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등 기술은 열정입니다.
지난 7월초 나주에서 사내 행사인 ‘제 2회 기술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제2회’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전신인 ‘정비사례발표회’까지 합치면 20년 이상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 깊은 행사 중 하나다. 전 사업소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생한 현장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는 행사였으나 최근에는 행사 명칭도 바뀌고 기술경진대회, 발명왕 선발대회, 주요기술공유 세미나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본인이 희망하는 세션에 참석하면 된다.
2일차 프로그램에 ‘웅성웅성’이란 Talk Concert가 있었다. 연령대별 패널이 한명씩 선발되어 4명의 패널과 150여 직원들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0년 후 회사 모습? 개인적으로 기뻤던 일과 회사 미래는? 우리 회사 1등 기술은 무엇인가? 등 몇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 하는, TV에서 보던 Talk Concert와 진행형식은 같았다. 아니 같았다가 보다 진행형식을 카피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진행형식을 카피했다지만 공기업의 경직되고 딱딱한 문화에서 자유로운 주제와 분위기로 ‘Talk Concert’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발상이다. 공기업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하게 되면 임원 또는 조직의 長이 한 말씀 하게 된다. 기술개발의 중요성, 경영환경이 어려우니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일방통행식 훈시로 인해 딱딱한 분위기가 조성되나 ‘Talk Concert’라는 형식을 빌려 개인과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하니 분위기는 매우 부드러웠으며 혁신적이었다.
5~6년 전, 한전KPS 미래FORUM을 개최했을 때의 반응도 비슷했고 질문이 이어져 만찬시간을 두 차례나 연기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만 해도 특정 기술적 주제를 놓고 본부장부터 직원까지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Talk Concert’형식으로 진행되는 회의는 파격이었다. 참여했던 타 공기업직원들은 토론에 참여하기보다 사진 찍고, 진행방식을 메모하는 등 벤치마킹을 하는데 집중했다.
미래FORUM을 기획하고 사회를 봤던 내 자신이 생각해봐도 후배님들이 이번에 기획한 ‘웅성웅성’이라는 Talk Concert가 한층 참신하고 내용도 알찼다고 판단된다.
미래FORUM때 진행보조를 했던 후배들이 이제는 어엿한 중견간부가 되어 진일보된 패턴의 토론문화를 선보이고 있는데 옛말에 ‘형 만한 아우 없다.’지만 요즈음 아우들은 대견하게도 형을 이긴다. 나보다 사회를 능숙하게 봤고 청중을 이끌어 나가는 기술이 프로급이다. 후배님들을 보고 있노라니 長江後浪推前浪이란 중국 송나라때 소설에 나온 문구가 생각났다. 나를 밟고 넘어가는 후배님들이 자랑스러웠다.
- 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장강후랑추전랑 일대신인환구인: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네.)
공기업 중에서도 우리 회사의 문화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나 본사 아니 우리 회사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들이 근무하는 집단은 기술기획처라고 할 수 있다. 신입사원티를 겨우 벋은 1988년, 본사에 처음 발령받은 부서가 기술처였다. 본사에서 분위기가 가장 젊고 자유로운 것이 기술처였으나 사업소에서 바로 전입해온 막내는 사무실내에서 신문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는 기술처의 조직 문화가 되었고 후임처장으로 갈수록 더욱 발전하였다.
딱딱한 조직문화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분당 본사 옆에 위치한 네이버 직원들은 찢어진 청바지에 샌들신고 업무시간 중에도 냉커피를 마시러 나온다. 물론 업종도 다르고 민간기업과 공기업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으나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모두가 근엄하게 동일 색상의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는 공기업적 조직문화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우리의 발전방향’을 논해봤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야기하기보다 잘못된 사항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 나이든 처장과 선배들은 문화와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후배들이 場을 펼치면 박수 쳐주며 잘한다고 장단 맞춰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이미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어내고 있으며 앞 물결은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대세이며 순리이다. 후배님들이 선배들보다 더욱 잘하고 있는데 이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뒷 물결을 감당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다가 물먹는 수밖에 없다.
참신하게 기획된 나주의 ‘Talk Concert’에 50대 대표패널로 초청된 나는 술기운 없이 맨 정신으로 이야기하려니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막걸리 한잔 먹으며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똑같이 했을 뿐이다. ‘생각은 말이 되고, 행동이 되며, 습관, 인품이 되어 여러분들의 미래가 되므로, 여러분들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이 20년 후 회사 모습입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마거릿 대처 수상 아버지 말씀입니다.’ ‘얼마 전 기술을 팔기위해 외국회사 임원을 만났습니다. 우리 기술력은 이미 자료를 보고 알고 있을 테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은 우리 회사의 기술이 아니고 우리 직원들의 열정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일등 기술은 열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