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4) (쑨하오가 쓰고 이성희가 옮김, 시그마북스刊)
아마도 ‘채근담’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오래 하는 것 같다. 퇴직 즈음해서 내 삶을 돌이켜보니 나만의 ‘원칙’을 지키려고 고집불통처럼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한 불만 때문인 듯하다. 오래전 채근담을 읽고 ‘세상을 너무 얍삽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나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부드럽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한 융통성이 부족했다.
제4장 지식과 배움의 깨달음
배움을 권하는 사람은 항상 명예와 이익, 봉록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선을 권하는 사람은 축복과 행복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이런 배움은 거짓된 배움이며 거짓된 선과 도이다. 배움은 지식을 쌓고 도덕성을 향상시키지만 덕은 인격을 변화시킨다. 이것이야 말로 허세가 아닌 진정한 배움이자 진정한 도이다. 평안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공부하면 책에서 인생의 도리를 배울 수 있다. 헛된 명성을 위해 공부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인생을 망치게 된다.
덕을 수련하려면 명예를 잊어야 하고, 공부하려며 그 참뜻을 알아야 한다.
학문을 하려면 정신 집중하여 연구에만 힘써야 한다. 도덕을 수양할 때 성공과 실패, 명리를 잊지 못한다면 진정 깊이 있는 조예를 이룰 수 없다. 공부할 때 참뜻을 알지 못한 채 건성으로 시와 문장을 읊는다면 깊은 변화와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마음이 깨끗해야만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마음이 깨끗해야 공부를 통해 선인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선한 행동을 본다 해도 탐심을 몰래 만족시키는데 사용을 할 것이고 듣는다 해도 자신의 결점을 가리는 데만 사용할 것이다.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실용을 중시한다.
고대 성현들의 정수를 통찰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글자 쓰는 장인이 되는 것이다. 관리가 되어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관복을 입은 강도에 불과하다. 학문을 가르치지만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불경만 외울 뿐 도를 모르는 승려와 같다.
꽃은 아름다움을 보여야 하고 사람은 선한 일을 해야 한다.
봄이 오면 화초는 대자연에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새들 역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더 우수해지기 위해 의식주가 풍성한 생활을 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는 생각도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면 백 살을 살아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다.
계속 단련하면 영원한 복을 누리고 회의하고 연구하면 참 이치를 알게 된다.
인생길은 힘겨운 단련이 계속되나 끝까지 단련하는 사람이 행복을 얻고 이런 행복이 영원하다. 공부하고 회의하면서 경험과 탐색을 통해 연구하는 자가 지식을 얻으면 이런 지식이 정확하고 틀림없는 진리가 된다.
역경에 처하면 의지와 덕을 갈고 닦을 수 있다.
역경에 처하면 약침으로 온 몸에 뜸을 뜨는 것 같으나 깨닫고 고친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때는 보이지 않는 창과 칼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사람의 의지가 점차 사라진다 해도 깨닫지 못한다.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아야 학문을 이룰 수 있다.
무궁무진한 재산을 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난한 사람이 그릇을 들고 구걸하는 것을 본받는 꼴이다.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비하하지 않아야 한다. 갑자기 부자가 된 가난한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집 부엌이든 연기 안 나는 부엌이 있겠는가? 자만심에 빠져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한가할 때 공부에 힘쓰면 바쁠 때에 힘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빈 시간을 이용해 일하면 바쁘고 긴장될 때 큰 도움이 된다. 한가할 때 내면을 닦으면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힘이 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다면 사악한 생각도 생기지 않고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도는 항상 깨달아야 하며 학문의 귀함은 끈기에 있다.
충동이나 흥미로 일을 하는 사람은 흥미가 사라지면 일을 멈추게 된다. 마찬가지로 감정에서 출발해 진리를 깨달으려 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감정에 미혹 당하게 된다.
금은 백번 단련하여야 하며 쉽게 쏘는 화살로는 공을 세울 수 없다.
의지는 단련된 금처럼 갈고 닦아야 하며 반복해서 단련해야 성공할 수 있다. 궁수가 힘을 다해 신중하게 활을 쏘듯 조급한 성공만을 바라면 깊은 수양을 할 수 없다.
마음으로 깨닫고 사물과 하나가 되어라.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마음으로 깨달아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 춤을 출 지경에 이르러야 하고 정신을 집중해 사물과 하나 될 때 까지 관찰해야 표면적인 현상에 속박되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짙으면 빨리 사라지고 옅으면 오래가며,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 진다.
농염하면 빨리 사라져 담백하고 오래가는 맛만 못하며 빨리 성공하는 것은 늦게 이루어짐만 못하다.
세상에 있어야 세상을 벗어날 수 있고, 지혜를 다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은 세상 속에서 단련해야 찾을 수 있으므로 사람들을 떠나 단절되어 살 필요가 없다. 지혜의 가르침을 완전히 깨닫기 위해서는 지혜를 사용해야 할 때 깨닫게 되므로 모든 욕망을 거절하고 적막하고 암울하게 살 필요는 없다.
밧줄로 된 톱이 나무를 자르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노력하고 힘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한 지류가 되고 박은 익으면 자연히 꼭지에서 떨어진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노력 후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면 올바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