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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4차 산업혁명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Think’는 왜 성공 했을까? 질문을 던지고 이해했다면

by 물가에 앉는 마음

기술기획업무를 오래 했기에 아직까지도 후배들에게서 기술의 방향성과 목표 등 기획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리 회사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IoT, AI, Big Data이니 먼저 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하겠지. 전임 CEO때 추진한 Data Base구축작업을 Big Data 구축차원에서 추진했는데 속성을 모르고 추진하니 오류가 발생되었지. 정확한 이해와 속성을 파악한 후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 중간진입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하네.’ 본사 떠나 사업장에 있으니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형편이 아니므로 질문에 대해 피상적인 답변만 했다


여러 질문 중 인상에 남는 질문이 있었다. 그는 나와 같이 기술기획업무를 했었고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후배로 질문하는 차원이 조금은 달랐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기술연구원에서 완료하거나 진행하는 연구과제중에는 이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과제가 있다. 또한, 10여년 전 중장기 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기술개발분야 한 꼭지는 인공지능을 갖춘 설비진단시스템 개발이었다. 질문자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으며 회사의 시스템적 준비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지금부터 그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하려 한다.


첫 번째, 책을 읽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정동교수님의 저서 ‘축적의 길’에서 중국이 重厚長大(중후장대)의 정책으로 개념설계기술을 빠르게 개발했다고 이야기해도 중국은 중국일 뿐이다. 중후장대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우리 회사에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으니 우리나라, 회사의 강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모든 직원들이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발전설비 박람회장과 같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세계 모든 나라의 발전기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부품호환, 정비기술의 상이 등 한편으로 약점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 설치되어 있는 발전기도 능히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키워졌다. 이것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자 重厚長大이며 이런 회사는 지구상에서 흔치 않다. 이것을 이용하여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어떤 비즈 모델을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예전에 소개해드린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 트리즈(TRIZ)’라는 글을 보면 나누고, 더하고, 반대로, 비대칭...등 창의의 여러 원칙에 대해 소개한 것이 나온다. 重厚長大가 아니면 반대로 輕薄短小(경박단소)에서 우리 강점을 찾아야 하는데 찾아봤는가? 책을 읽었으되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분들, 물론 책도 읽지 않고 멍한 상태로 출근해 퇴근하는 사람보다야 100배 나은 사람이지만 능력을 개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왜 그럴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읽고 이해하고 우리 여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질문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1959년 국민소득 55불, 2015년 국민소득 28338불 세계 28위, 베이비 부머 시대는 지난 50년간 남의 뒤만 따라가며 선진국을 카피하는 패스트 팔로워의 시간을 보냈다. 경부 고속도로를 최단기간 내에 건설했고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거북선 그림하나로 선박건조 수주를 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맨주먹으로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으니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경이로운 기록이며 결과이다.

잠자는 시간이외에 ‘돌격 앞으로’ 앞만 보고 살았고 지시에 순종하느라 ‘왜 그럴까?’ 의문을 갖고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패스트 팔로워’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퍼스트 무버’의 시대를 열어야 하나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일부 학자는 ‘일제의 우민화교육인 식민교육을 시행한 친일파가 위대한 리더를 만드는 인문학위주의 교육이 아닌 공장노동자와 직업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공립학교교육을 도입했다. 이는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식민교육의 미국식 버전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 한다.

우리는 생각 없는 교육을 받았으며 베이비 부머들은 생각 없는 시대를 살아왔기에 ‘왜 그럴까?’ 의문을 갖고 질문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시대를 앞서간 첨성대, 신기전, 거북선 등을 개발했기에 패스트 팔로워는 우리민족의 DNA는 아니다. 끊임없는 질문으로 잠자고 있는 DNA를 깨워야 한다.


세 번째, ‘안전빵’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청소년 상당수(연구결과로는 32.2%)가 도전이나 시도를 할까? 아니면 그만둘까? 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를 갖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부모들 책임이다.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에만 전념토록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학원과 과외선생의 선택까지도 부모가 결정하며 군대 간 아이들 주변에서 맴도는 헬리콥터 맘도 있다. 곱고 안전하게 키우려는 지나친 욕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고 도전과 시도를 잊은 그들은 재미없는 삶을 살다 죽을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도전과 시도 없이 소위 ‘안전빵’만을 추구하다가는 몇 년 지나지 않아 간판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돈 많은 재산가는 ‘안전빵’으로 가면 3대를 갈 수 있으나 도전하지 않는 기업이 오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암기식교육을 지양하고 종합적 사고능력 배양을 목표로 선진국 형으로 교육정책을 바꾸려하지만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에 취직을 하려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육정책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회사는 국가만 쳐다볼 수 없다. 교육과 취업과 사회보장 등 사회의 메가트렌드가 바뀌려면 시간이 많이 흘러야 하므로 기업 스스로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고 세계 기업과 경쟁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회사, 단위조직, 그것도 안 된다면 개인단위로 공부하는 분위기, 질문하고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용 로봇을 약간 개조하면 내가 정비하고 있는 밸브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알파고와 우리 회사 암묵지를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 질문이 도전을 만들고 실패 속에서 성공이 피어난다.


네 번째, 기반을 다지는 것은 늦지만 빨리 가는 길이다.

예전 실장시절, 신임CEO가 취임하시자마자 당돌하게도 이런 제의를 드렸다.

‘제가 기술개발 원년 멤버로 조직재건에 대한 책임감도 있지만 기술회사에서 기술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너진 우리 회사 기술개발조직을 살려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 기술개발 조직, 정책의 문제점과 대책, 그리고 비전은 자료에 있습니다. 무너진 조직을 저에게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사장님 재임기간 동안 성과를 내놓으라고 독촉 하시면 안 됩니다.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3년을 쓰겠습니다. 대신 우리 회사 기술개발 기반을 다져놓은 사장님으로 평가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재임기간 3년 내내 성과에 대한 독촉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나 또한, 사장님께 대한 약속을 지켰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것이 아무리 시급한 일이지만 上石下臺(상석하대) 할 수 없는 일이며 砂上樓閣(사상누각)을 만들 수는 없다, 설령 그 방법이 성공한다 해도 영속성이 떨어진다. 기반을 다지지 않고 성공한 요행수는 멀리 가지 못한다. 기반을 다지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나 아닌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주위를 돌아보지 마라. 바로 당신이 기반을 다질 사람이니 우선 책 많이 읽고 이해해야 한다.

토머스 J 왓슨은 IBM을 ‘Think’로 세계 제1의 기업을 만들었고, 빌 게이츠는 ‘Think Week’로 IBM을 꺾고 마이크로 소프트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로 ‘Think’ 와 ‘Think Week’를 구시대 유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에 ‘Think’열풍이 불어 ‘Think Month’, ‘Think Hard’ ‘Think Smart’, ‘Think Simple’, ‘Think Future’, ‘Think Big’, ‘Think Great’를 내걸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Think’에 대한 이해보다는 돈을 벌기위해 ‘Think’를 도용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Think’는 왜 성공 했을까? 질문을 던지고 이해했다면 ‘Think Different’는 몰라도 ‘Think Week’정도는 이겼으리라 생각된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이해했다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중후장대는 무엇인가? 경박단소로 성공하려면? 공부 해보니 책을 100권 이상 읽어야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200권정도 읽으니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에서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을 찾아내는 눈썰미가 생기는 것 같았다.


** 축적의 길 (이정동著, 지식노마드刊), 생각하는 인문학 (이지성著, 차이刊),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著, 21세기북스刊)에서 그리고 읽었지만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들에서 일부 내용을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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