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 생각하는 인문학(1) (이지성著, 차이刊)

직설이 아니라 날을 시퍼렇게 벼른 비수와 같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우리가 입시지옥, 취업지옥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와 열심히 일 할수록 가난해지는 이유가 생각하지 않는 삶에서 기인한다.’ 책의 광고 카피가 조금은 직설적이다. 하지만 첫 장을 넘겨보니 직설이 아니라 날을 시퍼렇게 벼른 비수와 같다.


들어가면서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로 이순신 장군이 목숨 바쳐 지켜낸 나라는 왜적의 것이 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국왕이 패전선언을 하고 9월8일 미군이 진주했다. 9월12일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우리나라를 떠나며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이 패배했다고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이 위대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100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 우리가 총,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조선 민족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보라 조선은 진정 찬란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식민교육으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식민교육이란 인문학이 완벽히 배제된 보통교육, 즉 우민화 교육이었다.

1945년 9월9일 미군정 사령관인 하지중장은 총독부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독립투사를 고문하던 형사는 경찰 고위간부가 되었고, 감옥으로 보냈던 판, 검사는 법원 고위직에 오르는 등 친일파가 득세 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성제국대학은 경성대학으로 교명이 바뀌고 1년 후 서울의 9개 전문대학이 통합되어 서울대학교가 탄생했다. 총장으로는 미군대위가 임명되었고 친일파 일색인 조선교육위원회에 한국교육의 설계를 맡겼다. 이들은 위대한 리더를 만드는 인문학위주의 교육이 아닌 공장노동자와 직업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공립학교교육을 도입했다. 이는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식민교육의 미국식 버전이었다. 기막힌 것은 친일파의 자녀들은 미국.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인문학에 기반한 사립교육을 받았고 이들은 다시 우리나라의 지배층으로 편입되었다.


광복이후 70년간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냈다. 친일파와 권력자들은 자신들과 그들 자손들의 생존을 위해 우민화교육을 시행한 것이다. 없는 집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국영수를 공부할 때, 있는 집 아이들은 외국 사립학교에서 원전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없는 집 아이들은 살인적인 취업경쟁에 내몰려 스펙에 목을 맬 때, 있는 집 아이들은 회사 경영권과 함께 논어, 손자병법, 한비자 같은 책을 물려받는다. 없는 집 아이들은 회사에서 쫒겨날 때, 있는 집 아이들은 회사경영을 통해 쌓은 부를 기반으로 국회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라를 말아먹는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제1장 자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에 커피 330잔, 맥주 120병, 소주 90병을 마신다, 매일 3시간 이상을 스마트폰 사용에, 매일 3시간 이상을 TV시청에 소비한다. 그러나 1년에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당신은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대화이며 특히 인문학적 대화를 싫어한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현상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 분석을 대화주제로 삼는 일은 거의 없으며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면 ‘거, 머리 아픈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핀잔을 듣는다. 당신은 이런 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 따위를 공부할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를 더 외운다.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고 승자가 된다. 일류학교에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승진하고 지도층이 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놈의 독서고 인문학이냐, 그런 거 할 시간에 돈이나 벌어라.’ 이런 생각이 전 국민의 사고방식이 되고 문화가 된다. 그런데 열심히 일할수록 나날이 가난해진다.


유대인보다 인구수는 3배 이상 많고 수학올림피아드 세계1위인데 세계 33위인 유대인은 노벨상을 184명이나 받았다. 유대교육은 꿈과 인문학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인문학자인 랍비가 취학 전 아이들에게 서양인문학의 뿌리인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친다. 인구대비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65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 꿈을 이야기하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퍼센트 수준이 되지 않고, 사색과 깨달음, 실천 위주의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 0.01퍼센트 수준도 안 된다면 노벨상은 커녕 ‘우리나라는 지금 보이지 않게 망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 많은 학교에서 인문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서삼경을 외우고 토론하는 초중고교가 적지 않다. 그 안에 담겨있는 철학, 가치관, 인간관, 세계관과 우리나라 교과서를 비교해봐라. 감히 말하지만 사서삼경과 우리나라의 교과서의 차이가 바로 중국과 한국의 미래의 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오쩌둥이 분서갱유에 해당하는 문화대혁명을 단행했을 때 중국은 자멸의 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마오쩌둥 사후 통렬히 반성하고 전 세계에 인문학의 나라임을 선포했다. 향후 중국인들의 사고는 크고 넓고 높고 깊게 확장될 것이다. 또한 중국이 새로운 황금기를 맞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 96개국에 322개의 공자학교가 설립했고 이를 1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철학이 계산과 증명 등의 옷을 입으면 수학이고, 관찰과 실험의 옷을 입으면 과학이다. 즉, 수학과 과학의 다른 이름은 철학이다. 초중고 12년간 과학과 수학을 배웠는데도 성적은 언제나 제자리다. 이유는 단 하나다. 철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의 문은 학원이나 과외로 열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을 받으면 성적이 오르나 이는 단순암기와 문제풀이를 시킨 것이다. 수능에서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문제가 나오면 순식간에 침몰해 버리는 헛된 실력일 뿐이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하는 아이들이 철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왜?’라는 철학적 질문을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논리적 증명을 하여 다양한 문제를 푼다. 즉 철학적 사고로 수학에 접근하기에 1등을 하는 것이다. 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필즈상이나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 하는 것은 전술했듯 식민잔재로 인해 체계적 철학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철학 없는 과학, 수학인가?

철학 있는 과학, 수학인가?

당신의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과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생각 없이 사는 삶의 종착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수학, 과학, 철학으로 무장한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들이 1997년 IMF를 촉발시켰으나 우리에게는 이와 대적할 인문학적, 수학적, 과학적 두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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