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壇法席(야단법석) (1), (법륜著, 정토출판刊)
법륜스님은 卽問卽說(즉문즉설)뿐 아니라 수많은 저서와 정치인의 멘토로 연예인만큼 유명하다. 사실 정치인의 멘토가 아니었다면 더욱 경외감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즉문즉설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방대한 지식과 도를 터득할 정도의 혜안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다. 법륜의 첫 번째 즉문즉설은 속이 시원해지기까지 하다.
野壇法席(야단법석)은 불교의 전통적 법회 방식입니다. 법당의 높은 법상에서 점잖게 설법하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법석을 마련하여 누구나 참여하여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게 하니 법회가 울고 웃으며 시끄럽게 되어 조용한 절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이후 시끌벅적하면 야단법석을 떤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구 세 바퀴 반 14만 킬로미터 여정에서 만난 2만 2천여 사람과 법륜과의 행복한 대화의 기록이다.
독일 남자와 결혼한 7년 차 주부인 프랑크푸르트 교민의 고민: 시아버님은 이기적이고 독불장군인 시어머님은 신랑에 너무 집착합니다. 시댁에 매주 가는 것이 힘들어 몇 번 가지 않았더니 삐치시는 것 같고 한국인과 너무 달라 시부모 모시기 힘듭니다. 할아버지에게 좋은 것을 배우는 것이 없어 다섯 살짜리 아들도 보내기 싫습니다.
법륜의 즉문즉설: 엄마가 자기 자식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또 자식이 부모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가족이라도 관여할 일이 있고 관여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시아버지는 원래 그런 분이고 시어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신 분입니다.
질문자는 시어머니가 정성껏 키워준 좋은 아들을 공짜로 얻은 것입니다. 공짜로 얻었다면 대가를 지불하든지 지불하기 싫으면 이혼을 하든지 그러면 되지요. 질문자도 아이 낳고 살아보니 엄마와 자식관계를 알게 되었잖아요. 그건 엄마와 아들의 자연스러운 관계이지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질문자의 아이도 나중에 크면 여자 친구가 생길 텐데 그 순간부터 질문자와 멀어진다면 좋겠어요? 남편이 시어머니와 자주 연락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마세요.
그리고 시아버지는 자기 집에서 자기가 살던 습관대로 살고 있는 건데 왜 질문자가 갑자기 들어가서 그것을 시비 삼는 거예요? 그게 싫으면 시집에 안 가면 되지요. 그렇게 살다 보면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가기 싫으면 안 가면 되고 , 싫어서 안 가는 것이 더 손해겠다 싶으면 싫어도 가면 됩니다.
그런데 아들을 시댁에 안 보내는 문제는 질문자 마음대로 하면 안 됩니다. 아들은 질문자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남편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합의했다면 몰라도 권리의 절반은 남편 몫이므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남편이 보내고자 한다면 보내야 합니다. 아이 문제는 질문자의 권리가 절반만 있으니 월권을 하는 겁니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하고 삽니까?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질문자의 못된 성질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지 시아버지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시아버지한테 욕을 한마디 배우는 것이 나쁜 영향이 아니라 그런 시아버지를 용인하지 못하는 엄마의 성질이 아이에게 더 나쁜 영향을 줍니다. 나이 칠십 넘은 할아버지의 성질을 어떻게 고칠 수 있습니까? 그런 시아버지를 나쁘다고 여기면 나쁜 할아버지의 손자가 되니 자긍심이 없어집니다. 시아버지의 성격이 그럴 뿐이지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가치관이 다를 뿐이지요. 내 아이가 나쁜 할아버지의 손자가 되길 원합니까?
그런 시부모님 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진다면 남편의 부모님은 문제가 없는 분들입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의 관계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습니다. 질문자가 어릴 때 너무 편하게 자라서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인 시아버지도 내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독일인 시아버지가 내 마음에 들 수 있겠습니까?
질문자는 지금 본인이 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을 고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 아이도 좋아집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래야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