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근무할 때 후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진 내 별명은 ‘개작두’다. 판관 포청천을 보면 작두를 받치고 있는 장식이 세 가지인데 龍작두는 왕족을 처형하는데 사용하고, 虎작두는 벼슬아치용, 犬작두는 평민용으로 사용된다. 목을 자르는 ‘개작두’, 가는 곳마다 10 ~ 20% 직원들만 남기고 대다수를 정리하다 보니 붙여진 살벌한 별명이다. 소문이 퍼지다보니 새로운 조직을 담당하게 되면 일부는 자진 납세하여 떠났고 나머지는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가게 했지만 강제정리 했다. 마지막 보직이 될 GT정비기술센터에서는 개작두를 휘두를 일이 없어야 했지만 정원 감축으로 발령 전부터 조직의 10%를 정리하는 악역을 맡게 되었다. 간부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 부임 전 전화로 자진납세를 당부했다. 잡음 없이 5명의 고위직간부가 떠났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5명의 간부를 정리했으니 개작두가 피비린내 진동하며 첫 출근을 하게 된 셈이다.
초급간부시절부터 정리하기 시작하여 마지막 보직 때까지 정리하고 있으니 개작두는 별명이 아닌 팔자인지 모른다. 사실 옷을 벗겨 퇴사시키는 역할이었으면 주저했을 텐데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며, 또한 토사구팽이 아니니 그리 양심에 가책을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변명부터 하자면 꼴등부서에만 보내는 회사 탓도 있다.
아직까지의 개작두 역할은 업무부진 조직, 허물어진 조직을 담당하게 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조직에는 업무부진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업무부진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본인 탓만은 아니다. 물론 조직의 20%는 놀고먹는다는 개미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공기업직원들이 능력부족으로 업무부진자가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가 주어지거나, 상사 또는 동료와의 불화, 가족문제로 인한 업무 몰입도 부족, 관리자의 관리 부재 등도 이유 중 하나다. 골프가 안 되는 108가지 이유, 낚시가 안 되는 오만가지 이유가 있듯 업무가 되지 않는 이유도 버금간다.
이런 경우, 보직을 바꿔주거나, 근무지를 바꿔줘서 다시 파이팅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개인의 성격까지 변화시킬 수 있고 본인도 모르고 있던 잠재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재기하여 승진하는 직원들도 많다.
허물어진 조직과 꼴등조직을 주로 맡다보니 구성원들 사고의 공통점이 있다. 본인 문제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원인을 찾는다. ‘부서 매출이 적으니 일등을 못한다.’ ‘주위 도움이 없어 꼴등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조직 규모가 작아서 평가 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본인 열정이 부족해서, 능력이 부족해서 라고 대답하는 직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패기와 열정과 실천은 없고 패배의식과 피해의식만 팽배하니 이런 조직 문화로는 재건하기 어려우므로 아예 판을 다시 짜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 또한 개작두를 위한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조직을 인수하면 먼저 면담을 시행한다. 개작두 칼날을 벼리는 작업이다.
Q 꿈이 무엇인가? 직장인으로서 또는 개인적인 꿈이 있나?
A 꿈이 없는 사람은 정리 한다.
Q 무엇이 문제이기에 5년 연속 꼴등을 했는가?
A 남 탓만 하는 사람은 정리한다.
Q 직장에서 행복은 무엇인가?
A 행복이란 추상적 개념을 주관적 판단 하에 현실적 대답을 해야 하는 질문이므로 열정을 갖고 대답하는 사람은 남겨 놓는다.
Q 타 사업소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A 어떠한 질문에도 이동 못하는 이유만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은 정리한다.
GT정비기술센터는 새해 초까지 다섯 명의 직원들을 정리해야 한다. 개인적 능력 문제는 아니고 매출감소 등 경영상 문제이다. 노동조합도 구조조정 기준을 만들고 사측도 만들어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 타사업장에서 비슷한 사례로 전출 온 5명의 직원들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했다. ‘선입선출에 따라야 하므로 본인 순번이 아니다.’ ‘본인이 1등 직원은 아니지만 본인보다 일 못하는 직원들이 많았기에 내가 순번이 아니다.’
불만이 가득하여 현장에 적응하지 못한 5명 직원들을 1년 만에 고향 주변으로 보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인사이동은 있을 수 없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 했던가. 내가 가게 되면 원칙 없는 인사이동이고 남이 가게 되면 원칙과 기준이 존중된 인사이동이라 할 것이다. 인사이동, ‘개작두의 작두춤’이 아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