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이란 단어가 묘하게 관심을 끈다.
50년 전 읽었던 이솝우화는 ‘두루미와 여우’같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어린이 동화였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정본’이란 단어가 묘하게 관심을 끈다. 내가 읽었던 이솝우화는 가짜에 어린이 동화가 아니었단 말인가?
맞다. ‘정본 이솝우화’는 가장 오래된 판본 중 하나인 스페인 도서관에 보관된 1489년 판을 옮긴 것으로 원형에 가깝다. 19금에 해당하는 부부간의 불륜 우화가 있으니 적어도 어린이 동화는 아니며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는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동화책이었다. 오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솝의 일생에 대해서 요약한다.
옛 도시 트로이가 있던 프리지아 지역에서 기형인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이솝(기원전 7세기?~기원전 564?)은 말더듬이에, 곱사등에 배불뚝이였지만 명석함을 따를 자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이솝은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에게 팔려 농사짓는 노예가 되었다. 농장에서 일하던 어느 날 길 잃은 사제가 이솝을 찾아와 도시로 가는 길을 물었다. 신앙심이 돈독한 이솝은 사제에게 먹을 것을 주며 극진히 대했고 사제는 신에게 이솝을 위해 빌었다. 낮잠을 자는 이솝에게 자비의 여신이 나타나 이솝이 사람들의 모든 언어를 명료하고 아무 장애 없이 말할 수 있고 새들의 노래와 동물들의 몸짓을 이해할 수 있고 장차 다양하고 수많은 우화를 지어낼 작가가 되게 했다.
잠에서 깨어난 이솝이 동료들과 일을 하고 있는데 감독관이 아무 이유 없이 동료를 때렸다. 이솝이 유창하고 논리적으로 감독관에게 대들자 감독관은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두려워 주인에게 불길하다고 고자질을 했고 이솝을 마음대로 처분하라 말했다. 볼썽사나운 몰골로 인해 헐값에 노예상인에 팔린 이솝은 사모스까지 왔다. 사모스 철학자 크산토스는 똑똑한 이솝을 노예로 삿다.
크산토스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친구들이 묻는 수많은 문제에 당혹스러워하자 이솝이 말했다. ‘주인님, 친구들과 함께하는 잔에는 세 가지 힘이 들어있다고 디오니소스의 책에서 읽었습니다. 첫 번째 힘은 기쁨이고, 두 번째 힘은 즐거움이고, 세 번째 힘은 광기라고 했습니다. 즐겁게 즐기시고 다른 것은 그만두십시오.’ 술에 취한 크산토스가 이솝을 나무랐다. ‘지옥에나 처박힐 놈 입 다물어라.’ 크산토스가 술에 취한 것을 눈치 챈 학자 하나가 질문했다.
‘스승님, 사람이 혼자서 바닷물을 모두 마실 수 있을까요?’
‘못 마실 것도 없지 나도 몽땅 마실 수 있는데.’
‘못 마신다면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우리 집을 걸지.’
이에 사람들은 증표로 반지를 걸어 내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크산토스가 세수를 하는데 반지가 없는 것을 알고 이솝에게 어찌 된 일인가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 후 이솝이 말했다.
‘이제 곧 우리가 이 집의 손님이 될 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내가 너에게 애원하마.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 아니면 내기가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을지 도와주거라.’
‘상대방이 주인님께 약속을 지키라 하면 바닷가에 돗자리와 상을 펴고 준비를 마친 뒤, 하인들과 물 따르는 사람들을 데려오라 하십시오. 그다음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약속한 사실을 공포하시고 잔에 바닷물을 채우세요. 다음 이렇게 말하세요. 시민여러분 많은 강과 개천이 바다로 흘러듭니다. 상대방이 이를 막아준다면 바닷물을 모두 마시겠습니다.’
시민들은 손뼉을 치고 내기를 걸었던 학자는 엎드려 말했다.
‘위대하신 스승님이시여, 그 내기를 거두어 없던 거로 해주시기를 애원합니다. 제가 졌습니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의 사신이 의회에 도착해 왕의 서신을 공개했다. 앞으로 세금과 조공 추징금을 바치고 명령에 따르라고 하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왕에게 복종하려 했으나 이솝에게 의견을 묻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솝이 의회에 나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세금과 조공 추징금을 바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라 충고합니다. 운명은 인간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해 줍니다. 하나는 자유의 길로 시작은 고되고 힘들지만, 끝은 평평합니다.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 처음에는 들판처럼 평평하지만, 끝은 험난하고 고통 없이는 걸을 수 없습니다.’ 시민들은 이솝의 말에 따르기로 했고 사신에게 전했다.
크로이소스 왕이 다른 속국과 마찬가지로 사모스에도 공물 목록을 보내려 하자 사신이 만류하며 말했다. ‘사모스에서 이솝을 제거하지 않으면 사모스를 굴복시키지 못합니다. 이솝을 보내라고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왕은 사신을 보내 이솝을 보내라 의회를 설득하자 이를 간파한 이솝에 의회에 나가 말한다.
‘사모스의 시민들이여. 우화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늑대들이 양에게 전쟁을 걸려 하자 양은 개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개가 늑대를 멀리 쫓아내자 늑대가 양을 찾아와 말합니다.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전쟁의 발단이 될 수 있는 것을 제거하고자 하니 개를 자기네에게 보내라 합니다. 늑대를 믿은 정신 나간 양은 개를 보내고 평화협정을 맺습니다. 늑대는 개를 죽이고 양을 파멸시켰습니다.’
사모스의 명에 복종하지 않았으나 이솝은 사신을 따라가서 왕을 만났다. ‘사모스 시민들을 나에게 복종하지 못하게 한 놈이 이놈이냐?’
‘왕이시여 나는 강요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왕을 공경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제 말을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사람이 가재를 잡으러 갔다가 매미를 잡았습니다. 매미는 이삭도 해치지 않고 과일과 곡물도 망치지 않습니다. 저는 날개와 발을 문질러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당신은 저에게서 목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실 겁니다. 하자 매미를 풀어 주었습니다.’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몸이 약해 누구에게 잘못을 저지를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인간들의 삶에 이로운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왕은 자비심을 보였다. '목숨뿐 아니라 재산도 주고 원하는 것을 주겠다.'하자
이솝은 '사모스 시민들에게 자유를 내려주시고 조공을 면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왕은 이를 승낙했고 이솝은 우화를 정리해 왕에게 바쳤다. 이솝이 사모스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성대히 이솝을 환영했다.
이솝은 사모스를 떠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우화를 전했다. 바빌로니아 왕의 신뢰를 얻은 이솝은 커다란 공을 세우고 재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