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신방에서 밤새 촛불을 태우고,
‘동양의 탈무드, 장자 (황효순監修, 장자著, 베이직북스刊)’라는 책을 읽다 기가 막힌 漢詩(한시)를 발견했다. 다른 내용과 합쳐 알려드리는 것은 漢詩 저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 같고, 편지를 읽는 분들께도 손해일 듯하여 별도로 소개드린다. 물론 읽는 분마다 감성이 같지 않으므로 감흥도 다를 것이나 저는 아래 소개드리는 주경여와 장적의 시를 여러 번 읽었다. 읽을수록 수험생의 떨리는 마음과 비범한 실력을 격려하는 절묘한 시구가 기막히다.
당나라 때는 과거시험前 응시자가 시험담당 관리나 유명 문인에게 자신의 글을 보내 수준도 가늠해보고 인연을 맺곤 하였다. 朱慶餘(주경여)는 과거시험에 응시하기前 스승이자 당시 문단에 이름을 날리던 水部郎中(수부낭중) 張籍(장적)에게 ‘近試上張水部(근시상장수부: 시험에 가까워 장 수부님께 올림)’라는 시를 증정했다.
洞房昨夜停紅燭(동방작야정홍촉), 어젯밤 신방에서 밤새 촛불을 태우고,
待曉堂前拜舅姑(대효당전배구고). 새벽을 기다려 시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리러 가며
粧罷低聲問夫壻(장파저성문부서). 화장을 끝냈지만 낮은 목소리로 부군에게 묻는다.
畵眉深淺入時無(화미심천입시무) 제 눈썹의 진하기가 유행에 맞나요?
옛날에는 시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일이 혼례의 大事였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밤새 꽃단장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 신부가 다음날 새벽 시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하는 상황과 마음가짐을 비유한 이 詩는, 시험 보는 자신의 처지를 시부모께 인사드리는 각시, 장적을 신랑, 시부모를 시험담당관에 비유해 열심히 과거시험을 준비했으나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마음을 토로했다.
장적은 ‘酬朱慶餘(수주경여: 주경여에게 답하다)’라는 시로 대답했다.
越女新妝出鏡心(월녀신장출경심), 월나라 미녀 서시가 새로 화장하고 거울 앞을 떠나며,
自知明艶更沈吟(자지명염갱침음). 자기가 어여쁜 줄 알면서도 또다시 중얼거리며 걱정을 한다.
齊紈未足時人貴(제환미족시인귀), 제나라 흰 비단이 사람만큼 귀하지 않지만
一曲菱歌敵萬金(일곡릉가적만금). 한 곡조의 시는 만 금의 값어치를 한다오.
장적은 주경여가 증정한 시의 의미를 알고 답시를 증정했고 주경여의 실력을 크게 인정해 주었다. 高手인 장적은 주경여의 고향인 강남을 염두에 두고 天下一色(천하일색)이었던 越女(월녀)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鏡心(경심) 또한 주경여의 고향인 절강, 소흥에 있는 鏡湖(경호)에서 가져온 것이다. 주경여가 자신을 여성으로 표현했으므로 장적 역시 연꽃 따는 여자로 비유해 연꽃 딸 때 부르는 菱歌(릉가)로 받았다.
주경여는 과거 시험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마음을 大事를 앞둔 새 색시의 심정으로 표현했다. 高手인 장적은 이런 마음을 헤아려 준비한 실력이 天下一色 서시처럼 뛰어나다며 진심어린 격려를 해줬다. 주경여는 진사시험에 합격했으나 관리로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신 장적의 화답 시로 인해 이름을 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