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이솝우화 (천병희譯, 도서출판 숲刊)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일그러진 우리 모습과 흡사하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최근 이솝우화를 두 권 읽었다. 족발집이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듯 서로 ‘정본’임을 주장하나 분량과 내용에서 차이가 있으니 둘 중 하나는 ‘정본’에서 빗겨났다는 것인지? 그리스어로 된 원전을 번역한 이 책도 ‘완역 정본’이란 광고문구가 있다.

정본 이솝우화(권미선譯, 창비刊)는 가장 오래된 판본 중 하나인 스페인 도서관에 보관된 1489년 판을 옮긴 것으로 원형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어느 책이 ‘정본’인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호기심으로 책을 모두 구입했다. 50여 년 전 읽었던 이솝우화는 이 책과 내용이 흡사하다.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좋은 것들이 허약한지라 나쁜 것들에 쫓겨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자 좋은 것들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갈 수 있겠는지 제우스에게 물었다. 제우스가 좋은 것들에 이르기를, ‘사람들에게 다가가되 한꺼번에 몰려가지 말고 하나씩 가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쁜 것들은 가까이 사는 까닭에 늘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좋은 것들은 하늘에서 하나씩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은 자주 생기지 않지만 나쁜 일은 날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나이팅게일과 제비

제비가 나이팅게일에게 충고했다. 자기처럼 사람이 사는 집 지붕 밑에 둥지를 틀고 사람들과 같이 살라는 것이었다. 나이팅게일이 말했다. ‘나는 지난날의 불행을 되새기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사는 거야.’ * 고통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불행이 일어난 장소를 피하고 싶어 한다. 고대 그리스인은 제비는 먹지 않아도 나이팅게일은 잡아 먹었다.


살인자

어떤 사람이 살인한 뒤 피살자 친척들에게 쫒기고 있었다. 나일 강가에 이르렀을 때 살인자는 늑대를 만났다. 겁이 난 그는 강가의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큰 뱀이 자기를 향해 기어 오는 것을 보고 살인자는 강물로 뛰어내렸고, 그러자 강물 속에 있던 악어가 그를 받아 먹어치웠다. * 죄지은 사람에게는 뭍에도 공중에도 물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여우

어떤 사람이 자기를 해코지했다는 이유로 여우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앙갚음하려고 여우를 붙잡아 기름에 담갔던 밧줄을 꼬리에 매달고 거기에 불을 붙인 다음 풀어주었다. 그러나 어떤 신이 그 여우를 풀어놓은 사람의 밭으로 인도 했다. 때는 마침 수확기라 그가 울면서 뒤쫓아 갔지만 아무것도 거두지 못했다. * 사람은 너그러워야지 지나치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 분노는 때로 큰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곰과 여우

곰이 자기야말로 사람을 사랑한다고 크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기는 시체는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우가 곰에게 말했다. ‘제발 너는 시체들이나 찢고, 살아있는 것들은 찢지 않았으면 좋겠어!’ * 위선과 자만으로 살아가는 탐욕스러운 자들의 가면을 벗기고 있다.


염소와 염소치기

염소치기가 염소들을 우리로 불렀다. 무리 중 한 마리가 풀을 뜯느라 뒤처졌다. 염소치기가 그 염소에게 돌을 던졌다. 염소는 정통으로 돌에 맞아 뿔 하나가 부러졌다. 그러자 염소치기가 주인에게 말하지 말라며 염소를 달랬다. 염소가 말했다. ‘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숨길 수 있겠어요? 내 뿔이 부러진 것을 누구나 다 볼 수 있는데.’ * 잘못이 명백할 때는 그것을 숨기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500년 전 사람인 이솝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일그러진 우리 모습과 흡사하다. 마지막에 소개한 ‘염소와 염소치기’ 이야기도 무심코 읽으면 염소치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고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본인 눈만 가리는 염소치기가 아직도 수두룩 하다.

- 아들이 수십억대 퇴직금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혹시 親父親子(친부친자) 관계는 맞는 것일까?

-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한 진영에서의 끝없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일까? 눈물을 보이며 허리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선거까지만 참자.’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음주 운전, 논문 표절, 부동산투기 등의 논란에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입각후보자들은 진보나 보수정권이나 동일하다. 대한민국 도덕성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인가? 도덕성보다는 능력이 우선인가? 후보자 수준이 되기위한 보편률인가?

- 문고리에 걸어둔 소고기와 대리처방약을 확인도 하지 않고 먹은 사람은 누가 보냈다고 생각하며 먹었을까?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앞집물건이라 생각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유명한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그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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