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다수의 마음을 훔치는 커다란 도둑놈이다.
광화문 광장이 촛불로 가득 찼을 때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 크기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민심을 바로 읽었다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비극적인 한 획을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키우려 한 시도가 결국 실패했고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되고 말았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있듯 제왕적 국가에서도 국민을 무서워했으며 그렇지 않은 국가는 내부혼란이나 外侵(외침)으로 소멸했다. 보이는 촛불만 보고 10만이니 20만이니 숫자만 헤아렸지 보이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를 무시한 보수 정권은 진보에 진 것이 아니라 算數(산수), 즉 ‘數 싸움’에서 진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므로 침묵하는 다수를 세지 못하는 정권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는 논어에도 나온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去兵. 子貢曰: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階有死, 民無信不立(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 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이자하선? 왈: 거식, 자고계유사, 민무신불립)
제자가 정치 우선 과제에 관해 물었다. 공자는 대내적으로 식량을 풍족히하고, 대외적으로는 국방을 튼튼히 하며 국민이 정치지도자를 믿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자가 재차 물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부터 검토해야 하나요? 국방!
제자가 또 물었다. 그 다음은요? 식량을 포기해야지!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었다네. 하지만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으면 그 나라는 한순간도 존립할 수 없다네.
어느 조직이나 입빠른 사람이 있다. 입이 빨라도 본인 입장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양반이다. 약삭빠른 사람은 본인 희망 사항을 남의 요구사항이나 불편사항인 양 둘러 이야기하지만 듣는 사람 머리가 그리 둔하지 않다. 침묵하는 다수 생각을 반영하지 않고 입빠른 사람 이야기만 듣고 결정할 수 없다.
勞使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조합원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장이 다수가 아닌 소수의 불만을 이야기해도 공개된 장소에서 반박하고 설득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식 석상에서는 ‘개선해 보겠다. 또는 참고하겠다.’ 정도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미처 반영하지 못한 침묵하는 다수가 손해 보는 방향으로 잘못 결정되는 것에 대해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 선출직인 위원장은 나름의 선명성도 보여야 하며 표 관리도 해야 한다. 소수 입장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전체 조합원의 의사인지는 재차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조합원 관련된 일이라면 사보다는 조합이 빠르고 정확한 것이 사실이다. 사는 영업과 매출, 전체적인 조직운영과 미래, 기술력 배양 등에 신경 써야 하므로 조합원들이 시간외근무수당을 적게 받는지, 부서장에게 차별적 대우를 받는지 등 직원들 민심은 노측이 먼저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다.
커다란 조직인 국가도, 사회의 기본조직인 가정도 민심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회사 간부들도 특별한 업무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에 인간적인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면 바랄 나위 없지만,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논어에서도 국방을 포기하고 식량을 포기하더라도 국민의 믿음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비춰보면 특별한 업무 능력보다는 믿음을 주는 리더십이 우선되어야 한다 할 수 있다. 리더가 신뢰받느냐에 따라 침묵하는 다수의 행동은 달라진다.
신뢰받는 정부와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국민께서 희생을 해주셔야 합니다.’ 이야기하면 국민은 기꺼이 따른다. 1998년 IMF 사태 때 모든 국민이 국가를 위해 결혼반지, 아기 돌 반지와 은수저, 운동선수 금메달, 김수환 추기경은 취임 때 받은 십자가를 흔쾌히 내놓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부분에서 김 대통령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 흘렸고 많은 국민은 나라 처지가 슬퍼 눈물이 낫고 대통령에 대한 믿음으로 눈물 흘렸다. 금모으기운동으로 금 227톤이 모였다. IMF 구제금융의 반의반도 갚지 못했지만 국민들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침묵하는 다수 국민이 침몰하는 나라를 살린 것이다.
간혹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는 것 아니냐?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사람이 있다. 지당한 말씀이다. 이 말은 전체를 위해 직원들과 국민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할 때 전제하는 것이지만 기본적 개념은 다르다.
나라의 3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다. 국민 없는 나라가 있느냐?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일제 식민지였을 때는 주권을 빼앗겼으므로 영토도 우리나라 영토가 아니었으며 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제가 빼앗지 못한 유일한 것은 국민의 혼과 정신으로, 정신을 빼앗기 위해 식민교육을 시행하고 우민화 정책을 편 것이다.
조직의 리더도 리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한다. 리더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마음을 읽고 빼앗는 사람이며 다수의 신뢰를 받아야 존재하는 사람이다.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신뢰받는 리더는 다수에게 믿음을 먼저 주고 이를 바탕으로 다수의 마음을 훔치는 커다란 도둑놈이다. 우리는 현대사의 짧은 기간 동안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훔친 사람과, 훔치지 못한 사람을 직접 목격했다. 이것은 회사, 사업소, 가정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