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叱責(질책)의 기술

유하게 또 소리 없이 조직을 이끌어 가는 분들이 부럽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같은 입으로 하는 것이지만 칭찬은 쉽고 질책은 항상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므로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질책하는 편은 아니나 열정과 치열함이 부족한 직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다. 하지만 야단쳐야겠다고 생각해도 오늘은 첫날을 여는 월요일이니까, 오늘은 가족들 만나러 가는 주말이니까... 이런저런 사유로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마음이 여려서 질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 시작하면 가슴 아픈 이야기들로 독설을 뿜어내기에 상대는 물론 내 마음도 다치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질책은 세 번까지만 한다. 세 번째 질책을 받은 사람은 기가 질려 도망가거나 두 번의 질책에도 태도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세 번째 질책과 함께 부서에서 쫓아낸다.

가고 싶은 사업장을 알아봐 주는 경우는 그나마 앞가림할 줄 아는 직원들을 보내는 것이고 본인 앞가림도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봐주질 않는다. 막걸리 한잔 먹을 때는 동네 형님 같지만 질책을 당해본 직원들 사이에서는 별명이 면도칼, 또는 개작두로 암암리에 불리는 것을 짐짓 모른 체하고 있다.


돌이켜 보니 못된 짓을 많이 했다. 나로 인해 퇴직한 직원도 있고 타 부서로 쫓겨 간 직원들은 열 손가락을 넘긴다.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팀장을 할 때가 나이 39세였으니 한참 혈기 넘치는 나이라 조금 심하게 했었다. 입사서류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직원에게 보직을 주자 마음에 들지 않는 보직이라며 거부했다. 편한 보직을 주겠다며 내 책상 옆에 앉히고 일을 시키지 않았더니 사표를 냈다. 사표 냈던 직원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편지를 보내왔다. 팀장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새 직장을 잡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영광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할 때는 타사업소에 파견근무를 갔던 직원이 복귀하는 시점에서 안전모를 계단 밑에 던져놓고 온 직원이 있었다. 안전모를 팽개치고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물론 그의 근무평정점수를 낙제점으로 처리했다. 근무평정 후 본사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차장이 전화 했다. ‘형님, 올해 근무평정을 잘못하신 것 같습니다. 전국에 낙제점을 받은 직원들이 30명 정도인데 형님 부서에 4명이나 있습니다. 다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다. 우리 팀 직원 모두의 평균점수가 전국 평균과 비슷할 것이다. 단지 낙제점수를 받은 직원들이 많을 뿐이지 근무평정을 똑바로 했다. 검토해봐라.’

해당 직원의 송별식 자리에서 그가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직장생활 20년에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본다.’며 시비를 걸었다. 이미 노련한 팀장이 되어있는 나는 가볍게 응수했다. ‘나도 22년 되었지만 당신도 만만치 않더라. 이 술잔이나 받아’ 그때까지만 해도 내 술 실력은 회사 내에서 레전드급 이어서 시비 붙던 그는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소주로 혼이 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질책을 하는 강도는 유해졌으나, 질책은 아직까지 매우 어려운 기술 중의 하나이며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문제 직원과의 면담에서도 ‘열정과 치열’을 강조하는데... 아직은 협박에 가깝다.

‘당신은 잘할 수 있는 자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열정과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작은 것까지 참견하지 않고 울타리를 크게 치는 방목형이라 업무시간이라도 누워서 일을 하던 낮잠을 자던 관여하지 않지만 열정과 치열함이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당신이 간부면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태도를 먼저 가르쳐주고 기술도 배워줘야 하는데 당신 밑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빼고 싶다. 직원은 선배의 열정과 치열함을 본받고 태도를 배워야 하는데 그 직원은 배울 것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전출 가고 싶다면 내가 추천을 해줄 수 있게 처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열정도 치열함이 없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추천을 하나. 당신이 고충처리를 했지만 전근 발령 전까지 열정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희망근무지로 추천하지 못한다.’


질책할 때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되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린아이들을 ‘야단치는 기술’이란 책이 보인다. 한 권 구입할까 하다가 기술을 배워 본격적으로 야단치는 것이 버릇될까 싶어 그만두었다. 유하게 또 소리 없이 조직을 이끌어 가는 분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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