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가슴 따뜻한 최 호권 兄에게

나이 耳順(이순)을 기점으로 성품이 돌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숨 쉬는 기간 동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행동이 거친 인생들과 교분이 두터웠던 적이 없었다. 직위가 높거나 낮아도, 나이가 적으나 많아도 교분원칙은 가슴이 따뜻한지 여부였다. 술 한잔 나눈 사이라 해도 기준선 이하인 사람과는 말투도 사무적으로 변하는 것 같고 마음도 멀어진다.

물론 주관적인 편견과 고집으로 속 좁은 인생 살다보니 순탄치 않고 손해 보는 경우도 있었으나 마음 편한 것이 우선이다. 마음 내키지 않으면서도, 머리 조아리며 속으로는 주먹으로 연신 감자 질을 하면서 눈으로는 웃어야 하는 이중적인 표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회생활에는 분명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얼마나 길게 살고, 얼마나 도움을 받겠다고..., 가식적인 삶을 살기는 싫다. 하지만 지난 삶을 복기해 봐도 후회는 없다.


구청장을 정치인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행정가로 분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선출직공무원이다. 10년 전 같이 공부했던 學友(학우)가 구청장으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나이 들어 공부할 때 직위가 미래창조과학부 국장이었으니 고위직이었다. 첫인상은 매우 깔끔하고 성격은 소탈하며 어깨에 힘도 없어 고위공무원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다. 상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한다. 가슴이 무척 따뜻한 사람이라...

정치하는 사람들을 욕하고 공무원을 흉보고 있지만 국민들 시각으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나 다를 바 없다. 선출직/임명직 공무원, 공기업직원 모두 ‘公(공)’자 돌림이며 ‘어공’아니면 ‘늘공’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공기업직원이었던 나도 같은 부류이니 욕하고 흉보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인 것은 싸잡아 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욕’이 아니라 ‘칭찬’하는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 채셨을 것 같다. 같은 부류이니 옹호한다고 할까봐 미리 蛇足(사족)을 붙인다. ‘나만 빼고 훌륭한 분도 있다.’


같이 공부했던 공무원들 개인 면면을 보면 모두 훌륭하다. 국회의원, 고위공무원이면서도 수업태도도 좋았다. 전공분야가 다름에도 질문의 심도도 깊어 속으로 놀라기도 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도 운으로 되는 것은 아니구나. 모두가 정치꾼은 아니고 똑똑하고 바른 분들도 있구나.’

교분 넓혀 사회관계망을 구축하라고 교육을 보낸 것이므로 교육생들 신원파악정도는 해야 밥값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밤늦게까지 어울려 토론하며 술 마셨다. 교육생들을 살펴보고 머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개개인을 글로 caricature 한 적이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최 호권 국장님에게서는 고위공무원의 근엄한 자세를 찾을 수 없었다. 입학식 때부터 조용하셨지만 수업 중에도 조용하셨다. 하지만 倚天屠龍記(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무림 고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분이다. 산행도 고수이시고 음주도 입신의 경지에 달하셨으며 약주 한잔 하신후의 친화력이 대단하시다.

마지막으로 한전KPS OOO 실장은 도통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있는 듯 했다. 사실 莫强(막강) 劣班(열반) D조의 副總務(부총무)도 학교에서 부여한 정식 직무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부총무라 칭한, 엉뚱한 세계에 사는 인물이다. 열심히 참여한 수업은 방과 후 수업으로 침체된 낙성대 부근 경기부양에 일조했으니 百害無益(백해무익)은 아니었지만 學生 本分을 妄覺(망각)한 人物이었다. 학우들이 의견을 모아 졸업식장에서 최고 열등생에게 ‘모범 동기상’을 주기로 했는데, 눈치 백단 집사람은 공부 잘해 받는 ‘우등상’이 아니라 ‘술상’이라는 것을 벌써 눈치 채고 있다. - 2013.12.23 -


caricature한 것과 같이 사실 내 Style의 인간형은 ‘公’자 돌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했지만 성향이 너무 자유분방해서 기존 질서를 너무 많이 파괴했다. 임원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아 트러블을 만들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가슴 조리게 한 적도 많았다. ‘公’자 돌림의 덕목인 ‘순종’은 일찌감치 강아지에게 던져줬다.

공무원 중에 좋은 측면으로 자유분방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바로 최 후보다. 행정직에서 외교관으로 깜짝 변신하여 인도 총영사로 부임할 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50넘어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과감한 용기에 박수를 쳤었다. 이후 국립과천과학원 전시연구단장을 역임하고 명예퇴직했다. 퇴직 후 또다시 변신하여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하는 최 후보를 보고 성공여부를 떠나 박수가 절로 나왔다. 삼단 콤보 변신로봇도 아닌데 10년 새 세 번을 변신했지만 따지고 보면 처음 공직을 시작했던 서울시 영등포구로 복귀하는 것이니 견문 넓히는 유람을 끝내고 고향 찾아온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최 후보자가 책을 출간했다. 택배파업중이라 어렵게 구한 책을 읽으며 이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이심전심이었는지 반가운 전화가 왔다.

‘책을 보내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별 말씀을요. 한창 바쁘실 텐데요. 페이스 북을 보니 매일 고생하시더군요.’

‘아침부터 생활현장에 뛰어 들어가 선거유세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책상에 앉아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 하며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침형 인간이라 6시에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출근길 마주치는 분들이 똑같아요. 최저임금 받고 청소하시는 분들 고생 많이 하십니다.’

‘최저임금도 다행입니다. 시장 분들은 출근할 곳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요즘 그분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가슴이 따뜻하셔서 잘 될 겁니다. 결과가 좋아 영등포 구청 앞 지나갈 때 저기 아는 분이 계시는구나 생각했으면 합니다.’

‘당연히 얼굴보고 가셔야지요. 저도 퇴직 후 봉사활동 하려다가 이 길로 접어들었는데 여기에서 봉사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해야지요.’


나이 耳順(이순)을 기점으로 성품이 돌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가슴 따뜻한 최 호권 후보는 절대 군림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따뜻한 가슴도 식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10년 전부터 여러 번 술자리를 가졌었다. 허름한 술집에서도 종업원들에게 반말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또한 술이 과하지도 않았고 선을 지킬 줄 알았다. 또한, 말 한마디에도 진심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최 후보의 매력이자 장점이라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푸근하고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는 그가 영등포구를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풍겨나게 변화시켰으면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유세 중 느꼈던 뭉클했던 마음을 잊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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