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 백 년을 살아보니(1)

백 년을 살아보니(1) (김형석 著, Den story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저자인 김 교수님은 1920년생이며 2016년 본 책이 발간되었으니 제목과 같이 수필과 철학계 거목으로 근 백 년을 사신 것이다. 이 책을 조금 일찍 읽었어야, 아니 조금 빨리 발간되었어야 내 책 읽기와 삶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만난 것에 위안을 받는다.

평소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님들에게 독서를 권했다. 첫 번째,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독서해야 한다. 부모가 독서하면 아이들이 덩달아 독서하게 되며 독해력이 향상되어 학교성적이 향상된다. 요즈음 시험문제는 서술식으로 독해능력이 부족해 문제를 해독하지 못하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다. 독서하면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책을 사주는 것이 경제적이다. 두 번째, 본인 행복을 위해 꾸준히 독서해야 한다. 선배들의 행복한 삶과 바른 삶의 방향이 책에 나와 있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책을 통해 인생관을 정립해야 한다. 세 번째, 우리 세대는 선진기업을 벤치마킹, 사실을 이야기하면 카피하고 기술을 훔쳐서 먹고 살았지만, 이제는 남들을 모방해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남보다 빨라야 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독서는 생각하는 힘,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 창의력을 높여준다. 회사발전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무식하게 정리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김 교수님께서 권위 있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셨다. 필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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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연륜을 바탕으로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제들을 모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이론적 설명을 찾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추구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관한 관심들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지나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후배와 후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100세까지 스스로의 행복을 지니고 싶고,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과 존경스러움을 받으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충고 아닌 공감을 위해 남기고 싶은 뜻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이 선진국가가 되고 세계를 영도해가고 있는가. 그 나라의 국민들 80% 이상은 100년 이상에 걸쳐 독서를 한 나라들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등은 그 과정을 밟지 못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에 가도 독서를 즐기는 국민적 현상을 볼 수가 없다.

나는 우리 50대 이상의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에게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우리들 자신의 행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 유지하는 애국의 길이라고 확신한다. 나이 들어 느끼는 하나의 소원이기도 하다.


1장 똑같은 행복은 없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은 어떤 것인가?’물으면 대답이 없다. 행복은 주관적인 판단이며 같은 내용이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행, 불행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꼭 같은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며 돈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행에 지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물질적이며 가시적인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주어지는 만족감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욕구에 속하는 것들로 어린애들이 마음에 드는 인형을 얻었을 때의 즐거움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정치로 대변되는 권력을 소유하기 원한다. 지배하고 싶은 본능, 강자가 되려는 의욕 등으로 소유했을 때의 만족과 즐거움을 행복이라 여긴다. 명예욕과 소유욕으로 취득하면 행복, 상실하면 불행으로 바뀐다. 그런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은 소유의 노예가 되어 정신적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예로부터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했는데 소유와 독점욕은 오히려 커다란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유가 참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가치를 찾아 행복의 차원을 높이려 한다. 예술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 미켈란젤로의 가치는 이탈리아의 어느 기업가나 재벌이 남겨주는 경제적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다. 독일 시인 괴테도 마찬가지다.

타임지가 과거 100년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선정했는데 재벌가, 정치가가 아닌 과학자 아인슈타인이었으며, 전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은 역사적 한 페이지를 기록 했을 뿐이지만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조용하게 저술하고 이야기한 내용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가치는 소유에서 오는 만족이 아니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인류가 공유하는 업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들은 인류가 남긴 업적의 혜택을 누리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 음식을 먹는 기쁨도 있어야 하나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필수적이다. 이런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창작의 기쁨과 행복은 고급 자가용을 타고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높은 차원의 행복을 갖는다.


행복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에서 주어지는 행복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 사회를 떠난다. 그러므로 삶의 의미는 물론 행, 불행도 내가 소속된 인간적 공동체 속에서 태어나고 주어지는 것이다. 이성 간의 사랑, 가정이 기본단위가 되고 학교, 직장으로 확대된다. 영향력이 적은 것 같아도 지역사회를 외면할 수 없고 더 높은 직책과 지도자의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은 국가사회에까지 인간관계를 넓혀갈 수 있다.

이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선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과 사회에 고통과 불행을 더하게 된다. 사회생활에서 선한 가치를 추구해가는 것이 윤리와 도덕의 권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공자가 어진 마음을 갖고 예절을 지키라고 했던 것은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아 누리라는 것이었다. 선하고 건설적인 인간관계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진 특전이다. 닫힌 마음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은 행복할 수 없는데 이는 후진사회와 선진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행복과 불행을 가늠하는 사회 원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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