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개’, ‘犬’, ‘Dog’
개는 인간에게 가장 충직한 동물이며 가까운 동물이지만 품질이 떨어지거나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접두사로 ‘개’를 붙인다. 개다래, 개살구처럼 ‘개’가 접두사로 붙으면 야생이거나 개감초, 개두릅같이 원래 것보다 약효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에 ‘개’를 붙이는데 식물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는 것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같은 물건인데도 접두사로 ‘개’가 붙으면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고 품격도 낮아지는 것이 우리의 언어문화라 가격이 헐하면 ‘개값’, 맛없으면 ‘개떡’이라 하고 허황된 꿈을 ‘개꿈’이라고 폄하한다. 요즈음 신조어는 반대의 뜻을 갖는데 ‘개~대박’, ‘개~이뻐’, ‘개~좋아’라는 단어는 어감이 좋지는 않으나 ‘초~대박’, ‘무척 이쁘다’, ‘엄청 좋다’는 뜻인데 실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개’의 뜻에는 ‘무척’이란 뜻도 있으니 요즈음 젊은이들의 언어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오늘 이야기 제목 ‘개 사랑’에서 ‘개’는 실제 ‘개’, ‘犬’, ‘Dog’ 이다. 요즈음의 방송트렌드이기는 하나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음식 만드는 것 아니면 먹는 것, 소위 ‘먹방’이고 또 하나가 ‘애완동물 기르는 개방’으로 시청자 채널 선택권을 ‘먹방’과 ‘개방’이 빼앗아 갔다. ‘먹방’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라 식상해 보지 않지만 ‘개방’은 강아지를 키워서인지 아니면 예측불가한 동물의 행동을 그린 것이니 그런대로 볼만하다.
일반적으로 개의 수명이 15년 정도로 짧다. 어렸을 적부터 개를 좋아했지만 이별하는 것이 싫어 키우지 않았으나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검정색 푸들을 기르고 있다. 눈동자까지 까만 푸들이라 앞뒤 구분이 쉽지 않아 가끔은 엉덩이를 머리인줄 착각해서 쓰다듬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콜라’다. 만 5살이 되었는데 영민한 것이 어리바리한 사람 보다 낫다. 그래서인지 가끔 푸들이 우리 가족들을 기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 중에서도 푸들은 영리해서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데 장난감 바구니를 뒤적거려 공을 물고 오면 공 던지기 놀이를 하자고 보채는 것이다.
처음 강아지를 입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의사인 조카에게 예방접종을 하러갔다.
‘삼촌, 누가 강아지 키우자 그래요?’
‘아이들이’
‘키우려면 돈 많이 드는데...’
‘나도 어렸을 때 강아지 키워봤다.’
‘요즘은 돈 많이 드는데...’
‘그러냐?’
‘삼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정들면 떼어내지 못하는데 정말로 돈이 많이 들거든요.’
조카가 우려한 것과 같이 강아지 키우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 강아지가 먹는 통조림은 사람이 먹는 통조림보다 비싸다. 6~70년대 유학생들은 돈이 없어 개표통조림(실제로는 애완견용 통조림)을 먹었다는데 이제는 개 사료가 사람이 먹는 식품보다 비싸다. 간식으로는 수입산이 아닌 국산 닭가슴 살, 고구마 등을 말린 수제 간식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식품건조기도 한 대 구입했다. 장난감도 많이 사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갔다 올 때 아버지 선물은 사지 않아도 강아지 선물은 사온다. 신기하게 강아지인데도 오래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에는 싫증낸다. 나는 집이 한 채밖에 없지만 강아지는 집도 여러 채고 이동용 집도 있어야 한다. 강아지용 전용쿠션에 거만하게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다.
미용비로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이 상당하지만 집사람은 본인 파마 값은 아까워해도 강아지 미용에 지불하는 것은 후하다. 털 달린 짐승이지만 옷도 사줘야 한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빨간색 산타복장을 입혀야 하고 겨울에는 등골브레이커 정도는 아니더라도 패딩을 입혀야 한다. 강아지도 관절에 좋다는 영양제를 줘야 하고 몸에 좋다는 황태국도 간식으로 먹는다. 나는 냉장고에 보관해둔 강아지 몫의 황태국물을 가끔 훔쳐 먹는다. 강아지용 치약, 칫솔도 인간용보다는 5배는 비싸고 샴푸도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놈은 아무리 좋은 샴푸로 목욕시켜도 검은색이다.
동물은 의료보험이 안 되니 병원비가 엄청 든다. 간단한 수술은 50만원이며 암수술은 2~300만원을 한단다. 애견 샵에 가보니 목줄도 스와로브스키 수정이 박힌 명품은 50만원이 넘는다. 이것도 팔리니까 진열했을 것이다.
가족여행을 가려해도 애견펜션은 일반 펜션보다 비싸고 예약하기 어렵다. 일반펜션에 가려면 강아지를 애견호텔에 맡기고 가야 한다. 호텔비는 지역에 따라 2~4만원이며 강남의 스위트룸은 12만원이나 한다. 동물에게도 노환이 오면 동물 요양병원에 맡겨야 한다. 한 달 입원비가 30만원이며 질병치료비는 별도로 계산되며 동물전용 납골당도 있고 황우석박사에게 복제 견을 만들어 달라하면 1억 원을 줘야 한다.
사실 강아지에게 좋은 옷 입히고 미용하는 것은 犬主(견주) 욕심을 채우는 일이라 강아지 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일 수 있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얻은 것도 만만치 않다. 내가 나주, 인천에서 올라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강아지다. 집사람 말로는 내가 오기 전부터 현관에 엎드려 기다린단다.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껑충껑충 뛰며 간식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데 반갑게 맞아주는 것인지 간식 주는 사람이니 반겨주는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반겨주는 생물이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강아지 입양 전에는 집사람과 산책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매일 산책가야 한다. 아침 산책시간이 되면 나가자고 조르는 데는 이길 장사가 없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버들강아지 싹트는 모습, 수줍게 피어나는 냉이꽃, 산란철을 맞아 몸을 뒤집는 잉어등 분당 공원들이 이렇게 경치 좋은지 강아지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집사람과 대화시간도 늘었고 강아지를 매개체로 공통분모가 늘어났으니 더욱 건강한 가족이 되었다.
강아지 덕분에 집사람은 매일 율동공원이나 중앙공원을 산책해야 하니 건강이 좋아졌다. 또한, ‘개사모(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의 개줌마와 개엄마들과(본인들은 개줌마가 아닌 개린이 엄마라고 우기고 있음) 교류하게 되니 인적네트웍이 넓어진 것도 강아지 덕분이다.
이정도면 강아지는 충분히 자기 직분을 했으니 유기농 간식을 먹고 전용쿠션에 엎드려 따뜻한 볕 쬐며 오수를 즐길만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나만의 개 사랑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