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 카카오가 멈추고 나니

국민들의 삶이 플래트폼기업에 過依存(과의존)

by 물가에 앉는 마음

토요일, 물가에 앉아있었다. 메시지 올 때마다 몸을 떨던 핸드폰이 잠잠해졌다. 핸드폰의 노예가 되었는지 수시로 핸드폰을 열어보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는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불안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불안감은 점차 사라졌고 차단해도 끈질기게 보내오는 스팸메세지도 오지 않으니 한편으로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물멍’하기 좋은날이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다음 메일, 카카오톡, 브런치가 막혔다. 가끔 사용하는 카카오 선물함도 먹통이다. 일요일 새벽은 지인들에게 안부 메일 보내는 날이다. 메일창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듯하다. 10여 년간 해외여행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주 편지를 보냈으나 핑계 낌에 한주 쉬자. 매일 아침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으나 브런치 접근도 불가능하다. 브런치를 시작한지 처음으로 글을 올리지 못했다. 타의로 하루 쉬었다. 집사람과 산책 나가 선물함에 있던 커피 쿠폰을 사용하려 했으나 열리지 않는다. 카카오는 어느새 생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고 불편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집사람은 네이버 이용자로 네이버가 편리하다며 전향(?)을 권고하지만 나는 한번 사용하거나 이용했던 것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DAUM이 도산하기 전에는 자발적 전향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내 충성심은 조금 더 강하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이름까지 생소한 새우깡과 맛동산을 50년 넘게 먹고 있다. 식당이 새롭게 오픈해도 스스로 찾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집사람이 사전 시식 후 괜찮다며 데려가는 경우가 아니면 항상 가는 음식점에 가서 먹어봤던 익숙한 메뉴를 주문한다.

생각해도 조금 심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같은 식당이라 해도 예전에 앉았던 자리에 앉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예전 무교동과 관철동에는 통기타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양식집이 많았다. 무교동 ‘꽃잎’이란 경양식집은 가수 故(고)김정호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자주 갔다. 단골 웨이터는 내 자리에 다른 손님이 앉아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내 자리를 비워줬을 정도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성심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편집증(?)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핸드폰에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넣고 다니니 간편 외출 시 지갑 없이 핸드폰만 들고 편하게 다닌다. 택시호출과 버스가 몇 분후에 오는지, 코로나 예방접종증명서로 인증하고 식당에 들어가 핸드폰으로 식사비를 결재하고, 병원에서 예약을 상기시켜주고 진료비 사전결재까지도 핸드폰에서 이루어진다. 편리한 세상이기는 하지만 핸드폰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디지털의 힘이다.

화재복구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화재 3일이 지난 화요일에도 완전 복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복구가 지연되자 매스컴은 ‘카카오사태’로 명명했다.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사람도 불편을 느끼는데 음식점과 배달, 운송 등 프래트폼 위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금전적 손해가 막심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쯤 되면 디지털의 힘이 아니라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수식어가 맞는듯하다.

이번 화재사고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피해가 발생되었으며 국민들의 삶이 플래트폼기업에 過依存(과의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택시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하며 카카오톡은 5100만 명 인구 중 4500만 명이 사용할 정도이니 국가기간통신망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점과 독점구조는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천재지변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사업자로서 지위 남용도 우려할 수 있으며 해당기업에 파업, 태업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인위적으로 국민들의 삶이 멈춰 선다면 국민들 피해는 불보 듯하다. 사실 ‘카카오 사태’이전 카카오가 이렇게 영향력이 크고 재난대응에 부실한지 알지 못했다.


2022.10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 숫자는 128개가 되니 불편을 겪는 사람들과 경제적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물론 SKC&C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화재가 났으니 카카오는 억울할 수 있으나 사고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았으니 억울해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만약 카카오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이었다면 억울한 것이 맞다. 비영리시스템이었다면 이런 사태를 예견해 국민들 개개인이 백업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무상으로 프래트폼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영리 추구 기업이었으므로 억울해도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피해보상 정책을 내 놓는 것이 맞다. 이것은 기업생존이 달려있는 문제이므로 정부나 국회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보상 및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나 같이 맹목적인 충성 고객들도 흔들릴 것이며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탈하여 프래트폼기업은 도산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지만 카카오가 백업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충성심 강한 나도 전향을 생각하려 한다.


카카오톡이 멈추자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불법도박장 앞에서 망을 보던 사람이 경찰접근을 알렸으나 카톡이 불통되어 도박에 열중하던 도박꾼들이 일망타진되었다. 일반적으로는 경찰접근을 알리고 입구에서 경찰진입을 막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뒷문으로 도박꾼들이 도망가곤 했다. 이번에는 카카오톡이 다운되어 도박꾼 전원이 도박에 열중하다 전원이 얌전하게 검거되었다. 이런 것도 피해 보상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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