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
제 5장 생각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불게 된 근원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아니, “애플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다.”와 “애플의 디자인 철학은 심플이다.”로 대표 되는 것에 근원이 있다. 특히 기업들이 그의 말에 열광했던 것은 여기에 애플의 비결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고 “우리나라에 큰 희망이 있구나.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의 리더들이 잡스처럼 창조적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있구나.”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함부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어쩌면 그들은 잡스의 돈 버는 비결에만 관심이 쏠려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얕고 조급한 접근만 있었을 뿐이고 깊고 진중한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잡스가 인문학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고 세계적 대박을 쳤으니 우리도 인문학을 하자!”는 식이지 “잡스가 말한 ‘인문학’과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무엇인지, 디자인 철학인 ‘심플’은 무엇이고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우리만의 ‘IT 인문학’과 ‘디자인 철학’을 세우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잡스가 말한 “인문학”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뜻한다. 그리고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미국 건축의 디자인 철학과 독일의 예술조형 학교인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을 의미한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도구철학을 기반으로 숟가락이나 젓가락처럼 인간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중심의 컴퓨터기술, 즉 유비쿼터스, 아이패드, 아이폰, 웨어러블 컴퓨터, 사물인터넷이 개발된 것이다. 만일 하이데거의 “Think Different"가 없었다면 아이폰도 없었다는 것이다.
루이스 설리반은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으며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가 세운 예술조형건축학교인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 “심플”의 모태가 되었다. 설리반의 제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이며 아름다움, 유용성, 적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심플”을 구현한 현대식 주택을 비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공급하고자하는 비전을 갖고 있었는데 전설적 부동산 개발업자인 조지프 아이클러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이클러는 캘리포니아에 11000채의 심플한 서민용 주택을 짓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심플”은 어떻게 탄생되었나? 잡스의 아버지는 심플한 서민용 주택에 입주했고 스티브 잡스는 당연히 그곳에 살게 되었다. 잡스는 전기에서 “아이클러 주택에 대한 호감과 존경으로 인해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대중시장에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과 “심플”철학은 서양문명의 전통이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서양 최초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탈레스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이후 이 전통은 그리스, 로마문명의 뿌리가 되었고 르네상스를 거치며 유럽 문명을 탄생시켰으며 현대 미국 문명의 근원이 되었다. “심플”도 탈레스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서양 문명을 만든 천재들의 삶의 원칙 내지는 창작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므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과 “심플”철학은 스티브 잡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잡스에 이르러서야 서양 문명 과학기술의 원천인“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과 “심플”철학을 발견하게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잡스처럼 돈을 벌 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제임스 와트, 토머스 에디슨도 우리나라에서 창의적인재로 여겨졌으나 열광하지 않은 이유는 잡스처럼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얕음”이다. “얕음”은 “조급함”을 낳고 본질을 놓치게 된다.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에는, 아니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분야에는 본질이 없고 껍데기만 화려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몰락을 부른다.
이 조짐은 우울하게도 현실화 되고 있다. 우리는 보다 많이, 보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본질을 버리고 얕고 조급했다. 한때 천문학적 돈을 벌기도 했으나 이제 그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문명적 의미의 “Think"를 시작한다면 본질을 추구한다면, 교육을 바꾼다면 불행한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문명적 의미의 “Think"를 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문학”을 제대로 하면 된다. 학문에 머무르지 않는 실용으로서의 문명적 의미의 “Think"가 필요하다.
참고로 IBM의 “Think"는
- 독서하라(Read): 책을 읽되 특히 인문고전을 읽어라.
- 경청하라(Listen): 나 자신과 주위사람들, 세상의 소리를 주의깊게 듣고 공감하고 실천하는것
- 토론하라(Discuss):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하는것
- 관찰하라(Observe): 독서하고 경청하고 토론한 것을 토대로 세상의 흐름을 주의깊게 살펴보는것
- 생각하라(Think): 독서하고 경청하고 토론하고 관찰한 것을 토대로 문명을 개선하나 창조하는 생각을 하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