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고 땅이 꺼지지도 않을 것이기에
‘杞憂’는 기 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봐 걱정하다가 급기야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웠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단어로 지나친 걱정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말한다.
불안의 시대이며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눈만 뜨면 걱정이 태산이다. 북핵도 걱정이지만 무주택자에게는 집값이 올라도 걱정이고 유주택자는 내려가도 걱정이다. 아이가 공부 잘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걱정하고 공부 못하면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까부터 걱정해야 한다. 어느 대학에서 연구해보니 현대인이 걱정하고 있는 것 중 40%는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 한다. 30%는 이미 일어난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고, 20%는 벌어져도 무방한 사소한 것이다. 나머지 10%는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것으로 인생사 10%만 걱정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 없다는 이야기이니 사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서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고등학생 때 모든 척도는 공부인 것 같다. 두 아이는 같은 학교를 다녔고 선생님도 같았다. 선생님들이 기억하는 큰 아이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고 작은 아이는 공부보다는 Dance로 유명한 아이였다. 큰 아이는 본인이 원하던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기업에 입사했다. 공부보다는 학교 축제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작은 아이의 엉뚱함과 무식함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작은 아이도 어느덧 대학 3학년이 되었다. 대입을 걱정했는데 합격했고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장학금도 곧잘 타오는 것을 보면 부모의 기우였다.
요즈음 작은아이에 대한 걱정은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옷이나 화장품 등은 언니 것을 사용하며 가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혼자 잘도 돌아다닌다. 동남아를 섭렵하고 요즈음은 북중미로 진출해서 미국, 멕시코, 쿠바를 혼자 다녀왔다. 7월에는 어느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Global Challenge에 응모, 당선되어 미국으로 떠났다. 4명이 한 조인데 보름간 인천을 떠나 피츠버그, 뉴욕, 엘에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 샌프란시스코,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행선지는 같은데 단체로 움직이지 않고 개별 숙박에 개별행동을 한단다.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서로를 ‘배려’ 해 주느라 불편해지고 평소의 우애가 깨져서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필요시에는 만나겠지만 가급적이면 비행기 탈 때만 만날 것이라니 이해할 수 없기도 하지만 요즈음 세대의 극명한 개인주의를 보는 것 같다. 아빠 세대는 출장 가면 숙박비를 줄이느라 같은 방에서 잤고 입맛에 맞지 않아도 같은 메뉴를 주문했지만 아이들 세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큰 아이가 교환학생을 갈 때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갔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로 흩어져 크리스마스에는 에펠탑 앞에서 만나기... 이런 식이다. 작은아이도 언니와 같이 2학기에는 네덜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8개월여를 공부하다 올 예정인데 아마도 비슷할 것 같지만 작은 애에 대한 걱정의 90%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었으면 한다.
젊은 친구들 행동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사항들이 많고 저 아이들이 과연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끈기가 없어 포기하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우리 애나 요즘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인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로 돌아가 30여 년 전에 내가 입사했을 때 선배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신세대 신입사원이 들어와 동기들 결혼한다고 출장요청을 했고(당시 사규에 애경사시 출장 갈 수 있다는 규정이 되어 있으나 출장요청을 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연봉을 주는데 허구한 날 술만 먹고 다니며 저축은 하지 않았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총무팀장 권유로 재형저축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고리원자력에 있었던 4년 동안 아파트 8채를 술로 날릴 뻔했으나 7채만 술로 마셨다.
선배들 걱정이 기우였듯 젊은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환갑이 될 즈음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선배들 대하는 예의도 없으니 저 아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끌고 나갈지 몰라.”
지금 선배들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할지라도 기성세대의 많은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였으면 한다. 우리 젊은 친구들이 살아갈 세상은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고 땅이 꺼지지도 않을 것이기에