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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pr 24. 2022

718. 아이들과 와라와라

볼 빨간 어릴 적이 생각난다.

 先親(선친)은 유명시인이 아니다. 박남수 시인의 1호 추천 시인이었으나 네 자녀 교육을 위해 詩(시)쓰는 시간을 줄이고 언론인 생활을 하셨다. 남긴 시집은 단 한권이며 저작권료을 받는 노래가사도 한 개다. 노래가사는 밝은 노래를 부르라며 시인들이 젊은 통기타 가수들을 위해 가사를 써준 것으로 송창식씨가 부른 ‘딩동댕 지난여름’이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詩를 쓰셨으나 책으로 엮어내지는 않으셨다.

 어머님은 돌아가신 후 리모델링한 납골묘에 들어가셨고 아버님은 옆자리에 누워계신다. 집안 어른들은 매장묘에서 납골묘로 합장했으면 하시지만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先親(선친)께 여쭤보지도 않은 사항이다. 어머니께는 生前(생전) 허락을 받아 화장 후 납골묘에 안치했으니 경우가 다르다.


 납골묘 全面(전면)에 추모조형물로 가족사진을 부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아버님 詩를 걸기로 했다. 굳이 찾는 이 없으니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조그만 詩碑(시비)를 만든 것이다. 어떤 詩를 고를까 생각하다 부모님 선호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詩를 골랐다. 소문난 애주가에 낚시인 이셨기에 술과 낚시와 관련된 詩를 골랐으면 아버님 취향에는 맞았을 테지만 어머니는 싫어하셨을 가능성이 많으니 나름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50여 년 전 네 남매가 연희동 언덕을 뛰어놀던 모습을 그리신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 詩를 읽을 때면 추운바람 맞으며 뛰어놀던 볼 빨간 어릴 적이l생각난다. 시간이 흐른 뒤 금빛 바람 맞으며 뛰어 놀던 아이들의 아이들이 詩碑를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으면 한다.



아이들과 와라와라

                                                -  林眞樹


해질 무렵 아이들은 

와라와라.

어스무레 기어오는땅거미도 못 오게.

     

아이들은

뛰며

와라와라. 옷자락에 날리는    

금빛 바람. 

     

아이들은    

뚝 딱     

와라와라.  

     

두 볼은

타듯이 붉은 노을.

     

와아라 와라와라.

     

이.

상.

하.

고.

아름다운.

도.

깨.

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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