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 채근담(3)

채근담(3) (쑨하오가 쓰고 이성희가 옮김, 시그마북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처세술’이라 함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인데, 처세술을 배운다는 것은 너무 현실 타협적이지 않냐 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공자, 맹자, 장자的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나 채근담에서도 ‘도’를 지키지 말라 하지는 않는다. ‘도’를 지키고 본인을 다스리되 다만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3장 사람됨과 처세의 깨달음

(융통성과 원칙의 공존이 생존의 법칙이다.)

처세와 사람됨은 ‘도’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적절한 정도를 지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처세와 사람됨에 있어 가장 뛰어난 경지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부드러우면 무시를 받게 된다. 외적으로는 융통성이 있지만 내적으로는 원칙을 굳게 지키며,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공존하며, 나감과 물러섬에 있어 자유로워야만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속에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 ‘채근담’은 우리에게 몸과 마음이 자유롭도록 충고를 해준다. 배를 저어주는 노요, 고기를 발라주는 칼처럼 우리가 성공과 화해의 질을 갈수 있도록 도와주고 문제를 피하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소인을 미워하는 것 보다 미워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마음씨가 바르지 않은 소인을 대할 때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 혹독하게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고상한 군자를 대할 때 그들을 공경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진정 어려운 것은 적당한 예절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다.


마음의 인격은 밝게 드러내고, 재주는 소중하게 아껴두라.

군자는 인격이 고상하고 심오하며 마음이 푸른 하늘의 태양처럼 환하기에 밝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군자의 재능은 소중하게 보관해 놓은 진주와 같기에 함부로 자랑하여 남들이 알아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진흙에도 오염되지 않고 꾀를 알고도 쓰지 않는 사람

권세와 이익, 재물과 부는 사람의 눈을 침침하게 하며,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가까이 하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사람은 더욱 깨끗한 사람이다. 권모술수와 교묘한 꾀를 모르는 사람이 빼어난 사람이라면,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빼어난 사람이다.


넓고 진실한 마음, 오래 잊히지 않는 은혜

사람을 대하고 일처리 할 때 마음이 넓고 진실해야만 주위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는다. 죽은 후 자손과 세상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은혜를 끼쳐야만 자손들이 끊임없이 추억할 수 있다.


친구를 사귈 때는 기개와 용기로, 타인을 대할 때에는 순전한 마음으로

친구를 사귈 때는 불공평한 일에 의연히 나서는 기개와 용기가 필요하고, 타인을 대하는 사람됨에 있어서는 어린아이 같은 순전한 마음이 필요하다.


책망은 너무 엄하지 않게, 가르침은 너무 높지 않은 수준으로

타인의 잘못을 책망할 때는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타인에게 선한 일을 가르칠 때에는 너무 많이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수준을 고려하여 너무 어려워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고 한 걸음 물러나 처세한다.

재주를 감추어 어리석게, 후퇴를 전진의 계기로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지 못하는 사람은 진흙탕에서 발을 씻는 것이니 어찌 세상을 벗어난 초월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인격수양과 처세에서 한걸음 물러나지 않는다면 불나방이 촛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관용과 엄격함은 적절히 활용해야 하며, 은혜와 위엄은 함께 사용해야 한다.

태평성세를 살아갈 때 사람됨과 처세는 반드시 엄정하고 강직해야 한다.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갈 때 사람됨과 처세는 반드시 융통성 있고 노련해야 한다. 어지럽고 패망하려할 때 사람됨과 처세는 반드시 강직함과 융통성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보통 때보다 엄격해야 하며 평범한 대중을 대할 때는 관용과 엄격함은 적절히 활용해야 하며, 은혜와 위엄이 모두 필요하다.


복은 억지로 구할 수 없으며 미움을 없애면 화를 피할 수 있다.

복은 억지로 구할 수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인생에서 행복을 구하는 근본적인 태도이다. 화도 억지로 피할 수 없으니 마음에서 원망과 미움을 없애는 것이 화를 멀리하는 방법이다.


잘못을 뉘우친 소인보다 위선적인 군자가 더 악하다.

군자라도 가식적인 행동으로 선한 명분만 얻고 있다면 사악한 소인이 멋대로 악을 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봄바람이 대지를 풀리게 하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인다.

식구가 잘못을 해도 크게 화내지 말고 쉽게 그를 포기하고 방치하지도마라. 비유하여 깨우쳐주고 암시하여 잘못을 고치게 하는 것이 가정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표준이다.


튀려고 애쓰는 사람은 식견이 부족하고 독불장군은 영원할 수 없다.

튀는 모습으로 남들과 달라 보이려는 사람은 탁월한 식견이 없음이 분명하다. 자기 이름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은 결국 자존심을 지켜내지 못한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과 사귀지 말고 교만한 사람에게는 말을 조심해라.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성급하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교만하고 잘 난척하는 사람, 자주 화내는 사람에게는 말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조와 인품이 엄정하고 청렴할수록 벌의 독침을 조심하라.

학식 있는 사람이 권세 있는 중요한 지위에 있을 때 지조와 인품이 엄정해야 하고 마음과 기개는 온화하고 원만해야 한다. 자신의 원칙을 쉽게 포기하고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패거리로 뭉치는 간사한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과격해 음험한 무리들의 심기를 건드려 해를 당하지도 말아야 한다.


소인의 미혹에 당하느니 군자의 책망을 들어라.

어떤 상황에도 소인배의 질투를 받고 훼방을 당할지언정 달콤한 말에 미혹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군자의 책망을 받고 훈계를 들을지언정 넓은 아량에 포용되지 말아야 한다.


입은 삼엄히 지키며 뜻은 강인하게 지켜라.

입은 마음의 대문이다. 삼엄하게 지키지 않으면 기밀이 전부 새어나간다. 의지는 마음의 말이다. 가인하지 않으면 절뚝발이처럼 비뚤어진 길로 들어서게 된다.


글은 소박할 때 진취적이며 도는 진정할 때 이루어진다.

글은 소박하고 실질적인 것을 중시해야만 진보할 수 있고 도의는진정하고 자연스러워야 이루어진다. ‘투박함’이란 말에는 한없는 의미가 있다. ‘무릉도원에서 개가 짖고 뽕나무 숲에서 닭이 운다.’는 글은 얼마나 순박하고 끝없는 여운을 남기는가? 그러나 ‘맑고 차가운 연못에 비친 달 그림자’나 ‘고목나무위의 까마귀’같은 글은 잘 다듬어 졌지만 상처입고 쇠락한 기상이 느껴진다.


냉정한 눈으로 관찰하되 지나친 열정은 금물이다.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태도로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며 자신의 직선적인 성격을 드러내어 화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타인을 해치지 않아야 하지만, 타인의 악은 방어해야 한다.

주도면밀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입지 않게 유의해야 하며, 과도하게 타인을 경계하는 사람은 속을지언정 속일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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