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들어간 힘도 빼야하고
요즘 병원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새장가 들것도 아니면서 느지막하게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습니다. 上眼瞼(상안검), 눈꺼풀이 쳐져 시야를 가리거나 속눈썹을 눌러 심하면 눈썹이 안구를 찌르게 되는데 치료방법은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속눈썹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집사람 강권에 병원 간 김에 눈 아래 주름도 없앴으니 얼굴을 리모델링한 셈입니다.
첫 눈에 봐도 성형을 많이 한 것 같은 상담실장은 수술 전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계약금을 치르고 나니 솔직해졌습니다. ‘수술 후에는 3개월 정도 지나야 수술한 티가 나지 않고 보증기한은 6개월 입니다. 좌우 대칭률은 80% 정도가 될 것인데 그런 것은 수술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비대칭은 당신 얼굴이 이상한 것이니 환불 불가입니다). 눈 수술도 하시니 미간에 보톡스 맞고, 얼굴 주름만 없애면 20살은 젊어 보이실 겁니다.’ 했지만 저는 그만한 인내심도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또한, 상담실장처럼 부자연스러운 성형미인이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피부를 절단했으니 물론 아픕니다. 붓기도 생각보다 오래갔고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눈, 코, 턱 등을 수술하는 여성들 인내심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脂肪腫(지방종), 10년 전 右手 中指(우수 중지)에 생긴 지방종을 수술하러 병원에 가니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해서 수술을 미뤘습니다. 의학기술이 발전되면 국부마취로 가능하겠지 하는 얄팍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진찰 결과 10년 전 처방과 똑같습니다. 2박3일 입원해서 수술했는데, 혹시 저하고 만났을 때 중지 하나를 위로 올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욕하는 것이 아니라 피가 과도하게 몰리면 욱신거리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입안에서 드릴링하면 온몸에 전해지는 진동과 뼈 타는 냄새로 화장터가 연상되니 치과병원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치과 말고 병원 가는 것은 그리 두렵지는 않은데 회사 다닌다는 핑계로 병원 다니는 것을 미뤘습니다. 어렸을 적 오토바이 사고로 이마를 크게 다쳤습니다. 머리뼈가 보일정도여서 너덜너덜해진 피부를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 내는 것을 윗 눈 치켜뜨고 쳐다봤는데 별것 아닙니다. 이번 눈 수술을 할 때도 지켜보니 늘어진 피부를 절개해서 피부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을 보니 빨간 천조각 같은 것이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데도 공포는 없었거든요.
병원침대에 누워 고치고 자르는 과정이 지루해 내가 왜 누워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스위스 심리학자 carl jung은 40대를 기점으로 인생을 전반기, 후반기로 분류했는데 인생 후반기를 사는 내가 왜 이렇게 누워있지? 조금 후회가 됩니다. 누구는 인생은 60부터라는데... peter F. drucker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이야기대로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 생각하니 후회가 옅어지는 것 같습니다.
퇴원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니 선생님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영학의 창시자 peter F. drucker는 나이 95세 때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다 사망했습니다. 93세 때 어느 신문기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평생 7개가 넘는 직업을 가졌고, 교수로만 40년을 일했는데 언제가 인생의 전성기였습니까?’ 선생님은 곰곰이 생각 후 말했습니다. ‘나의 전성기는 열심히 저술활동을 하던 60대 후반이었습니다.’ 60대 후반부터 30년간이 전성기였다는 말씀이지요.
정년연장으로 대부분의 공기업은 59세부터 퇴직 시까지 임금피크제도를 운영합니다. 아직 시행초기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고급관리자일수록 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에서 멀어졌던 시간이 길었으므로 일부는 적응 못하는 것도 사실이며, 개발된 표준 직무가 다양하지 못해 해왔던 직무와 달라 낯선 경우도 있을 것이니 이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반면 보직을 내려놓은 입장에서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위치가 아니므로 어깨에 들어간 힘도 빼야하고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노력 없이 이루어 질수 있는 일은 찾기 힘드니까요. 기업체 사장님으로 스카웃되지 않는다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셈 치고 노력해 봐야지요.
아직 보직을 갖고 있지만 제2의 전성기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절친 K처장과 몇몇이 모여 막걸리를 한잔 했습니다. ‘임 상무는 천부적으로 글 쓰는 재주를 타고났다. 선친과 누님께서도 글 쓰시고 그 재능을 이어받아 글을 쓰고 있는데 나는 말을 재미있게 하는 재주를 물려받았다. 그래서 강의하면 신이 나고 그것도 청중이 많아야 더욱 신이 난다. 더욱 잘하기 위해 200여개의 스토리텔링을 준비했고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K처장과는 신입직원 시절을 같이 보냈으므로 누구보다 잘 안다. 천부적인 말솜씨가 있으나 숨겨진 이면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입사원시절부터 부장 때까지 고리원자력발전소에만 있던 K처장은 고객이 붙잡아서 다른 곳을 가지 못했지요. 언변이 뛰어났기에? 절대 아닙니다. 실력이 남 달랐고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기에 K처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내려하면 고객이 적극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퇴직 후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기 위해 요즈음 타고난 말솜씨를 더욱 갈고 닦으려 강의능력을 배양하고 있습니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며, 타고난 천부적 재주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스는 법이지요. 오늘은 제2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K처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