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고전2, Part2 (박재희著, 작은 씨앗刊)
제2장 ‘아름다운 가죽’을 경계하라
愼獨(신독: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신중하고 조심한다.)(大學, 中庸)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남이 보지 않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면 잘하는 사람도 남들이 안 볼 때는 나태해지고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잘 처신해야 한다는 ‘신독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가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철학입니다.
愼獨은 조선조 선비들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호와 공부하는 재각에 ‘신독’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하였습니다. 나에게 엄밀하고, 엄격하고, 솔직할 수 있는가는 그들의 가장 중요한 물음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보든 보지 않든 자신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고 진실했기에 그 결과는 최고가 됩니다. 어쩌면 성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성실하게 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결국 많은 사람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되고 그 신뢰와 지지가 마침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떳떳하고 진실했다면 무슨 일에서든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같은 의미의 獨處毋自欺(독처무자기: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세상 사람을 모두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
皮爲之災(피위지재: 아름다운 가죽을 경계하라)(莊子)
아마존의 재규어는 헤엄을 잘 쳐서 악어도 잡아먹고 나무도 잘 타기에 정글의 최강자였으나 천적인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아름다운 무늬의 가죽 때문에 인간의 표적이 된 것이고 아름다운 가죽이 불행의 씨앗이 된 셈이지요.
장자에서 쓸모 있는 나무는 쓸모 있기에 일찍 베어지고 쓸모없는 나무는 쓸 곳이 없기에 수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교자졸지노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주 많은 사람이 재주 없는 사람의 종이 된다는 뜻인데 재주가 많기에 사람들이 찾게 되고 내 몸과 인생을 남을 위해 허비하고 죽도록 일만하다가 가는 노예 같은 처지가 된다는 겁니다. 여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모두 남보다 더 잘나가기 위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에서 좀 못나고 덜한 것이 어쩌면 인생의 큰 관점에서 보면 나를 구제하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오래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爲己之學(위기지학: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배움을 멀리하라.)(論語)
나를 위한 배움이 爲己之學이며, 남을 위한 배움이 爲人之學입니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인식에 눈을 뜨며 더 크고 넓은 공간과 시간으로 항해하기 위한 배움이 爲己之學이며, 무슨 대학을 나왔다는 과시하거나 자랑하려는 의도의 배움은 爲人之學입니다. 배움을 통해 내가 행복하고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모습이 爲己之學의 배움을 만들어가는 군자의 모습입니다. 배움의 기쁨은 과시가 아니라 내 안의 행복입니다.
黙而識之(묵이지지: 인생을 살며 좋은 생각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나의 길을 가야 한다.)(論語)
논어에 공자가 자신의 인생을 세 가지 문제로 성찰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첫째, 黙而識之(묵이지지) 인생을 살면서 좋은 생각을 묵묵히 가슴속에 간직하며 나의 길을 가고 있는가?
둘째, 學而不厭(학이불염) 배움에 실증내지 않으며 배움이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셋째, 誨人不倦(회인불권) 남을 가르침에 있어서 게으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공자 스스로도 이 세 가지를 힘든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배웠다고 으스대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하고, 남에게 알려 주기를 꺼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입니다. 공자도 어렵다고 한 이 세 가지 물음, 나에게 반복해서 물어보아야할 배움의 자세입니다.
尙志(상지: 내 뜻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孟子)
선비는 우리조상들이 꿈꾸었던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영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삶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선비라 부릅니다. 배움의 열정을 놓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옳고 그른 것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별할 줄 아는 사람, 선비가 어느 시대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표상이었으며 가치의 기준이었습니다. 조선에 부패한 왕이 많았어도 나라가 유지되어온 이면에는 선비라는 계층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는 선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중 하나가 바로 尙志입니다. 선비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仁(사랑)과 함께하는 義(정의)를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