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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 確證偏向(확증편향)

‘주관이 뚜렷하다.’가 아니라 확증 편향

by 물가에 앉는 마음

‘고집이 세다.’는 꾸지람에 가깝고 ‘외눈박이’는 확실히 질타하는 것이며 ‘주관이 뚜렷하다.’는 칭찬하는 말이다. 중간정도는 ‘주관이 강하다.’정도일 텐데, 고집 세고 주관이 강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여 백가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자신의 가치관과 판단에 맞는 두, 세 가지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기 쉽다. 유튜브에 판치는 ‘음모론’은 이처럼 복합적 판단이 아닌 일부 현상만을 쳐다보니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며 자기 생각과 같으면 善이고 다르면 惡이라 하는 것은 한국적인 특징이 아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또한, 현대인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프로쿠르스테스의 철 침대 신화’는 길가는 나그네를 잡아와 철 침대에 눕히고 철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려 죽이는 이야기다. 자기가 세운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편견과 고집으로 타인에 해를 끼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정도면 ‘고집이 세다.’ 또는 ‘외눈박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하며 갈등과 오류의 단초가 되는데 이에 기름을 뿌리거나 불을 붙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경상도와 전라도간 지역갈등이 심했으나 최근에는 젠더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이 깊어진 듯하다. 평상시에는 잠잠하다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의 의도된 편 가르기에 국민들이 놀아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선거가 끝나면 ‘승패를 떠나 갈등을 뛰어 넘는 화합’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의도되었든 아니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갈등이 조장되었다는 것으로 나는 정치꾼들의 ‘의도’였다고 본다. 사실 이렇게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도 주관이 강한 것이며 확증 편향적 시각을 갖고 있다 평해도 할 말은 없다.

어찌되었든 내가 속해 있거나 지지하는 정파의 이념에 따라 좌파는 공산주의자가 되었다가 우파는 친일파로 치부되기도 한다. 젠더갈등으로 손가락 움직임을 조심해야 하며 여자들은 군대 가고 남자들은 자녀출산을 해야 할지 모른다.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젊은 세대와 집 가진 산업화 세대가 갈등이 심화되어 루비콘 강을 건넌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가족이 아닌 원수가 공존하는 꼴이 된다.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라디오방송을 듣지 않아 친여방송인이라는 김어준씨 방송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으나 기사는 여러 번 읽었다. 최근 기사를 읽어보니 좌측으로 상당히 傾度(경도)되어 있어 ‘친여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대법원 판결 후 “그 양반 꽤 오래 알았다. 나는 죄를 지어도 그 양반은 죄를 지을 사람이 아니다” “개XX들. 진짜 열 받네”김어준씨가 김경수 전 지사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 판결에 의구심을 표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옹호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향해 “박원순 (전) 시장은 성추행할 사람인가? 그런 거 아니다.” “1·2·3심 재판관이 몇 명인가. 굉장히 많은 이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항”이라며 “그걸 뒤집으려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열은 김경수 전 지사가 너한테 받아야지”라고 비꼬아 비판한 바 있다. -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편집 -

나는 실향민 2세대이자 산업화세대답게 정치적 색깔은 박정희대통령을 존경하는 보수우파로 좌파에서 볼 때는 당연히 우측으로 傾度되어있다. 우측이라도 서민적이며 솔직담백했던 故노무현대통령을 좋아 하고 존경한다. 故노회찬의원의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인간됨을 좋아하며 간첩혐의로 20년 넘게 옥고를 치른 故신영복교수의 글도 좋아한다. 나아가 黑猫白猫(흑묘백묘)론을 이야기했던 공산주의자 등소평을 존경한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한다면 그만이다.’ 라는 흑묘백묘론은 공산주의를 초월한 위대한 사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정희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유신정권하에서 신영복교수를 좋아하고 등소평을 존경한다고 말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서빙고호텔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수우파임에도 좌파를 좋아하고 존경하니 편향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극단의 확증편향보다는 밝고 어두운 모든 면을 모두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국근대화의 상징인 박정희대통령은 존경하지만 유신독재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 박정희대통령에는 반대한다.’가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한다.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페르소나(Persona: 가면을 쓴 인격)’중 하나인지 모른다. 회사업무에 관해서는 양보 없이 고집이 세고 부정에 대한 확증편향이 심했었다. 입으로는 나만의 ‘프로쿠르스테스의 철 침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지만 업무태만, 사손초래, 부당요구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주관이 뚜렷하다.’고 자부했지만 상대방이 볼 때는 고집불통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누구보다 많은 철 침대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껴 맞추려했으며 고집으로 타인을 엄청 불편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쫒아낸 직원들을 세기에는 열손가락이 모자라다. 오죽하면 별명이 개작두 였을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과 능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구분과 기준이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으로 만든 철 침대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프로쿠르스테스의 철 침대’였지 헝겊으로 눈을 가린 유스티티아의 공평한 저울은 결코 아니었다. 상사의 부당한 요구도 時流에 맞는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내 철침대가 완벽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얼치기였을 가능성도 높았다. 시간이 지나 복기해 보니 ‘주관이 뚜렷하다.’가 아니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심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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