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의 격몽요결(2) (이창성著, 나무의 꿈刊)
유교에서 사람이 갖춰야할 다섯 가지 도리를 五常(오상)이라하며,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을 말한다. 이는 공자, 맹자의 기본사상이니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규범이자 시대철학이었다. 이이 또한 인의예지신을 기본사상으로 격몽요결을 저술했다. 유교가 철학이었던 시대라 모든 것의 기본이 인의예지신이었는데 조선시대 4대문의 명칭 또한 이를 따르고 있다. 동대문인 興仁門(흥인문)은 인, 서대문은 敦義門(돈의문)은 의, 남대문은 崇禮門(숭례문)은 예, 북대문은 弘智門(홍지문)은 지, 중앙의 普信閣(보신각)은 신을 나타낸다.
제 6장 喪制章(상제장)
상중의 服制(복제)는 朱子家禮(주자가례)를 따르는 것이 마땅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윗사람이나 선생에게 예에 관해 질문하여 예를 극진히 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간혹 예의 한도를 넘어 3년간 죽을 먹는 사람도 있으나 정말로 효심이 남보다 뛰어나고 억지의 뜻이 없으면 예의 한도를 지나쳐도 좋다. 하지만 효성이 지극하지 못해 억지로 예의 한도를 지나쳤다면 이는 자신을 속이고 부모를 속인 것이니 주의해야 마땅하다.
제 7장 祭禮章(제례장)
제 사는 마땅히 가례를 따르고 사당을 세워 신주를 모셔야 한다. 수재나 화재가 생기거나 도둑이 들면 먼저 사당부터 구하고 신주와 대물려온 책들을 옮긴 다음 제기를 치운 후 집안의 재물을 구해야 한다. 가난하면 집안의 형편에 어울리게 하고 병이 있으면 자신의 기운을 헤아려 제사를 지내야 한다. 재물과 기운이 미칠 수 있는 사람이면 의당 의식대로 행해야 한다.
제 8장 居家章(거가장)
집에 있을 때는 예법을 지켜 집안 식구들을 거느려야 한다. 할 일을 맡기고 씀씀이를 절제하여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해야 한다. 재산에 맞춰 옷, 음식, 제사 비용을 지출하고 사치와 호화를 금지하며 다소의 남음이 있게 하여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해야 한다. 형제는 내 몸과 같으니 음식과 의복 등이 나와 같게 해야 한다. 비복들은 나의 수고로움을 대신하니 마땅히 은혜를 먼저 베풀고 난 뒤에 위엄을 부려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것 이니 이는 임금이 백성을 대하는 것과 주인이 비복을 대하는 것은 이치가 같은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돌보지 않으면 백성이 흩어져 나라가 망하게 되고 주인이 비복을 돌보지 않으면 비복이 흩어지고 집이 패망한다. 군자는 도를 근심할 것이요, 가난을 근심하면 안 된다. 집이 가난하여 살아갈 수 없다면 빈궁에서 벋어날 대책을 생각해야 마땅하나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뿐이지 많이 쌓아두고 풍족하게 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취하고 주는 일에는 반드시 의로운지 의롭지 않은지를 자세히 생각하여 의로우면 취하고 아니면 취하지 않아야 한다.
제 9장 接人章(접인장)
사람을 대할 때는 온화하고 공경하게 해야 하며 자신보다 나이가 갑절이 많으면 아버지 섬기는 도리로 섬기고 10년이 많으면 형님을 섬기는 도리, 5년이 많으면 약간 공경을 더하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배운 것을 믿고 고상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벗은 학문을 좋아하고 착하고 바르며 엄격하며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을 얻어 겸손한 마음으로 바로 잡아주고 충고를 받아들여 나의 결점을 다스려야 한다. 고을 사람 중에 착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착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험담을 하지 않는다. 나를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 살펴 나의 행실이 그러하다면 스스로 꾸짖고 안으로 따져 허물을 고쳐야 한다.
고을에 머물고 있는 선비는 공사나 예의석상에서 만나는 것이나 부득이한 연고가 아니면 관청에 드나들어서는 안 되며 수령이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자주 들어가 만나면 아니 된다.
제 10장 處世章(처세장)
옛날 학자들은 벼슬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어도 학문을 이루면 윗사람이 천거하여 등용되었으며 벼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아닌 남을 위했다. 요즘은 과거를 통해 사람을 뽑으니 학문에 통달하고 뛰어난 행실이 있어도 과거가 아니면 도리를 펴는 자리에 나아갈 수 없어 선비가 벼슬을 탐하는 풍습도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은 재능을 갈고 닦아 천명을 기다려야지 벼슬이 탐나 조급하고 열중하는 것으로 뜻을 손상시키면 안 된다. 옛날 사람들은 부모를 섬김에 몸소 농사를 짓고 품도 팔았지만 남은 힘으로 글을 배우고 익혔다. 오늘날 선비는 어버이를 위해 수고하는 이를 볼 수 없으니 백배 편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벼슬이 높은 사람은 도를 행하기에 주력하다가 도를 행할 수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 집안이 가난하다면 높은 직위를 사양하고 외직에 있으면서 굶주림만 면할 수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