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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내려놓기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영화 ‘내부자들’을 보셨는지 몰라도 픽션이다. 대통령후보인 국회의원 이경영,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언론인 백운식, 자동차 재벌인 김홍파와 정치깡패 이병헌, 줄 없는 경찰출신 검사 조승우가 본인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유착과 결탁을 통해 사회를 지배하는 모습을 그렸다. 픽션이지만 줄거리 중간 중간 등장하는 단편적인 내용은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많이 접해 봤던 논픽션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각자가 꿈꾸는 것을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고 종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뻔한 결말이다. 영화에서는 각자가 얻고자 했던 권력, 금전, 명예 등을 내려놓지 못하니 욕심이 과했던 사람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았고 이병헌과 조승우는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하자는 농담으로 끝을 맺는다.


회사 보직 중 중요치 않은 것은 없다. 처장이나 팀장자리도 보임된 사람이 어떠한 철학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하찮다고 여기는 보직에서도 성과가 나온다. 중요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모두가 소중한 보직이다. 간혹 좋은 보직을 받기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보직, 나쁜 보직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명령권자가 ‘적재적소’에 배치했는지 몰라도 인사발령상 보직이 적재적소를 고려한 좋은 보직이겠거니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좋다.

보임되면 칠푼이, 팔푼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조직목표를 향해 뛰어가는데 보임 받은 간부들은 왜 뛰어갈까? 승진욕과 성취욕 때문은 아닐까? 전문직 업무를 관장할 때 전문직이 일반직보다 빨리 승격 하지만 너무 빨리 승격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우리 회사는 처장이 마지막인데 너무 빨리 처장급이 되면 성취욕이 떨어지기에 적정한 템포로 승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머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에 대한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5단계에 오른 사람은 스스로 만족을 하고 4단계에 오른 사람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사실 존경이란 것은 남들이 인정해줄 때 자연스레 생기는 것인데 승진되어 지위가 높아지면 존경해 주겠지 하는 잘못된 생각이 승진욕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존경받지 못하는 대통령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 회사는 민간회사같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의 길이 없기에 최종 종착지를 처장에 맞춰 승격관리를 해야 한다. 담당 직위에서 전력을 다해 뛰다가 지루하거나 의욕이 떨어질 정도 되면 승격시켜 다시 파이팅하게 하는 것이 머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얼마 전 정신적으로나마 잠시 보직을 내려놓고 일을 해본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중압감이 없어지고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매일 아옹다옹하며 하나를 더 얻어내려고 싸웠는데 내려놓으니까 더욱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려놓기’라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마음 비우기’와 같을 것이다. 그동안 업무에 대한 욕심이 과해서 마음을 비우지 못했고 또한, 한 가지 업무에 몰입하는 성격이라 내려놓지 못한 것이 많았다.


사실 업무적으로는 욕심이 많으나 물욕 면에서는 커다란 욕심이 없으며 또한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뒤돌아봐야 할 것 같다. 집사람 명의지만 중형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낡았지만 대형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더 좋은 집과 커다란 차를 타기 위해 아등바등 대며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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