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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 축적의 길(3) (이정동著, 지식노마드刊)

시행착오를 빠르게 축적하면서 개념설계 역량을 키우는 시간을 압축

by 물가에 앉는 마음

축적의 전략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현장을 키워라.

2012년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가 발사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거의 모든 대학과 공공기관들이 3D 프린터를 구입했고 3D시스템즈 같은 미국의 원천기술 보유기업이 호황을 맞았다. 80년대부터 이미 개념이 완성되어 있던 3D프린팅 기술이 갑작스레 부각된 이면에는 백악관의 노력이 있었다. 2014년 백악관비서실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메이킹 인 아메리카’로 시작되는데 미국 제조업의 위기가 중국제조업에 밀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제조업 기반이 사라지면서 기술혁신 활동이 약해지고 제조업 분야의 창업도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주된 문제의식이다. 제조기반 혁신과 창업에 소요되는 진입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인프라가 바로 3D프린팅 산업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조그만 자동차 부품을 새로 만드는데 50만 불, 4개월이 소요되는데 반해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며 3천불, 4일이 소요된다.

그동안 혁신활동은 미국에 남겨두고 제조활동은 개도국, 특히 중국으로 내보내는 소위 오프쇼어링 모델이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제조활동만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혁신활동도 나가더라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만 여겼던 중국에서 놀랄만한 혁신성과가 제시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제조현장에 있었다는 관찰결과이다. 제조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생산하는 행위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완성해가는 혁신의 모태다. 미국이 다시 리쇼어링을 강조하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월리엄 캄쾀바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 중퇴를 했다. 어느 날 발전기의 원리에 관한 책을 읽어본 후 풍력발전기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폐품을 이용해 발전기를 만들었고 전기를 생산해 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2007년 글로벌 지식공유 프로그램인 TED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감동적이지만 주변에 이를 증폭시키는 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천재적인 개념설계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해도 그 사회에 축적된 지식이 없다면 구현되는 결과물은 볼품이 없다. 결국 주변에 축적된 지식의 양과 수준에 의해 개념설계의 도전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월리엄 캄쾀바의 반대사례가 일런 머스크이다. 인공위성 1단 엔진은 분리 후 바다에 떨어지면 선박으로 회수 한다. 2015년 12월 21일 스페이스엑스사는 1단 엔진을 지정된 장소에 착륙시켰는데 약간의 수리와 검사를 거친 후 재활용 하는데 소요비용은 기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런 머스크는 왜 로켓 발사비용을 낮추려 했을까? 화성에 인간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재활용하지 않으면 경제성을 맞추기 어려워서 였다. 화성정착촌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재활용 로켓개념이 완성되면 상업시장에서 비즈니스기회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이 혁신적인 모델을 지휘한 일런 머스크는 로켓의 문외한이었으며 전공으로 따진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보잉, 나사의 초절정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바로 이러한 배경이 인류역사상 최초의 재활용 로켓발사시스템을 만들어낸 힘인데 개념설계가 선진국에서만 탄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아르헨티나 국토면적은 대한민국의 28배, 그중 팜파스 초원은 면적의 20%이다. 예전에는 소를 방목했지만 초원의 64%가 콩 재배지로 바꿨다. 중국인의 돼지고기 먹성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돼지의 절반인 4억7천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고 2012년 한 해 동안 5,300만 톤의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돼지체중 1Kg을 불리기 위해 3Kg의 곡물이 필요해 중국은 세계 콩 수출량의 60%인 6,500만 톤을 수입하는 세계 1위 콩 수입국이다. 놀라운 숫자는 계속된다. 13억5천만의 인구, 6천만 개 기업, 천만이상 도시 13개, 3만 달러 이상 중산층 3억 명, 현금 10억 원 이상 자산가 240만 명, 자동차 판매 세계 1위, 연평균 10%이상 성장...

막연히 덩치만 큰 나라였던 중국이 최근 독자적인 개념설계를 제시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전 세계 산업계가 놀라고 있다. 2015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했고 독자적인 해양플랜트 개념설계, 발전설비에서도 독자모델로 인도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초초임계압 터빈을 개발하여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몸집은 골리앗인데 다윗처럼 여리하고 날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으로 넘어가는 전통적 단계를 생략하고 발전하는 전략이 중국산업의 특징이다. 2015.3월 리커창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전략 등 중국산업 구조혁신 비전을 제시했다. 전통적 제조업과 인터넷기반 신산업을 연동하면서 동시에 혁신하겠다는 큰 그림으로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요즘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들이 핵심이었다.

최근 제조업 역량 향상도 눈부시지만 인터넷기반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등 소비자접점에서 벌어지는 혁신적인 실험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를 넘어 인터넷기반의 새로운 개념설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폰은 ‘인터넷 씽킹’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운영프로그램이 1주일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기술선진국들이 200년간 축적의 시간을 거쳐 혁신적 개념설계 역량을 개발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개발하고 있는 중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선두주자인 독일,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한 것은 다름 아닌 ‘광대한 공간의 힘’이었다. 중국 정부의 도전적 계획에 따라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구간을 건설하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2016년 기준 구간거리는 19,000Km였으며 통과 지역이 영하 50도, 해발 4345M등 선진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공간의 힘으로 축적의 시간을 압축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산 개념설계는 공간과 물량으로 시행착오를 빠르게 축적하면서 개념설계 역량을 키우는 시간을 압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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