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 포르투갈(Portugal)

헬 조선이라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by 물가에 앉는 마음


* 여행가능한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까 두렵다.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를 그리며 오래된 기행을 꺼내 읽어 본다.(2019.10~11)


환갑을 맞아 오래된 버킷리스트를 해결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 생뚱맞게도 포르투갈에 가고 싶었다. 여행 좋아하는 작은 아이와 집사람은 ‘포르투갈? 뜬금없다.’ 하면서도 일정 잡고 여행을 기획했다. 목적지는 포르투갈, 스페인, 크로아티아로 정했고 기간은 20여일이란다. 작은 아이는 이미 세 나라에 다녀왔고, 큰아이도 두 나라에 다녀왔으며 특히 세비야는 4번을 다녀왔다. 집사람도 스페인을 다녀왔지만, 어제의 스페인과 오늘의 스페인은 다를 것이며 가족이 한꺼번에 해외여행 하는 것은 처음이니 나름의 색다름도 있을 것이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면 경이로움이 반감될 것 같아 세부일정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호기심을 억누른 것이 여행 기간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을 보고, 먹고, 체험할 것인지 전혀 모르고 떠난 여행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재미있다기보다는 하루하루가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포르투(Porto), 인천 – 암스테르담 - 포르투 공항, 포르투 관광은 고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만큼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로 서울 사대문보다 좁지만, 꽤 넓은 편이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차량 렌트는 필요치 않으나 언덕이 많아 다리가 뻐근할 때는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숙소 옆에 영화 해리 포터 촬영 시 참조했다는 오래된 서점이 있다. 1881년 개점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란다. 내부는 목조식이며 천장과 계단은 건축이라기보다 목공예에 가깝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목조계단은 환상적인 예술품이다. 입장료는 5유로이며 책을 사면 5유로를 할인해 주는데 유럽지역 관광객들에게는 합리적이겠지만 책 살 일 없는 동양인들에게는 차별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집 근처라 외출할 때마다 길게 늘어선 입장객들을 보게 된다. 책 팔아 얻는 이익보다 입장료 수입이 더 많을 것 같다.

먹고 마시는 것은 포르투를 관통하는 강을 따라 조성된 상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양안에는 4~5층짜리 전통 가옥들이 장난감처럼 서 있다. 지붕은 버건디 색이며 벽은 파스텔 톤 노랑, 크림, 핑크으로 색의 조화가 현실이 아닌 동화 속 세상 같다. 대서양 쪽 하늘이 붉게 물들 즈음이면 항구 양안에는 가로등과 음식점들이 조명을 밝히고 사람으로 넘쳐난다. 저녁 식사 중 항구 중심인 분수대 옆이 왁자지껄하며 축제 분위기다. 웃통 벗고 분수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큰소리로 단체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경찰차가 출동해 순찰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치 않고 소란스럽기만 하다. 음식점 주인 말로는 축구경기 때문에 소란스럽단다. 그런데 축구는 졌단다. 이 사람들 어처구니하고는.


숙소 근처 알마스 성당도 관광코스다. 규모는 크지 않고 내부는 유럽 여느 성당과 다를 바 없으나 포르투갈 상징색인 청색 아줄레주 타일 벽이 포토 존이라 항상 붐빈다. 포르투갈은 타일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듯 수제타일 판매점도 보인다. 대합실 내부 전체가 거대한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는 포르투 중앙역은 하나의 예술품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다. 중앙역 대합실 아줄레주를 감상하고 나오면 도로에 나뒹구는 듯한 바위가 놓여 있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무심코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울퉁불퉁한 바위 곡면을 따라 타일이 부착되어 있다. 비정형적 모습의 타일을 도자기와 같은 고온에서 구워냈을 것이니 상당한 기술이 가미된 작품이다.

포르투 북과 남을 연결하는 롱루이스 다리는 2층이다. 왠지 낯익다 싶었는데 프랑스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가 설계한 다리다. 자동차는 1층으로 다니고 느릿한 트램은 까마득히 높은 2층으로 다닌다. 트램이 다니는 철로 바닥은 뚫리지 않고 막혀있어 오금 저릴 정도는 아니기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볼 만하다.


酒黨(주당)이니 포트와인으로 유명한 포르투(Porto) 와이너리 체험이 빠질 수 없다. 사실 와이너리 체험은 포도주 좋아하는 작은아이가 여행 중 생일을 맞은 본인에게 주는 선물이다. 포도주는 지하창고 오크통 속에서 향긋하고도 콤콤한 냄새를 머금고 익어 가는데 오크통 크기가 제각각이라 제일 커다란 오크통은 평생 마셔도 바닥을 보이지 않을 만큼 크다. 포트와인은 포도주에 70도 브랜디를 붓기에 도수가 높아 저장성 좋은 것이 특징이다. 포르투에는 와이너리가 많으나 작은아이는 전망 좋은 그라함(Graham’s) 와이너리를 예약했다. 3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체험은 종류에 따라 17~250유로정도, 35~45 유로 정도가 적당할듯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 비싼 와인이 그윽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오크통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빈티지 와인 맛이 일품이며 취기 오른 얼굴만큼이나 붉게 물드는 포르투 노을이 더욱 평화롭다.

점심과 저녁은 전통음식인 문어요리, 정어리구이, 감바스, 스테이크를 먹지만 아침 식사는 동네 빵집에서 주민들과 같이 빵을 먹는다. 천연발효 빵 가격이 한국의 1/10밖에 하지 않아 굶어 죽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저녁에 먹을 간식을 준비하러 장을 봐도 터무니없이 낮은 물가가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뭐가 문제이고 누가 잘못하는 것일까? 농어민? 중간상인? 소비자? 정치인? 결론은 정치인이었다. 정치인이 억울해할지 모르겠지만 이유는 별것 없다. 정치 불신이 가득한 한국에서는 안 되는 이유 대부분은 정치 때문이다.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못 하니까 빵과 물가가 비싸지!’


라고스(Lagos), 포르투에서 비행기로 파로 공항까지 이동, 이곳에서는 동선이 길기에 차량을 렌트해야 한다. 숙소는 라고스 인근 산속이다. 숙소 가는 길에 있는 알부페이라 해식 동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도 소개되었던 모터보트를 타고 관광하는 신기한 풍경이다. 해안 절벽에 동굴이 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광장처럼 넓으며 천정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하늘을 볼 수 있다.

나는 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멀미를 무서워한다. 아마도 내 얼굴이 노랗게 변했을 즈음 선장은 인도에서 온 꼬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연신 입을 털었다. ‘저것은 코끼리바위, 저것은 악어바위, 악어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선장의 말 솜씨 덕분에 인도 꼬마보다는 나의 무서움이 반감된 듯하다. 보트를 운전하는 젊은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사에 다녔는데 업무에 쫓기며 사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새로 선택한 직업이 보트 선장이란다. 관광객들을 싣고 묘기 부리듯 해식 동굴을 드나드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았다는데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모두가 행복할 것으로 보이는 포르투갈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행복한 직업을 찾은 젊은이를 만났다. 한편으로 반성했다. 나는 60년을 헛살았다. 젊은 친구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헬 조선이라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모두 다섯 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라고스 인근의 산속 외진 곳이 숙소다, 아마도 별장을 지어놓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임대하는 집 같다. 크림색 벽에 창문테두리에는 푸른 칠을 한 포르투갈 전통 가옥으로 페치카도 있고 바비큐 시설도 있다. 계단식 마당에는 한국에서 한 포기에 몇 백만 원씩 호가하는 커다란 다육식물이 여럿 있고 포도나무에는 포도가 열려 있다. 정원 가꾸는 사람이 있으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지 달팽이가 많아 정원 거닐 때 조심해야 하며 담벼락에 달라붙은 도마뱀이 한가로움을 더한다.

옆집 닭 우는 소리에 잠이 깨어 마실 나가니 농부들은 동, 서양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하다. 울타리 작업 하는 농부에게 양해를 구해 마당에 들어서니 적은 수의 칠면조, 닭, 오리, 개, 고양이, 말을 키우는데 규모는 크지 않고 살림살이는 초라할 정도로 소박하다.

산속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다. 나무만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지천으로 깔린 라고스 해안가 절벽을 거닐고 허기가 들면 맛집 찾아가 먹고 저녁 되면 석양 보러 다시 해안가를 찾는다. 라고스에서는 구름이 많아 제대로 된 석양을 구경하지 못했다.

대서양 너머 해가 진 후, 산속 외진 곳 별빛은 유난히 밝았다. 어릴 적 보았던 수많은 별이 어디 갔나 궁금했었는데 멀리 이곳까지 왔나 보다. 무엇엔가 쫓기듯 사느라 밤하늘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제2의 전성기를 별빛 좋은 밤에 다시 시작한다.


집사람과 포르투갈이 선진국, 중진국인가? 이야기했다. ‘음식 맛과 질은 뛰어난데 가격은 싸니 중진국이라 정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집사람 논리도 맞는 이야기다. 포르투갈은 경제력 면에서 선진국이 아닌 중진국이며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 1/8 정도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돌아본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라고 판단된다. 언덕이 가파른 포르투에는 공사장이 많았다. 비탈진 포르투 공사장 안전칸막이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경사도 높은 공사장 안전칸막이가 내부를 볼 수 없을 만큼 경사도에 맞게 재단하여 설치했고 보행에 지장을 주는 장애물에는 완충재가 빠짐없이 설치되어 있었다. 안전의식과 안전조치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앞선 선진국이다.

인구가 적어서인지 시내, 외 교차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로터리가 많다. 로터리에 먼저 진입한 차량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는데 한 번도 이를 어긴 운전자를 만나지 못했다. 포르투갈 운전 초보인 내게 먼저 가라고 손짓하는 운전자는 만났으나 경적 울리는 운전자를 만나지 못했으니 교통문화선진국이라 칭해도 어색함이 없다.


‘무엇에 쫓기듯 바쁘게 살면서도 내가 바른길을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조차 불분명해 불안감과 공허감이 더욱 커지는 삶은 나 자신뿐 아니라 현대인의 신드롬이다.

스피드에 지치고 치열한 경쟁으로 피곤한 사람들에게 느리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포르투갈 여행을 권한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가 더욱 느리고 정말 인간적으로 산다는 분이나 영혼의 휴식을 위해서는 네팔이나 부탄이 제격이라는 분은 그곳에서 힐링 타임을 가지면 된다. 나는 습도 높고, 덥고, 벌레 많은 지역을 좋아하지 않으며, 貧者(빈자)들을 보면 죄 짓는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아 힐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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