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인문학자,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지만 인간의 감성, 직관, 창의와 관련된 부분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은 창의를 이끌어 내는 엉뚱한 발상과 질문과 관련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송전철탑에 대한 비파괴검사 기술이 적용된 것은 엉뚱한 발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극한 작업’이란 TV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송전전기원은 사시사철 까마득히 높은 철탑을 올라가 철탑점검을 한다. 그나마 철탑의 위치가 도심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산지에 위치하니 매일매일 등산을 해야 한다. 또한 특고압 전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 점검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우리 회사 업무 중에서도 대표적인 3D직종에 해당한다. 송전정비분야에 대한 민간개방 요구가 거셀 무렵 송전전기원을 대상으로 ‘송변전사업의 미래’에 대한 특강을 할 때 송변전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송전전기원이 나이 들어 송전철탑에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왜 우리는 까마득히 높은 철탑을 기어 올라가야만 점검이 된다고 생각하나? 승탑하지 않고 지상에서 망치로 두들겨 50.5미터에 볼트가 풀렸다는 판정 기술이 개발된다면 편하지 않겠냐? 우리 회사가 보유한 발전소 정비기술을 송변전분야에도 적용한다면 고부가가치 사업이 열릴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높은 철탑에 올라가 보지 못했으므로 철탑점검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인지 여러분들이 고민하고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송전철탑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여러분들이 전문가들이며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야할 당사자들이다.’
특강 후 기술연구원 비파괴검사 전문가를 불렀다. 내 의도를 이야기하고 어떠한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내 자신뿐 아니라 비파괴 검사 전문가도 철탑에 올라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기술연구원 비파괴전문가가 철탑현황을 조사하고 관련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곤 ‘철탑 용접부에 대한 비파괴검사 사업’을 제안했다. 이것이 바로 엉뚱한 발상과 질문의 힘이다.
후배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발전소에 있는 모든 책을 봤을 정도로 공부는 많이 했으나 현장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경험이 없으니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고, 문외한이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질문을 받은 후배들은 20년간 같은 방법으로 일을 해왔는데 ‘왜 그렇게 하지?’라고 물으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예전 영광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 사용 후 연료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수중등 개스킷이 딸려 나왔다. 청정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구역에서 우리 팀이 관할하는 설비 부속이 발견되었으니 발전소와 우리 팀이 발칵 뒤집혔다. 하루 공정이 지연되면 10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둘째치고 ‘청정’해야 할 장소에 이물질이 있는 것이 더욱 문제였다. 전체 공정과 직접연관 되는 Critical Path에 해당되는 공정이 중단되고 발전소에 비상이 걸렸다. (** 고무로 만든 개스킷이지만 안전이 최우선인 발전소 Rule은 공정을 중단하는 것이다.)
관련 직원들을 소집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o 수중등 개스킷은 맞는가?
- 맞다.
o 어떻게 수중등 개스킷이 수조에 들어갔을까?
- 수중등 파손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o 언제 들어갔을까?
- 관련 기록을 추적 해보니 몇 개월 전 수조에서 수중등 개스킷을 발견했고 추후 꺼내는 것으로 서류화 되어 있다.
o 그러면 다리가 달린 것도 아닌데 육안으로 관측되었던 수중등 개스킷이 어떻게 10미터 정도를 이동했을까?
- ??? 이 질문에서 아무도 답이 없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객관적이고도 제3자가 납득할 ‘원인, 경과, 조치방법, 재발방지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규제기관에서 공정재개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출근해서 해당 현장을 살펴봤지만 답이 없었다. 이틀째 되던 날 어떻게 이동했을까? 에 대한 고민과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o 누가 개스킷의 위치를 옮기지 않았는가?
- 깊은 수조 내에 있는 개스킷의 위치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치를 옮기는 장비를 만들어야 하니 고의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o 무생물이 어떻게? 제 발로 기어간 것은 아닌가?
- 바보 같지만 하루에 10억 원씩 손해를 봐야하는 상황이 이런 질문까지 던지게 한다.
- 제 발로 기어갔다??? 유레카!!!
o 사용 후 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한 쿨링펌프가 가동하면 냉각수가 순환하며 유로에 따라 수중등 개스킷이 10여 미터를 이동하게 된 것이다.
관련 간부들을 수조 옆에 모이게 하고 쿨링펌프 가동에 위한 유로형성을 확인시켜줬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졌고 규제기관에서 공정재개를 허락했다. 이것도 바로 엉뚱한 발상과 질문의 힘이다.
이 시대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모든 기업들이 흐름을 타기 위해 공부하고 선진기업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Big Data, AI, IoT, ICT, Bio... 국가적으로도 여러 분야 모두에 치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중 하나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전 편지에서도 이야기했듯 현재 수행중인 정비 업무에 ‘Big Data, AI, IoT와 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접목하는 편집기술(중간진입전략)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접목하나? 인간의 감성, 직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많아야 하는데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너무 간단하다.
(질문하는 힘 = 인문학) + (정비기술 +4차 산업혁명의 기술 = 편집기술) = 듣도 보도 못했던 응용정비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