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5) (쑨하오가 쓰고 이성희가 옮김, 시그마북스刊)
오늘 ‘채근담’이야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채근담은 나를 굽히는 지혜를 담고 있다. 올바른 원칙에 의거해 용감하게 나아갈 때와 기쁘게 물러설 때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성공했을 때 취해야 할 겸손한 자세를 가르쳐 준다. 원칙고수와 융통성을 고루 갖춘 처세 기술,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배움의 비법, 나가고 들어가는 명리의 도를 알려준다. 처세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본인의 인격수양을 위해서도 채근담을 읽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5장 생사와 명리에 대한 깨달음
- 큰 것을 작게 볼 줄 알아야 들어가고 나갈 수 있다.
생사와 명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은 삶의 중요한 원칙을 붙들고 지키되 작고 간단한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명리와 성공에 대해서 나아갈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권세와 이익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공명과 명예 때문에 근심하지 않고 세상사를 명확한 통찰력으로 바라보며 생사의 본질을 깨닫는 다면 마음에 두려울 것이 없다. 축복을 받아도 오만방자해 지지 않고 솔직담백하며 구속받기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 이 궁리 저 궁리로 머리 아프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명리에 유혹받지 않으며 태연자약하고 자신만만한 삶, 이런 삶을 살 때 명예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어느 곳에 있든지 항상 기쁠 수 있다.
세상을 초월하면 명사가 되고 욕망을 절제하면 성인이 된다.
위대한 일을 성취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귀공명과 이익을 초월하면 명사가 될 수 있다. 학문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명예와 이익의 소박을 벗어버리면 성현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
덕은 타인의 앞에서 다투고, 이익은 타인의 뒤에서 얻으라.
명리를 얻는 일은 다른 사람 앞에서 다투지 말고, 덕을 쌓고 인품을 수양하는 일은 다른 사람 뒤에 낙오되지 말라. 얻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분을 지키고 인격을 지켜야할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명예는 혼자 누리지 말고, 허물은 전부 떠넘기지 마라.
명성과 절개는 독차지 하지 말고 주변 사람과 나눠야 질투로 인한 화를 피한다. 수치스러운 행동과 명성은 전부 타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일부를 감당해야 자신의 재능을 보존하고 덕과 인격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부귀와 공명을 내려놓으면 비범하고 고결할 수 있다.
부귀와 공명을 추구하는 마음을 포기 할 수 있다면 비범하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약 어질고 의로운 도덕적인 마음을 벗어날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천지를 초월하며 명예와 이익에 들어서지 않는다.
나무와 돌 같은 마음으로 탐욕을 피하자.
타인이 부귀를 가질 때 나는 인자함과 덕을 가질 수 있다. 타인이 관직과 봉록을 가질 때 나는 정의를 가질 수 있다. 고상한 심성의 대인군자라면 관직과 봉록에 속박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힘은 분명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있고 강인한 힘은 어떤 견고함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당연히 하늘이 정해준 틀에 갇히지 않는다.
고상함을 잃지 않으면 가난해도 초라하지 않다.
가난한 집일수록 마당을 쓸고 닦아야 하며, 여인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야 한다. 아름답고 화려한 장신구는 없지만 자연스럽고 소박한 고상함이 있다. 재주 있는 군자라면 가난, 고민, 무시, 천대를 받았다 해도 어찌 자포자기 하겠는가!
타인의 환란은 함께 나누어도 안락은 함께 나누지 마라.
타인과 함께 과실의 책임은 지는 아량이 있어야 하지만 타인의 공로를 함께 누리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서로 시기 질투를 불러올 뿐이다. 타인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도량을 키우되, 안락을 나누려는 생각은 하지마라. 서로 간에 미움만 초래한다.
성공했을 때 용기 있게 물러나야 원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변화와 격류 속에서 용퇴는 반드시 일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 해야 한다. 그래야 원만한 결과가 보장된다. 또한 깨끗하고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갈고 닦은 인격을 수양할 수 있다.
절정의 지혜가 아니면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마음이 없다.
산천과 대지는 우주에 비하면 먼지에 불과하고 인류는 먼지중의 먼지이다. 우리의 몸은 무한한 시간과 비교하면 물거품처럼 순간적이다. 그리고 부귀공명은 물거품중의 물거품이다. 그러므로 절정의 지혜가 아니면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마음도 없다.
힘들고 짧은 인생, 명리를 다투어 무엇 하리
전광석화 같이 짧은 인생에서 길고 짧음을 경쟁한다 해도 얼마나 길게 수명을 연장할 수 있나? 달팽이 뿔같이 좁은 공간에서 너와 내가 싸운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세계를 얻을 수 있으랴?
만족을 알면 행복하고 활용할 줄 알면 살게 된다.
분수에 만족하면 행복하고 화를 멀리 피할 수 있다.
눈앞의 모든 것을 바라보며 만족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선경에서 살고 있지만 만족할 줄 모르면 속세의 경제를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일의 원인을 정리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때마다 위기에 빠진다.
나아갔을 때 물러남을 생각하고, 손에 쥐었을 때 내려놓아라.
길고 짧음은 주관적인 느낌이고 넓고 좁음도 심리적 느낌이다. 심령이 넉넉한 사람에게는 하루가 천년 같고, 마음이 트인 사람에게는 좁은 방도 넓게 느껴진다. 가득 차게 되면 스스로 손해를 보고, 귀해지면 스스로 낮춰야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명성을 피하면 자연히 평안해 진다.
명성을 자랑하는 것 보다 명성을 피하는 것이 더 유쾌하고 멋있고, 세상일에 숙달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덜어내는 것이 자유롭고 만족스럽다.
명리와 관직을 원하지 않으면 관직의 위험이 두렵지 않다.
내가 부귀영화를 추구하지 않는데 왜 명리와 관직의 유혹을 걱정하겠는가? 승진하고 돈 벌기를 원하지 않는데 왜 관직의 길에 기다리는 위험을 걱정하겠는가?
나이 들어 젊은 시절을 회고하고, 몰락했을 때 영화를 돌아보라.
나이 들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다투고 경쟁했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몰락했을 때 영화를 돌아보면 사치하고 화려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욕망에는 존귀함과 비천함이 있으나 탐욕은 모두 똑같을 뿐이다.
정의로운 사람은 천상의 나라도 양보하나 욕심 있는 사람은 한 푼의 돈 때문에 싸운다. 이런 두 가지 품격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명예를 밝히는 마음이나 이익을 밝히는 마음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천자는 국가대사를 관장하고 거지는 길에서 구걸한다.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천자의 근심이나 거지의 근심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절벽에서 손을 놓고, 적당할 때 멈춰라.
춤과 노래, 오락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조금의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면 절벽에서 손을 놓을 수 있는 도량이 큰 사람이니 진정 부럽다. 깊은 밤이 밝아가도록 어떤 이는 쉬지 않고 일하는데, 평범한 사람이 고해 중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은 정말 가소롭구나.
달은 차며 기우니, 만족스러울 때 조심해야 한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은 조금 취했을 때 가장 감미롭다. 완전히 피고 많이 취하면 이미 나쁜 상황이다. 뜻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이 도리를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