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 고기 집 사장

손님이 좋아하는 방식의 경영을 좋아하고 연구해야 이익이 뒤따라온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닌 30년 지기 대학동창이 있다. 30여년을 만났으니 그다지 친하지 않다고 하면 틀린 표현인지 몰라도 고교동창들 보다는 덜 친하다. 친구사이가 이상하게 꼬여 대학동창인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같이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고교동창들과 만나는 자리에 자주 참석을 했고. 고교동창의 중학교 여자동창과 대학동창이 결혼을 했으니 관계가 이중삼중으로 복잡하게 꼬인 사이다.


부유한 환경의 대학동창은 그다지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다. 복학생 모두가 취업걱정으로 애태울 때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업전쟁 없이 형님회사에 입사했다. 얼마 후 퇴사한 그는 누님 건물에서 몇 년간 모텔을 운영했으나 노력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모텔사업을 접고는 잠시 룸펜생활을 했다.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커피숍을 해볼까 하기에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말렸다. 대한민국 커피집이 5만개에 달할 정도로 프랜차이즈 커피 집은 포화상태인데 일정 크기이상이 되어야 점포를 내주므로 많은 돈이 필요하고 더 이상 불루오션도 아니다. 또한, 반제품이 들어오는 프랜차이즈 커피 집을 운영하려 해도 커피에 대해 기본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

독립 커피숍을 하려면 적어도 원두 로스팅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원두 종류에 따라 로스팅시간과 온도가 다르다. 또한 그라인딩 정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니 원두에 대한 특성도 알아야 한다. 네가 커피만 마실 줄 알았지 바리스터 자격증이 있냐?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해봤냐?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대학동창은 부모님께 사업자금을 지원받아 음식점을 차렸다. 100평정도의 고기 집, 경험 없이 시작한 것 치고는 규모가 컸다. 개업 후 고교동창들이 몰려가 개업축하차 음식을 팔아줬다. 생고기 맛이 얼마나 특별할까 싶지만 특색 없는 맛, 그저 그런 밑반찬, 살갑지 않은 서비스... 무엇하나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음식점이었다. 고교 동창들은 식사하면서 음식 맛과 서비스 등에 대해 일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고기 집을 차리게 되었냐?’

‘아는 고기 집에 가서 2개월 동안 초벌구이 하는 기술을 배웠어.’

‘갈비탕도 하네.’

‘점심 메뉴인데 손만 많이 가고 남는 것이 없어서 없애려고 해.’

‘매출은 어떠냐?’

‘평일 3백, 휴일은 5백정도 되니 연간 10억은 되지 않겠냐?‘


식사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물어본 고등학교 동창들 모두의 의견은 ‘조만간 망한다.’였다. 이유는 주인의 치열함을 보지 못했고 다른 음식점보다 우월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색 없는 맛과 손님을 반색하며 맞지 않는 종업원의 태도에다 필요이상으로 종업원이 많았고 주인은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계산만 하는 상황이면 소위 ‘대박’은커녕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고교동창들 의견이었다. 고교동창들은 음식점을 경영해 본 경험은 없으나 직업이 기업 임원, 목사님, 교수로 먹어본 경험은 많은 친구들이어서 입맛과 눈썰미가 있는 친구들이다.

분명 말이 씨가 된 것은 아니나 불행하게도 고교동창들 예측이 들어맞았다. 대학동창은 6개월 정도 고기 집을 운영하다가 사업을 접었으니 최소한 인테리어비용과 주방집기 구입비용등 억대의 손해를 보았음이 분명하다. 잠시 쉬다가 그 보다 작은 규모의 고기 집을 다시 오픈했다는데 아직까지 고교동창들은 새로 오픈한 고기 집에 가지 않았다. 또다시 ‘조만간 망한다.’라는 생각을 할까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아마도 땅을 산 사촌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인지 모른다. 요즈음에는 사촌이든 팔촌이든 땅을 사면 좋겠고 친구들도 못나가는 친구보다 잘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야 좋다. 실패를 경험한 친구가 분발하여 새로 개업한 고기집이 문전성시를 이뤘으면 좋겠다. 고기집이 잘 되어야 다음에 가면 ‘친구들아 고맙다. 오늘은 내가 한턱낼게 마음껏 먹어라.’ 할 테니까.

대학동창이 맹자님 말씀대로 본인의 영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손님의 이익을 생각하는 仁義, 종업원과 주인이 한마음 되어 손님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人和를 생각하며 사업했으면 좋겠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고기 집을 한다면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손님 앞에 내놓아야 하며 3류 주방장을 써야하는데 이러면 곧바로 망한다. 이익은 조금 남기더라도 좋은 재료를 찾아다니는 일과 음식 만드는 일을 즐거워해야 하고, 손님이 좋아하는 방식의 경영을 좋아하고 연구해야 이익이 뒤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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