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조용헌의 休休明堂(조용헌著, 불광출판사刊)

그의 학문세계를 江湖東洋學이라고도 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조용헌 씨는 사주명리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이다. 미신으로만 여기던 사주를 철학과 인문학으로 대접받게 한 공이 있다. 스무 살 때부터 한국, 일본, 중국을 드나들며 학자들과 교류하고 탐사를 통해 文, 史, 哲, 儒, 彿, 仙, 天文, 地理를 터득한 그의 학문세계를 江湖東洋學이라고도 한다.


靈地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뭉쳐있는 장소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몸으로 느껴 마음이 밝아지고 생각이 높아지는 장소이다. 여행의 최고 경지는 영지를 가보는 것으로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가?’를 알기 위해 地氣를 느껴야 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가 척추를 타고 머리에 전달되어 양미간까지 전달되는데 지기를 느끼게 되면 여행이 특별해진다. 지기는 가는 곳마다 다르다. 푸근하게 받아들이면서 생생한 에너지를 주는 땅이 있고 어두운 기운이 몰려와 힘이 빠지고 우울해지는 땅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검증된 영지는 공통적으로 맑고 강한 기운을 내뿜는 곳이다. 이를 ‘明堂’이라 한다. 명당에 오래 머물면 몸이 건강해지고 영성이 개발된다. 기감이 발달된 사람은 10분만 머물러도 이러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20,30대는 젊기 때문에 외부의 기운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다. 중년이 되어 기운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기운을 보충받아야 한다. 자연은 최고의 원기회복제로 동양인에게 최고의 신은 자연으로 산과 강, 호수, 바위, 달과 태양이 자연의 정수이다. 영지는 바로 이러한 자연적 요소들이 가장 잘 어우러진 장소이다. 바위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주변을 물이 감싸고 있어서 적당한 수분을 제공하고 바람을 잘 감싸주면서 숲이 우거져 있는 곳들이 대개 영지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를 인간이 받게 되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天氣와 조응할 수 있는데 동양의 철학자들이 추구했던 것이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物我一體사상이다.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가?’에 대한 답이 나오고 천지자연과 내가 같이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생의 성공과 실패, 인간사의 온갖 불행을 극복하게 해주는 힘을 얻게 된다. 살아가면서 파란만장을 겪고 말 못 할 고생을 겪을 때 인생의 허무감을 극복하게 해주는 영지에 가야 한다.


인류가 영지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만 년 이전부터로 추정된다. 특히 산신, 용왕, 칠성이라는 삼신이 한민족의 영지를 상징하는 신앙이었다. 산신은 산이 내뿜는 영기를 상징하고, 용왕은 물이 지니는 영기, 칠성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영기를 상징한다. 그러다가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되면서 기존의 영지들은 사찰로 흡수되었다.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온 지 1600년이 넘었는데 수준급의 영지들의 상당 부분을 사찰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인재들이 불교에 투신하며 기운을 받고 깨달아 주변에 밝음을 주었다, 깨달음의 기반에는 영지가 있었던 셈이다.


여행은 왜 가는가? 근심 걱정을 털어내고, 에너지를 충전받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간다. 명당의 에너지를 지혜롭게 이용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조용헌 씨가 선정한 명당 22곳은

남해 금산 보리암, 완주 대둔산 석천암, 구례 지리산 사성암, 과천 관악산 연주암, 고창 선운사 도솔암, 대구 비슬산 대견사, 괴산 환벽정, 장성 백양사 약사암, 인제 설악산 봉정암, 서산 도비산 부석사, 해남 달마산 도솔암, 양산 영축산 통도사, 계룡 국사봉 향적산방, 하동 쌍계사 불일암, 완주 모악산 대원사, 파주 심학산, 공주 태화산 마곡사, 여수 금오산 향일암, 공주 계룡산 갑사, 김제 비산비야의 학성강당, 강진 막덕산 백련사,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이다.

22개의 명당 중 가장 생소하고 처음 들어보는 장소인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은 조용헌 씨가 글 쓰는 곳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은 부드러운 기운이 나를 훈훈하게 보듬어 주는 곳이다. 나에게 의욕과 영감을 주었고 막힌 혈도를 풀어준 곳이다. 비 오는 날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천지가 인간에게 주는 은혜의 기운을 느낀다.’ 결국 본인에게 맞는 곳이 명당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아닐까 한다.


* 2016.3월에 수주한 공사는 경쟁 입찰로 수주한 것으로는 우리 회사 송변전 사업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낙찰 시 입찰담당자와 양산 통도사에 있었는데 명당에 가 있어서 낙찰을 받았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통도사의 풍광을 보면 명당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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