균형을 잡고 견제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RCFA관점에서 다음 선거를 위해서는 진보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제거해야할 근본원인과 대상들이 존재한다.

닥친 현실에 대한 판단과 미래 비전 제시보다 과거에 대한 복기는 쉽다. 윤석열후보자를 당선시킨 一等(일등) 공신은 누구인가? 물론 선거에서 이겼으니 당대표와 당내 전략가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했으니 그리 잘한 것은 아니다. 대승을 예견하고 선거막판 느슨하게 대처해 역전을 허용할 뻔 했으니 7.3%가 아닌 0.73%는 패배와 같을 수도 있고 지옥의 입구까지 갔다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비전문가의 어설픈 시각이지만 내부의 공보다는 외부의 공이 컸다. 팽팽한 경기에서 보수는 진보의 자살골로 이겼는지 모른다.


잇단 선거패배로 보수는 궤멸직전이었으며 대선후보로 내세울만한 인물도 부재했다. 윤후보자 또한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강골검사 이미지니 그런대로 소신을 지키다 정년퇴직하거나 검찰조직 특성상 아래 기수가 치고 올라오면 사표내고 변호사가 되는 옆집 아저씨 같은 검사였다.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니 야당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해 존재감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윤 후보가 푸른집 조 모 수석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법무부 추 모 장관이 체급을 키워줬다. 윤 후보에게 모멸감을 준 박 모 장관은 정치무대로 데뷔 시켜줬다. 대한민국 수석과 법무장관이니 생각도 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자기들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도그마에 갇혀 있으니 ‘국민들 시각에서의 정의와 공정’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유세과정에서 표를 불려준 二等(이등) 공신도 있었다. 민주당 fandom은 기분 좋을지 몰라도 무조건 반대하고 상대진영을 무시하고 조롱한 김O국, 고O정, 안O석 등 다수 의원과 이O찬, 김O준, 유O민 등이 이등공신 반열에 오를만하다. 진보로 경도된 검찰과 공적조직은 三等(삼등)공신이다. 절대 중립을 지켜야할 조직은 중립적이지 않았으며, 집권여당의 치부를 캐고 기소해야 하는 검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상대방을 악마화 하고 범죄집단시 하는 진보의 언행들은 사실 중도층의 마음이 보수로 기우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역시 중심에는 ‘내로남불’이 있다. 똑같은 상황에 대해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자기편의 잘못임이 분명한데도 반대로 해석하거나 못 본척하니 ‘상식’적이지 않았다. ‘국민들 시각에서의 정의와 공정’이 ‘상식’과 等値(등치)관계란 것을 몰랐다면 의원 자격이나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럽다. 중도층은 논리가 서고 상식이 통해야 설득된다. 무논리와 몰상식에는 오히려 등을 돌리니 역효과만 발생된다.


‘자기들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도그마는 fandom의 폐해다. 보수 fandom은 소위 ‘태극기 부대’로 지칭되는 노년층이고 진보 fandom은 4~50대가 주류인 ‘대깨문’으로 불린다. ‘태극기 부대’와 ‘대깨문’이란 호칭이 자칭인지 타칭인지 또는 우호적인지 비하적인지 모르겠으나 20대 대선을 치르며 더욱 천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문빠’, ‘찢빠’, ‘틀딱’은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감도 좋지 않다. ‘노사모’, ‘박사모’, ‘문사모’, ‘윤사모’가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것은 사실이나 네거티브가 강해질수록 거칠어지고 천박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집토끼를 단속하고 산토끼를 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다. 팽팽한 선거에서는 중도층(swing voter)을 누가 많이 가져갈 것인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하지만 선거전이 과열될수록 과격 집토끼들의 fandom에 휘둘리게 된다. 문 열고 내쫒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집토끼는 도망가지 않는다. 내쫒아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과격 집토끼 말에는 휘둘릴 필요가 없는데 선거에 임하는 당직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과격한 집토끼들 입맛에 맞는 정책과 목소리를 낸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패배원인을 RCFA해보면 경도된 fandom의 ‘자기들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도그마에 갇혀 비상식적 대응을 한 사람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상식적이지 않은 그들이 보수에서 풀어놓은 細作(세작)이 아닐까 아직도 의심하고 있다.


특정인이 문제인지? 특정인의 주관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fandom이 문제인지? 닭과 달걀의 문제와 비슷해 서로 물리고 물려 자승자박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아래 이야기는 1~2년 전에 끄적거렸던 내용인데 현 상황과 비슷하게 맞아들어 간다. 미래의 정치 상황을 예견해 끄적거린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어떤 조직에서나 발생하는 문제다. 그리고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동물이라 조만간 또 발생한다. 아마도 2022.06.01일에 I will be back...,



리더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마음을 읽고 빼앗는 사람이며 다수의 신뢰를 받아야 존재하는 사람이다.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신뢰받는 리더는 다수에게 믿음을 먼저 주고 이를 바탕으로 다수의 마음을 훔치는 커다란 도둑놈이다. - 침묵하는 다수 -


특정인의 주관이 앞서는 사회, 소위 팬덤정치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인의 주관에 팬덤이 맹목적으로 따르고, 목소리 큰 팬덤이 반대하면 침묵하는 다수를 보려하지 않는 기이한 사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주관이 뚜렷한 개인들이 논쟁을 거쳐 다수가 인정하는 객관을 만들어 내는 사회를 의회민주주의가 만들어가야 하나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폭망해 주관이 객관을 앞서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객관이 주관을 앞서는 사회’는 개인주의를 배격하고 집단주의적인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다수가 모여 치열한 논쟁을 거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Yes'를 만들어가는 사회와 조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퇴직하며 후배들에게 남긴 잔소리 중 일부 내용도 그런 뜻이었다. - 객관이 주관을 앞서는 사회 -


6월1일 지방선거는 어쩌면 1, 2, 3등 공신을 먼저 제거하는 진영이, ‘자기들만의 정의와 공정’이라는 도그마를 깨부수고 ‘국민들 시각에서의 정의와 공정’을 이야기하는 진영이, 지극히 경도된 fandom과 거리를 두는 진영이, 네거티브보다는 인간적인 모습과 따뜻한 가슴으로 침묵하는 다수에게 다가서는 진영이 승리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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